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 마을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창비아동문고 267
최양선 지음, 오정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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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절반은 먹고 들어간 소설이었다. 뭔가 미스테리한 느낌도 나고 신비로운 느낌도 나는 제목. 그림도 한몫을 했다. 그래픽 느낌이 가득한데, 작품의 내용을 생각한다면 무척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작품의 배경이 독특하다. 지구 끝에 있는 자작나무 섬! 이곳에는 도시에서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들이는 거대한 고물상이 있다. 마을 사람들의 유일한 일터가 되어준 고마운 곳이다. 그런 이 섬에 새로운 교장 선생님이 오시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교장 선생님은 섬에 어떤 목적을 갖고 들어오셨고, 섬마을의 학생 보담이는 그런 교장선생님의 비밀을 파헤치고 싶어한다. 마을엔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하다. 인어공주와 짝을 이루는 바다 마녀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고, 헤엄을 잘 치는 소라는 고물상의 주인 해모 할머니로부터 이상한 비밀 글자를 배우고 있다. 소라의 단짝 친구 보담이는 한번도 보지 못한 엄마를 그리워한다. 아빠는 엄마와 이혼했다고 하시지만, 보담이는 엄마가 실종된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보담이의 발달된 촉에는 실종된 사람들과 그들이 집착했던 어떤 물건과의 관계가 잡히고, 이 미스테리한 사건을 헤집으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니까 작품은 어느 정도의 판타지와 어느 정도의 미스테리함이 곁들여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맞다. 인간들의 오만의 상징인 바벨탑이 등장하고, 문명에 찌들고 편하고 화려한 것들에 잠식되어간 사람들이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들도 제법 교훈적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런 주제의식을 이야기 속에 빨아들여 끌고 가는 힘이 좀 부족하다. 뭐랄까. 좀 산만한 느낌? 그리고 주인공들의 이름은 무척 예쁘지만 무척 겉돈다. 모든 등장인물을 '이름'으로 표현한 것도 그 산만함에 보탬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가 교장 선생님이든, 학생이든, 할머니든, 사장님이든 누구든든든... 이름으로 상대를 표현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런 소설 속에서는 독자와 처음 만나는 인물인 까닭에 몰입할 여유를 주지 않고 자꾸 새로 만나는 기분을 주어서 더 낯설게 보인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지만 반드시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 짓지 않고 적절한 긴장감을 준 것은 반가웠다. 지극히 현대 문명의 이기 속에서 잘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지만, 어린이들도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책 마지막에 지은이의 말을 읽으며 뭉클해졌다. 작가님의 마음속 고물상에 차곡차곡 쌓인 사람들에게 연민을 가진다. 우리 모두가 연민을 느끼고 함께 안타까워해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들이 언젠가 작가님의 마음 속에서 뛰쳐나와 또 다른 이야기로 독자들을 만날 것이다. 더 깊이 무르익을 그 이야기들에 대해 미리 궁금해진다. 따뜻하고, 보다 신나는 이야기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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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6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16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