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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ㅣ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표지가 환상적으로 아름답다. 제목도 섬뜩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에선 백설공주에 대해서 잘못 각인된 이미지가 있어서 그걸 깨뜨리는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근거도 없는 상상을 했었다. 전혀 아니었다. 그냥 스릴러 소설이라고 보면 된다.
작품의 배경은 알텐하인이라고 하는 독일의 작은 마을이다. 그곳 출신의 청년 토비아스는 살인죄로 10년을 살고 이제 막 석방되었다. 동창인 나디아는 그 10년 사이 유명 배우가 되었지만 긴 시간을 한결같이 기다려주었고, 토비아스와 새 출발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토비아스는 자신 때문에 죄인이 되어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살고 계신 아버지를 홀로 둘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일이 빌미가 되어 엄마와 이혼하게 되셨고, 잘 나가던 식당은 문을 닫은지 오래였다. 그리고 죄값을 치루고 나온 토비아스를 마을 사람들은 대놓고 구박하고 따돌리고 심지어 테러도 가했다. 토비아스는 정말 사람을 죽였을까?
사건 당시 토비아스가 가장 큰 용의자였던 것은 맞다. 하지만 토비아스는 그날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두 소녀가 사라졌고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들은 토비아스가 범인이라고 말을 했다. 법정에서는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자신의 죄를 시인하지도 않는 토비아스에게 중형을 내렸다. 그리고 10년 세월이 흐른 것이다. 스무 살의 청년은 이제 서른살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10년을 도둑 맞았지만 그것이 정말 자신의 죄로 인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가 없어 답답할 뿐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인근 공항에서 사람의 유골이 발견된다. 유골의 신원을 파악하고, 작은 마을 알텐하인에서 토비아스가 재출연하면서 벌어지는 긴장감은 10년, 정확히는 11년 전에 있었던 끔찍한 살인 사건의 전모에 모두를 끌어당긴다. 덮어버렸던 진실은 결국 제 몸을 드러내고,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발을 빼지 못하고 다시금 이 일에 휘말린다.
작품은 토비아스가 출소되는 날부터 시작해서 모든 사건이 마무리 되는 약 20여 일 간의 이야기를 쭉 풀어놓았다. 이렇다 할 특징조차 없던 작은 마을이었건만, 그 마을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은 무수한 사람들을 거미줄처럼 엮으면서 그들의 썩은 양심과 지독한 이기심을 가차 없이 비쳐주었다. 자신의 이기심에, 혹은 제 자식의 안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양심을 저버리고 다른 사람의 인생이 파멸로 치닫는 것을 방치했던지... 그 끔찍한 이기심에 환멸이 일었다.
비단 살인 사건에 연루된 사람 뿐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잘난 명예를 위해서, 안전한 위치를 잃고 싶지 않아서, 또 누군가는 자신의 불법 행위를 감추기 위해서 제 힘을 휘두르고 누군가의 희생을 외면한다. 어떤 이는 바람을 피운 배우자 때문에 괴로워했고, 상처입은 제 영혼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지금껏 몰랐던 제 안의 폭력성을 목격한다. 인간은 누구나 완전하지 않지만, 이렇게 자신의 바닥을 낱낱이 보여주는 이야기라니, 이 책은 기대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얽혀 있는 이야기의 전모가 드러나는 것도, 그 과정에서 보여준 각각의 군상들의 모습도 섬뜩하리만치 놀라웠다. 다만 후반에 범인들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난 뒤 모든 것을 마무리하는 과정이 조금 급해 보였고, 다소 간의 유머는 있었지만 기대했던 어떤 '감동'은 조금 부족했기에 별점은 하나 깎았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이 책이 시리즈의 첫 타자가 아닌데도 먼저 나온 것은 베스트셀러로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그녀의 다른 책들도 더 지켜보고 싶다. 형사 콤비인 보덴슈타인과 피아가 사건을 어찌 해결하는지 더 보고 싶기 때문이다.
덧글) 탈자가 있다. 504쪽 첫줄에 보덴슈타인 다음에 조사가 빠졌다. 보덴슈타인은-으로 고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