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
레인 스미스 글.그림,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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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옛날,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태어났을 땐 컴퓨터나 휴대 전화는 물론 텔레비전도 없었던 시절!

농장에서 살았던 할아버지는 돼지도 치고 옥수수와 당근도 길렀대요.

닭도 기르고요. 나무로 표현한 할아버지의 닭이 아주 늠름해요. 마치 날개를 펼치기 직전의 공작새 같아요.

 

할아버지는 4학년 때 수두에 걸려 온몸에 물집이 생겼대요. 나무에 마치 앵두가 가득 열린 것 같은 모양새예요.

새도 빨간 열매를 입에 물고 있어요. 재치 넘치는 그림이죠.

 

할아버지는 학교에도 못 가고 집에 있어야 했답니다. 그때 비밀 정원과 마법사와 꼬마 기관차 이야기를 읽었대요.

할아버지 안에서 쌓이는 문화적 감수성은 이렇게 나무 가꾸기로 다시 탄생했겠지요? 멋진 재능이에요.

 

 

중학생이 되었을 때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생겼답니다. 귀밑 머리 나풀거리는 앳된 소녀였을 거예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요. 원예사가 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세계대전이 일어나서 전쟁에 나가야 했답니다.

빨간 꽃잎같지만 저것은 피흘리는 전쟁의 참상을 떠올리게 하네요.

 

 

어느 날 작은 카페에서 만난 아가씨와 할아버지는 사랑에 빠졌어요. 어쩌면 그 카페 종업원이었을지도 몰라요.

두 사람은 전쟁이 끝나고 결혼했대요. 웨딩케이크로 분한 나무 케이크가 웰빙 녹차 케이크로 보여요.

두 분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대요. 싸운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지만 그건 할아버지 말씀이고요. 진실은 아무도 몰라요!

두분은 아들딸도 많이 두셨어요. 손주는 훨씬 많이 생겼지요. 증손자도 생겼는데 그게 바로 저예요.

저 속에서 월리를 찾아라!도 가능하겠어요.

 

 

증조할아버지는 기억력이 참 좋으셨어요. 지금은 많이 늙으셔서 밀집모자를 머리에 쓰고서도 찾게 되는 일이 생겼지만요.

하지만 괜찮아요,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정원이 모든 걸 기억하니까요.

이 정원은 할아버지 그 자체예요. 할아버지의 인생, 거기서 파생된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리고 아마도, 이 귀여운 증손자도 할아버지를 엄청 닮을 것 같아요.

이야기 정원의 이야기 숲은 앞으로도 계속 오래오래 푸르를 거예요. 대를 이어, 역사를 담아, 이야기를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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