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역사] 에펠탑․증기기관차…세계박람회에서 탄생하다!
오는 5월 12일, 여수에서 세계박람회가 개최된다. 여수 엑스포는 ‘바다’라는 지역의 특성을 잘 살려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The Living Ocean and Coast)’이라는 주제 아래 8월 12일까지 3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바다의 자연생태를 보전하면서도 인간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로, 박람회 공간도 바다 위에 건설됐다.
전시관은 크게 주제관, 부제관, 국제관으로 이뤄졌다. 주제관은 한국관과 더불어 여수 엑스포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는 전시물로 꾸며진다. 부제관은 기후환경관, 해양산업기술관, 해양문명관, 해양도시관, 해양생물관 등 다섯 가지의 소주제로 다채롭게 구성된다. 세계 100여 개 국가들도 각자의 콘셉트로 국제관을 채운다. 빅오(Big-O), 디지털갤러리(EDG), 스카이타워 등 기술과 생태를 결합한 건축물과 미디어쇼, 해상퍼포먼스 등 다양한 행사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세계박람회는 참가국의 국가종합홍보를 위한 세계적 규모의 경제․문화 올림픽임은 물론 자국의 과학기술을 뽐내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박람회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그림 1]2012년 5월 12일 개최되는 여수세계박람회의 바다 전시장 ‘빅오’의 조감도. 사진 출처 : 2012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 1887년 프랑스의 수도 파리 서남부 지역에서 인부들의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만국박람회(Exposition Universelle)’를 준비하기 위해 건물을 짓는 소리였지만 인근 주민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파리에서는 1855년 제2회를 시작으로 세계박람회가 세 번이나 개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사장이 위치한 세느강변의 샹드마르스(Champ-de-Mars) 공원은 1867년 제4회와 1878년 제7회 행사가 열렸던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3월이 되자 지역민뿐만 아니라 파리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괴한 모양의 철골 구조물이 세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뼈만 있고 살은 없는 흉측한 모습인 데다가 전체 예상 높이가 300m에 달했다. 예술가들은 반대 모임을 결성해 ‘쓸모없고 흉측한 검은색 굴뚝’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반대파에 속했던 대문호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은 완공 후 매일 그 건물에 올라 점심식사를 했다. 이유를 묻자 “파리 시내에서 이 건물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장소는 여기뿐”이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 건물의 이름은 ‘에펠탑’으로, 1889년 제10회 세계박람회의 입구를 장식하기 위해 임시로 세워졌다. 설계자인 귀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 1832~1923)은 20년 계약이 끝난 후 소유권을 파리 시청으로 넘겼다. 철거 여론이 빗발쳤지만 전파 송신탑으로 탈바꿈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후 지금까지도 프랑스와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남아 있다.
[그림 2]1878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에펠탑.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철골 방식으로 에펠탑을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박람회를 통해 기술 강국의 면모를 뽐내기 위해서다. 1851년 5월 영국이 최초로 ‘대박람회(Grand Exhibition)’를 개최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인류의 발전과 지구의 평화’였지만, 실제로는 제국주의의 위세와 화려함을 만국에 알리기 위함이었다.
세계박람회는 ‘랜드마크’라 불리는 대형 건축물을 통해 기술문명의 위대함을 과시한다. 영국은 런던 하이드파크에 유리로 둘러싸인 조립식 건물 ‘수정궁(Crystal Palace)’을 세웠다. 프랑스는 에펠탑 맞은편 위치에 날개를 편 모양의 ‘샤이요 궁전(Palais de Chaillot)’을, 그보다 동쪽에는 유리 지붕으로 장식된 ‘그랑팔레(Grand Palais)’와 ‘프티팔레(Petit Palais)’를 지었다. 미국은 시카고 박람회 당시 최초의 대관람차 ‘페리스 휠(Ferris Wheel)’을 등장시켜 놀이공원의 탄생을 예고했다. 시애틀 박람회에서는 예산의 절반을 투입해 도시의 명물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을 지어 올렸다.
공식적으로는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박람회가 근대 최초의 세계박람회라 여겨진다. 당시 25개국이 참가해 1만 3,000여 개의 전시물을 출품했으며 5개월간 6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증기기관차가 처음으로 선보여 관람객을 흥분시켰는데, 이후 본격적인 철도 시대가 열렸다.
이후 세계박람회는 혁신적인 발명품을 최초로 선보이는 역할을 맡았다. 인류 문명을 변화시킨 많은 물건들이 박람회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876년 필라델피아에서는 전화기와 재봉틀에 관심이 쏠렸다. 파리에서는 1878년에 축음기의 시제품이 첫 선을 보였고, 1885년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는 자동차가 첫 선을 보였다.
미국 박람회에서 첫 등장한 제품도 많다. 1893년 시카고에서는 껌과 지퍼가 출품됐지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는 상인들의 아이디어로 빵, 고기, 양파를 합친 현대식 햄버거와 콘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39년 뉴욕에서는 TV가 공식으로 데뷔했다.
지금도 각국에서 열리는 갖가지 박람회에서는 온갖 종류의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현재 국제박람회(BIE)가 공인하는 행사는 크게 5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엑스포(World Expo)와 그 사이에 열리는 국제엑스포(International Expo)의 두 가지로 나뉜다. ‘등록엑스포’라 불리는 세계엑스포는 다양한 분야를 한꺼번에 전시하며, ‘인정엑스포’라 불리는 국제엑스포는 한 가지 주제를 선택하게 돼 있다.
1993년 우리나라 최초로 대전에서 열린 엑스포와 19년 만에 다시 열리는 여수 엑스포는 비정기 ‘국제엑스포’에 속한다. 그러나 공인된 행사임은 틀림이 없다. 인류 문명의 발전된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세계박람회, 이번에는 대한민국 여수에서 새로운 또 한 걸음을 내디딜 차례다.
글 : 임동욱 사이언스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