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 비튼, 세기의 아름다움
세상을 바꾼 50가지 드레스 디자인 뮤지엄 4
디자인 뮤지엄 지음, 김재현 옮김 / 홍디자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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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의 저지 플래퍼 드레스, 1926년경
남성 우월적이고,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 연연하지 않고 다리를 드러냈다.
플래퍼 드레스는 여성의 몸을 코르셋에서 해방시켰고 드레스를 입는 데 걸리던 시간도 크게 줄여 주었다.
허리를 조이고 무거운 원단을 사용하던 기존 디자인에서 벗어나 저지 원단으로 만든 코코 샤넬의 옷은 실용적이고 활동적이었다.
옷의 태도 근사하지만, 제일 마음에 든 것은 사실 신발이었다. 발에 착 감기는 느낌으로 맞춤형 신발로 보인다. 굽도 안정적이면서 적당히 높다. 모자도 아주 마음에 든다.^^

마들렌 비오네의 가데스 드레스, 1931년
제목처럼 여신 포스가 가득한 아주 여성적인 느낌의 드레스다.
몸의 곡선을 잘 살려내었고 자유롭고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핏이 매력적이다.

멩보쉐, 윌리스 심프슨의 웨딩드레스, 1937년
왕좌를 버리고 미국인 이혼녀 월리스 심프슨과 결혼한 에드워드 8세, 곧 윈저 공의 결혼식 장면이다.
30년대에 이렇게 심플한 디자인의 웨딩 드레스를 입었다니, 놀랍다. 마네킹에 입혀놓은 옷을 보아도 우아함의 극치를 달린다. 이 옷은 영화 '가비'에서 김소연이 소화했던 옷들을 떠올리게 한다. 아랫배에 엄청난 힘을 쏟아야 할 디자인이지만, 입어보고 싶은 옷이기도 하다.

노먼 하트넬, 엘리자베스2세의 대관식 드레스, 1953년
편안하고 착용감이 좋으면서, 종교의식이나 왕실 행사에도 어울리는 의상을 만들라는 임무를, 디자이너 노먼 하트넬은 제대로 완수했다.
왕실스럽게 화려하고, 대관식에 어울리게 장엄함도 보여준다. 그래도 왕관이 더 고급스러운 거겠지?

데이비드와 엘리자베스 임마누엘,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웨딩드레스, 1981년
뭐랄까. 이미 30년이나 지났으니 솔직히 내 눈에는 다소 촌스럽게 보이건만, 당시 이 결혼식을 지켜보던 세계의 여성들은 '공주 드레스'의 로망을 제대로 보여주는 옷이라며 감탄해 마지 않았을 듯하다.
왼쪽에 작은 사진을 보면 면사포가 아주아주 길게 늘어져 있는데, 이것 또한 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한다.
수줍으면서도 우아한 미소를 보인 다이애나비, 이때는 그래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행복했다고 믿고 싶다.

크리스티나 스탐볼리안, 블랙 플리츠 시폰 드레스, 1994년
찰스 왕세자가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불륜을 인정했던 순간, 다이애나비는 동정에 호소하기보다 어깨를 펴고 과감한 드레스로 시선을 끌었다. 사진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구두 또한 마놀로 블라닉! '복수의 드레스'라고 불린 이 원피스 한벌에 못된 찰스의 망언은 스포트라이트를 적게 받았다. 나쁜 찰스!!

윌리엄 트래빌라, 메릴린 먼로의 '7년 만의 외출' 드레스, 1955년
영화는 보지 못했어도 누구라도 알법한 메릴린 먼로의 지하철 통풍구 드레스 장면이다. 책에서 영화의 내용을 간략하게 알려주어서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멋진 장면을 보고 나는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가 이 옷을 입고 있는 장면이 떠올라 버렸다. 하하하^^

코코 샤넬, 샤넬 수트, 1950년대 후반
내가 좋아하는 샤넬 스타일의 트위드 자켓이다. 오늘날 샤넬옷은 명품 소릴 들으며 엄청 고가에 팔리지만, 이 원단은 당시 노동자 계급이 입는 옷에 주로 사용되던 값싼 트위드 원단이었다고 한다. 오, 획기적인 걸! 그나저나 모델이 오드리 헵번을 닮았다. 콧구멍도 닮았는데 진짜 오드리인지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세번째 사진은 분명 오드리 헵번!
위베르 드 지방시, 리틀 블랙 드레스,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역시 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도도한 옷차림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세실 비튼 사진전에서 보았던 우아하고 아름다운 사진들이 떠오른다.

이브 생 로랑, 몬드리안 드레스, 1965년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를 보았을 때 이 드레스에서 참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강렬하고 아름다울 수가! 게다가 순수 창작이 아니라 회화의 아름다움을 옷감 위에 옮겨 놓은 그 센스가 감탄스러웠다. 직각의 선과 어우러진 모델의 어느 정도 무표정한 얼굴이 조화롭기만 하다.

메리 퀀트, 미니 드레스, 1965년
디자이너의 포즈와 생김새마저도 윤복희를 떠올리게 한다. 미니 스커트를 유행시켰던 그 때와 시기도 겹치지 않던가? 옷 자체는 왼쪽의 작은 사진이 더 마음에 든다.

