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븐시즈 7SEEDS 20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출간을 오래 기다려왔음에도, 바쁜 나머지 사두고서 한참 지난 뒤에야 읽게 되었다. 출간 간격이 길다 보니 앞 이야기를 까먹기 일쑤, 친절하게도 앞쪽에 간추린 줄거리를 붙여준다.
거대 운석과 지구가 충돌해서 모든 것이 소멸되어버린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세븐 시즈! 영문도 모른 채 미래로 보내진 아이들이 있었고, 태어나서 줄곧 17년 동안 미래로 가기 위해 서바이벌 훈련을 받은 아이들이 있다.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정말 목숨을 걸고 싸운 뒤였고, 모두 합해서 7명만 미래로 갈 수 있었다. 그리하여 미래에서 마주친 이들은 서로에 대한 오해가 쌓이고 또 위험한 상황 속에서 서로가 적이 되기까지 하는 극한 상황에 빠져버렸다. 게다가 거대한 배 안에 갇힌 채 미사일 자동 발사 7시간 정도 남은 상황이다. 이 무기가 핵무기라면, 그리하여 일본으로 쏴진다면 이 무지막지한 환경의 지구가 다시 끝장날지도 모른다. 이렇게 더 몰아칠 곳도 없이 이미 최악인 상황 속에서 작가 타무라 유미는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제시한다. 늘 느끼지만, 작가분 천재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0429/pimg_787603133756856.jpg)
안고의 슬픔과 분노가 늘 가여웠다. 강풀 작가 어게인에서 제 목소리를 팔아 저승사자가 된 메신저가 떠오른다. 그의 독기 어린 눈과 살기 속에 감춰진 그의 슬픔과 분노 말이다. 안고에게서도 그랬다. 자신들이 죽을 것 같은 환경에서 겨우 온 것에 비해 여름 B팀은 무임승차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래서 하나를 죽도록 방치했고, 아라시도 위험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그 아라시 덕분에 안고는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덫을 찾는다. 스스로 거부하지 못하도록 교육받았지만, 거부하지 못한 책임감이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무겁게 인정해야 했다. 시게루의 죽음에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스스로에게 가혹하게 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시게루를 인정하지 못한 못난 자신의 반증이라는 것도 똑바루 마주쳤다. 그렇게 시게루와 화해하고 마음의 족쇠를 풀어낸 그에게 진정한 안식과 자유가 찾아온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0429/pimg_787603133756857.jpg)
여름 A팀과 여름 B팀이 미래로 보내진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빠르게 적응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A팀과, 보다 창의적인 해결 키워드를 생각해 내는 B팀은 환상의 조화를 보였다. 미사일 발사를 멈추기 위해서 발사 해제 키워드를 찾아내는 모습을 긴박하게 지켜보았다. 자주 얘기하지만, 이 작품은 영상으로 만들어져도 대박일 것 같다. 다만 이렇게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한편짜리 영화로 줄이는 것은 아주 안타까운 일!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0429/pimg_787603133756858.jpg)
어제는 귀가하는 길에 직장 동료와 만화 이야기를 하다가 이 작품 이야기까지 나왔다. 남자여서 그런지 순정만화 취향의 그림체가 마음에 안 들어서 보다가 말았다는 것이다. 눈이 너무 크다고.ㅜ.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주 안타깝다. 내 눈에 기생수 같은 그림은 아주 지저분한 그림체이지만, 그것 때문에 작품의 재미나 질이 떨어진다고 여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배우가 마음에 안 들어서 재밌는 영화나 드라마를 거부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런 이유로 거부하는 사람은 아주 많다. 남자나 여자나. 개인 취향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다만 안타까울 뿐(게다가 이 작품의 눈 크기는 봐줄만 하지 않나? 클림트 그림의 쏟아질 것 같은 별이 둥둥 뚠 눈동자를 떠올린다면...).
폐허로 가득하고, 문명도 사라지고, 살아있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은 가혹한 지구 환경이건만, 그 와중에도 이 세계를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라도 살아야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이 있다. 그 마음이 고맙고 가엾고, 그래서 벅차다. 오래도록 하나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는데 다음 편에는 그녀가 나오지 싶다. 결코 죽을 인물은 아니니까. 불사조처럼 살아 돌아오기를! 그래서 아라시와 꼭 조우하기를. 미래로 보내진, 아마도 유일해 보이는 연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