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과 마법사 압둘 카잠 노란상상 그림책 1
안젤라 맥앨리스터 지음, 김경연 옮김, 그레이엄 베이커-스미스 그림 / 노란상상 / 2010년 5월
구판절판


표지를 열면 나오는 첫 그림이다. 금빛이 빛나는 것이 정말 마법의 세계에 들어간 기분이다. 게다가 저 하얀새! 마술사들에게선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 아닌가.

이어서 뒷장으로 넘어가면 검은 배경에 "아이들이 있는 곳, 그곳이 낙원이다."
라는 문구가 나온다. 어쩐지 뭉클해진다. 몹시 이상적인 말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는 진리로 보이는 문장!
이제 본문으로 가보자.

레온은 친구들과 함께 마술을 보러 갔다.
서커스 공연장 같은 천막이 보인다.
뒤따라온 친구들은 마술 같은 거 믿지 않는다고 큰소리를 친다.
다 속임수라고 비아냥거리듯 말하기도 했다.
여자 아이인 리틀모는 시작도 하기 전에 실망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레온은 이 친구들이 크게 놀랄 거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
"마술은 마법이야. 믿어 봐!"
믿는 자에게 복이 있으리니... ^^

불이 꺼지고 황금빛 장식에 잔물결이 일더니 커튼이 천천히 열렸다.
커튼 사진은 찍지 않았는데, 보라빛이 도는 푸른 천과 금빛의 장식이 아주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펑!' 소리와 함께 세 명의 곡예사가 공중제비를 넘으며 무대 위로 내려왔다. 곤봉이 휙휙 날아다녔지만 결코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곡예사들이 재주를 부린 것이다. 관중들은 환호했다.

희미한 조명 속에 손풍금이 울렸다. 손잡이가 돌아가지만 손잡이를 돌리는 손은 보이지 않는다.
책날개를 펼칠 수 있게 편집이 되어 있는데, 접혔던 부분을 펼치면 마치 어둠 속에서 마법이 펼쳐진 것처럼 곡예를 부리는 온갖 인형들이 환상적인 느낌의 소품들과 함께 등장한다. 그림을 어떻게 그린 것인지 모르겠다. 콜라쥬 기법으로 만든 것인지, 하여튼 엄청 화려하고 근사한 분위기이다. 이 책 자체가 마법이 아닐까!

손풍금의 연주가 조용해지자 드디어 주인공 레온이 등장한다.
보랏빛 연기가 구름처럼 무대를 꽉 메웠다.
그리고 마술사 압둘 카잠이 나타났다. 그의 이름을 표시한 글씨조차도 남다르다.
재밌는 것은 곡예사들의 현란한 몸짓보다 글자가 나오는 부분의 프레임이 더 마술쇼처럼 보였다. 그래픽의 느낌도 나는 것이 마치 3D 안경을 끼고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분이다.
레온이 얼마나 흥분했을 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아무 것도 믿지 말라면서 무엇이든 믿으라고 말하는 압둘 카잠!
그의 선문답 같은 말이 마술이든 마법이든 뭐든 만들어낼 것처럼 보인다.
그의 소매에서 종이꽃이 나왔고, 비단 스카프의 색이 변했고, 하얀 손수건들은 비둘기가 되었다.
여기에 눈이 홀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심장은 톱밥으로 만들어진 것일 게다.
마법 상자 속으로 들어갈 자원자를 찾았을 때, 레온이 번쩍 손을 들었다.
겁도 없이 성큼성큼 상자 안으로 들어가는 레온! 모험에는 용기가 필요한 법!

단지 종이에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을 뿐인데, 그 바람에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연결해 주는 통로처럼 보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신비로운 곳으로 떨어진 레온. 그 레온을 마중 나온 소년이 있다.
소년은 이곳을 '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저기와 여기의 사이라는 말이다.
공간의 이름조차도 환상적이다.
객석에 앉아 있을 때보다 더 멋진 광경들이 연출되었다. 마술 양탄자라도 탄 듯 레온은 신나게 '사이' 속 세상을 즐겼다.
마법과 마술을 믿은 대가라고나 할까.

다시 객석으로 돌아온 레온. 그 사이 이곳에서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상기된 표정의 레온을 맞이하는 친구들 역시 이제 더 이상 마술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마술을 뛰어넘어 마법을 경험한 사람같은 얼굴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얼마나 신났을까.

사실 내용보다는 그림이 엄청 환상적이어서 더 먹고 들어간 작품이다. 동심이 살아있는 아이들이라면 더 신나게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글쓴이와 그림 작가가 다른데, 그림 작가분의 다른 책은 또 없는지 찾아봐야겠다. 몹시 매혹적이다. 금붕어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의 작가 데이브 맥킨을 떠올리게 한다. 좋은 작가를 만나게 해준 행운의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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