파코 라반, 메탈 디스크 드레스, 1966년
책에는 온갖 소재의 드레스가 등장한다. 종이 드레스도 인상 깊었지만, 미관상 더 아름다웠던 것은 바로 메탈 디스크 드레스였다. 그야말로 하의실종 패션이어서 또, 일상생활에서 소화할 법한 옷은 아니지만, 여하튼 간에 무척 눈길을 끄는 아름다운 옷이다.

오씨 클라크와 세리아 버트웰, 플로럴 프린트 드레스, 1970년
문양이 눈길을 확 끌었다. 완전 좋아하는 꽃무늬! 올봄엔 추위가 늦게 가고 더위는 지나치게 일찍 와버려서 꽃무늬 자켓도, 스커트도 입지 못했다. 안타까워라. 그 아쉬움을 이 사진으로 대신한다. 마네킹이 아니라 모델이 입고 있었다면 손의 모습이 더 우아했을 것 같다.

빌깁, 보이프렌드 LA 시사회에서 선보인 트위기의 의상, 1971년
흑백 사진인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데에 부족함은 없었다.
언뜻 삐삐가 떠올랐다. 그 자유분방한 느낌, 도도하고 당당한 느낌 말이다. 엄청난 공임이 들어갔을 법한 드레스인데, 상의 자켓이 특히 마음에 들고, 허리 부분의 주름도 아주 근사하다. 심지어 모자까지도! 완벽한 아름다움이다.

루디 건릭, 토플리스 드레스, 1970년
당당한 페미니즘인지, 혹은 그를 가장한 남성들의 눈요기인지...

밥 매키, 쉐어의 오스카 시상식 드레스, 1988년
영화의 분위기와 달리 시상식에선 제 색깔을 과감히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었을까. 육감이라는 말 그 자체인 드레스였다. 어쩐지 인어를 연상시키는 비늘 닮은 드레스이기도...

지아니 베르사체, 안전핀 드레스, 1994년
엘리자베스 헐리는 휴 그랜트와 사랑에 빠진 뒤 오래도록 단역을 전전했다고 한다. 그랬던 그녀가 1994년 연인인 휴 그랜트가 출연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시사회에서 과감한 안전핀 드레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사진만 보면 휴 그랜트가 조연 중의 조연으로 보인다.

에르베 레제, 밴디지 드레스, 1989년
아, 아름다워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그라데이션 먹힌 의상의 색감도, 모델의 지방기라곤 전혀 없는 저 각선미와 쇄골 선까지!

도나텔라 베르사체, 그린 실크 뱀부 프린트 드레스, 2000년
2000년 답다는 느낌이다. 저 대나무 숲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청정함이 느껴진다. 대단히 야하고 섹시한데 그러면서도 에덴 동산의 이브 같은 느낌으로 자연스럽기만 하다.

알렉산더 맥퀸, 사무라이 드레스, 2001년
보자마자 김연아가 떠올랐다. 포즈도 그렇거니와 꽃무늬 바탕의 피부색 옷감 때문에 더 그랬다. 사무라이보다 치파오 느낌이 더 들긴 하지만, 여하튼... 아름다운 옷이다.

알베르 엘바즈, 킹피셔 블루 실크 파유 벌룬 드레스, 2005년
오, 보는 순간 가장 입어보고 싶은 옷이었다. 이 정도면 가장 대중적인 디자인이 아닌가. 소재도. 노출도. 그런데 옷을 입은 모델은 옷의 느낌보다 더 나이가 들어보인다.

롤랑 뮤레, 갤럭시 드레스, 2005년
뭔가 포스가 강한 전문직 여성을 떠올리게 한다. 오른쪽 큰 사진보다 왼쪽의 작은 사진의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든다. 무릎이 저 정도로 붙으면 활동성은 포기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아한 걸음걸이를 재촉할 것만 같다.

후세인 살라얀, LED드레스, 2007년
마지막 사진이다. 어떤 소재든 패션으로 소화할 수 있는 마당이니 LED도 놀라운 것은 아니다. 다만 저 영롱한 오로라빛이 아름다워서 시선을 잡아 끈다. 패션의 진화와 새로운 도전은 끝이 없을 모양이다. 기대하고, 기다리게 된다. 뭐... 내가 입을 옷이 아니라 할지라도...^^

세상을 바꾼 50가지 시리즈 중에서 내가 가진 유일한 '드레스' 책이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신발' 편도 궁금해진다. 그곳에도 내가 신기는 어려울 테지만, 궁금해 마땅한 신세계가 가득 펼쳐져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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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1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2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2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3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2-05-0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코 샤넬 다룬 영화를 보면 어찌나 옷들이 하나같이 멋진지요! 평생 샤넬 옷 한번 정도는 입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면서 말입니다.
'라무르'에서 스타디움 가득히 걸어나오던 이브생로랑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도 인상 깊었어요.

마노아 2012-05-03 09:53   좋아요 0 | URL
라무르 보면서 저도 침 흘렸던 기억이 나요. 코코 샤넬 영화도 보고 싶어요.^^ㅎㅎㅎ

메르헨 2012-05-02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보면서 입고 싶다....계속 그럽니다^^

마노아 2012-05-03 09:54   좋아요 0 | URL
침이 꼴깍이지요? 근사한 옷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