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사랑을 주세요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5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 달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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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센 공룡의 대표명사 티라노사우루스!
공룡이라면 자신처럼 힘이 세야 한다고, 그게 최고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티라노사우르스!
약한 이들은 겁쟁이라고 놀렸고, 자기 힘만 믿고 친구들을 거침 없이 괴롭혀 왔다.

모두들 티라노사우르스를 멀리 하고 두려워 했다.
하지만 티라노 역시 시간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하는 법!
나이 먹고 힘이 떨어지자 작은 공룡들에게도 조롱을 받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꼬리를 덥석 물리고 말아 아팠지만 늙고 힘빠진 티라노사우르스를 이제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더 이상 무리 속에 있지 못하게 된 티라노사우르스는 정처 없는 여행을 떠났다.
외롭고 슬프고, 물린 꼬리가 아프기까지 했지만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지쳐 잠이 들었던 티라노사우르스를 누군가가 깨웠다.
세상에나! 평소 맛있게 먹어치웠던 트라케라톱스가 아닌가!
습관대로 냉큼! 삼키고 싶었지만 새빨갛게 부어오른 꼬리 때문에 비명부터 나왔다.

작고 어린 트라케라톱스는 다쳐서 낑낑 대는 이 커다란 공룡의 정체도 모른 채 귀여움을 떨었다. 상처난 꼬리를 어루만져 주기도 했다. 커다란 공룡 아저씨가 안아 주니 신이 난 트라케라톱스는 친구들에게 새롭게 사귄 이 아저씨를 소개해주기로 했다.
어린 트라케라톱스들은 이 낯선 공룡을 환대해 주었다. 한꺼번에 포식할 수 있다고 좋아했던 티라노사우르스는 졸지에 작고 어린 친구들이 한꺼번에 많이 생기고 말았다.

어린 트라케라톱스들은 상처 입은 공룡 아저씨에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빨간 열매를 따주기 위해서 작은 머리를 나무에 콩콩 박았다. 하지만 나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힘센 티라노사우르스가 머리를 쾅 박자 열매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아파서 눈물이 났지만 좋아서 환호하는 어린 친구들 앞에서 티라노사우르스는 아픈 내색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픈 몸과 달리 마음은 감동으로 따뜻하게 차올랐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그런데 이때! 불청객들이 등장했다. 기가노토사우루스 두 마리가 눈을 번뜩이며 다가온 것이다. 처음에 티라노사우르스가 그랬던 것처럼 어린 트라케라톱스들을 맛좋은 먹잇감으로 보면서 말이다.
졸지에 티라노사우루스는 트리케라톱스들을 지키기 위해서 온몸을 바쳐 싸우게 되었다.
힘이 최고라고 믿어온 일생을 뒤집는, 숭고한 자기 희생의 순간이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야 티라노사우루스는 깨달았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시간이 흘렀다. 어린 트라케라톱스는 어엿한 아빠가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숲에서 빨간 열매를 먹고 있을 때 기가노토사우루스 두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자신보다 체격이 큰 공룡들이었지만 어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트라케라톱스는 온 힘을 다해 버텨냈다. 그 옛날 티라노사우루스 아저씨가 자기와 친구들을 지켜줬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이어지고 전염이 되고 계승되었다.

트라케라톱스는 어린 아이들에게 힘이 최고가 아니라 사랑이 최고로 중요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이제 아이들도 자라가면서 그 사랑을 몸으로, 마음으로 돌려줄 것이다. 그 싹이 이미 자라고 있다. 아이가 말했던 것이다.
"저에게도 그 사랑을 주세요."

'고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다. 첫번째 이야기가 가장 감동 깊었지만 이어지는 시리즈도 모두 메시지가 훌륭해서 여러 차례 읽게 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중요한 가치들을 말해주곤 하는 미야니시 타츠야의 작업에 늘 박수를 보낸다. 사람은 등장하지 않지만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힘주어 이야기한다. 그 깊은 울림을 오래오래 되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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