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친구 할래? 내책꽂이
수지 모건스턴 지음, 클로드 K. 뒤부아 그림, 김영신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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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모건스턴 답게 예쁜 글이다.

주인공 마리는 시골 집으로 이사를 갔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시골 생활에 깊은 로망을 갖고 계셨다. 두분은 완벽한 결정이라고 여겼지만, 파리에 정든 친구들을 두고 온 마리는 불만이 많았다. 낯선 학교와 선생님, 게다가 단짝 친구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여러모로 마리는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친구를 만들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마리였다. 그래서 마리는 질문지를 만들었다. 20개의 질문을 담아서 친구들에게 직접 물어볼 생각인 것이다.

 

마리의 질문 내역을 보자. 아주 귀엽다!

1. 케첩이 좋아, 마요네즈가 좋아?

2.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 듣는 것이 좋아?

3. 단짝 친구가 있니?

 

난 케첩이 더 낫다. 마요네즈는 칼로리가 후덜덜해 보인다. 그렇지만 참치를 볶아서 마요네즈 발라 먹으면 어찌나 맛있던지...
이야기하는 것이 더 재밌긴 하지만,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은 한다. 단짝 친구는 요즘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있다.

 

4.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좋아,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좋아?
5. 고민이 있니? 제일 무서운 게 뭐야?
6. 친구랑 싸운 적이 있니?

 

4번의 질문은 둘 다 가능한 친구가 가장 좋다. 그렇지만 완벽한 합집합은 좀 힘들겠지? 어느 정도는 교차하고 어느 정도는 어긋나는 법이니까.

 

7번은 사진에 나와 있다. 난 나랑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반대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향이 있음을 고백한다. 불편하면서도 부러워하는 어떤 감정일 것이다.

 

8. 용감하게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할 수 있니?

9. 친구가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기뻐할 수 있니?

 

예스!가 바람직한 답이지만, 가끔은 그러기 힘들 때도 있음을 인정한다. 부끄럽다.

 

10. 수다를 좋아하니?
11. 무슨 이야기를 좋아해? 친구? 옷? 만화 영화? 학교? 유령?

12. 친구는 왜 필요할까?
13. 웃는 것을 좋아하니?
14. 장점은 뭐야?
15. 단점은 뭐야?

 

마리의 질문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가볍게 대답할 수 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한 질문들이기도 하다.

 

16. 너를 실망시킨 친구가 있니?

 

나를 실망시키는 친구도 속상하지만, 내가 친구를 실망시키는 건 더 두렵다.

 

17. 친구란 뭘까?
18. 학교가 끝난 후에는 뭘 하니? 심심하고 지루할 때는 뭘 하니?
19. 너의 비밀과 슬픔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니?
20. 나랑 친구 할래?

 

결국 하고 싶은 말은 20번이었는데, 그걸 끄집어내기 위해서 저렇게 많은 질문들이 필요하다고, 마리는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이 마음에 들면 멋진 친구가 될 거라고도 여긴 것이다. 어린아이답고, 순진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답답하기도 하다.^^

 

 

학교를 쉬는 수요일엔 옆집 할머니가 마리를 돌봐주셨다.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화초를 심는 일을 함께 해주는 할머니가 참 근사하다. 게다가 지혜로운 말솜씨까지! 역시 나이는 거저 먹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지혜롭게 늙어야 할 텐데...

 

마리는 옆집 할머니네서 방석 두 개를 빌려서 쉬는 시간마다 학급 아이들을 초대해서 질문을 건넸다. 그렇게 해서 자신만의 단짝 친구를 찾으려고 한 것인데 영 신통치 않다. 다행히도 똑똑한 마리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저런 질문지부터 앞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을, 비교적 빨리 깨닫는다. 더 용감한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마리가 전학을 간 학교에는 마리처럼 친구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익숙한 아이들 사이에서도 자주 등장할 수 있는 어려움이다. 그걸 피하지 않고 바로 받아들인 아이들은 곧 좋은 친구를 만든다. 친구만들기와 우정에 대해서 고민할 법한 어린이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예쁜 책이다.

 

 

수지 모건스턴의 글들은 무척 기발한 편이지만, 그 바탕에 따뜻한 배려와 감동이 늘 깔려 있었다. 그녀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하게 되는 이유다. 게다가 이 책은! 표지도 예쁘지 않은가. 사랑스러운 그림이다. 장자끄 상뻬 그림이 좀 더 여성스럽게 변하면 이런 느낌이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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