행복한 두더지 - 2012년 제18회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부문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45
김명석 글.그림 / 비룡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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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한 마리가 있었어요. 아주 소심한 성격을 가졌더랬죠. 밤이 되면 밖에 나와서 일자리를 구해 보았지만 나쁜 시력과 소심한 성격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어요.

 

 

세상은 마치 어두운 밤 같았어요. 아무도 두더지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것 같았죠.

두더지는 점점 용기를 잃고 땅속 집으로 숨어 버렸어요.

 

 

혼자 차를 마시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잠이 들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지고 말았어요.

가끔 거울 앞에 서서 용기를 내 보았지만 세상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지요.

 

 

어느 날, 우울한 마음을 떨치려고 책을 읽었어요. 멋진 집이 나오는 근사한 책이었지요.

두더지도 집을 꾸며 보기로 마음먹었어요.

 

 

더운물이 펑펑 나오는 욕실을 만들고

아름다운 꽃을 가꾸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근사한 거실도 만들었지요.

그리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었어요.

누구라도 이곳에 올 수 있도록요.

누구라도 이곳에 온다면 마음에 들도록요.

 

 

하지만 두더지는 여전히 혼자였어요. 좋은 집을 지었지만 그 좋은 집에서도 혼자라는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다시 잠을 청할 무렵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요.

 

 

문밖에 나가 보니 겨울잠 잘 준비를 못한 곰이었어요.

잠시 머뭇거렸던 건 당황해서였지 반갑지 않아서는 아니었어요.

두더지는 서둘러 곰을 따뜻한 방으로 안내했지요.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요.

이번엔 갑작스럽게 내린 눈 때문에 집을 잃은 개구리였어요.

따뜻한 욕조가 개구리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에요.

세번째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을 때는 겨우내 먹을 식량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토끼와 구렁이가 서 있었어요.

모두들 반가운 손님이었지요.

 

 

한밤중에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따뜻한 차를 준비하며 두더지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어요.

어느새 손님들은 제집처럼 편안히 잠들어 있었어요.

차가운 바람과 거센 눈보라가 칠지라도 두더지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어요.

두더지도 친구들 곁에 다가가 잠을 청했지요.

정말 행복한 밤이었어요.

그런데 두더지는 왜 울고 있을까요.

이 모든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에요.

외롭고 외롭고 또 외로웠던 두더지가 꾸었던, 행복하고 아픈 꿈이었어요.

그렇지만 이 책의 제목은 '행복한' 두더지이지요.

두더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두더지는 정말 행복해졌을까요?

아마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진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거든요.

똑똑똑!!!

 

 

예쁘고 슬프고 아름다운 책이다. 판화 그림의 투박한 느낌이 도리어 두더지의 외롭고 아린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해 주었다. 눈오는 밤에 몸을 의탁하는 동물 친구들 이야기는 자주 나왔지만, 이 책은 거기서 한발자국 더 나간다. 꿈이라는 반전이 있었지만, 그것을 다시 뒤엎는 희망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짧은 글속에서 찡한 감동과 다행의 한숨이 동시에 나왔다. 두더지를 격하게 응원한다. 우리 사회에 두더지에 감정이입이 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덧) 그나저나 '두더쥐'인 줄 알았다. 두더지가 맞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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