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이야기 지원이와 병관이 7
김영진 그림, 고대영 글 / 길벗어린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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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가 배달되던 순간, 지원이와 병관이는 잔뜩 신이 났다.
한 달에 한 번, 아빠가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 지원이네는 피자를 시켜 먹는다.
로고를 보니 도미노 피자다. 간밤 내 꿈에도 나왔던 도미노 피자...^^

얼마나 신이 났는지 병관이의 입이 귀에 가 걸렸다.

그런데 저녁 약속이 취소되어서 일찍 돌아오신 아빠.
이럴 땐 엄마가 난감해진다. 새로 밥 지어달라고 하면 센스 없는 아빠!

하지만 아빠는 찬밥으로 직접 김치볶음밥을 해드신다. 대단한 아빠다.
식탁 위의 피자보다 스파게티가 더 먹음직스럽다. 비록 오늘 도미노의 토마토 치즈 스파게티는 먹지 못했지만 까르보나라 크림 스파게티를 와인과 함께 먹을 수 있어서 부럽지 않다. 음하하핫!!!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진수성찬은 이렇게 끝!
다음 날 아침 반찬은 된장찌개다. 병관이의 표정이 바로 시무룩해졌다.
소시지 구워달라는 투정에 지원이도 합세했다.
엄마는 저녁에 구워주기로 약속했지만 아이들은 영 만족스럽지가 않다.
두부 반찬을 참 좋아하는 나로 서는 두부 된장찌개는 웰빙에 맛좋은 식단인 것을!!

다행히 점심 급식 메뉴는 아이들이 사랑하는 카레밥에 고구마맛탕, 깍두기와 칼슘요구르트다. 으하하하핫, 나 오늘 카레도 먹었는데...^^

식판에 음식을 받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다. 저 멋탕은 나도 먹고 싶다. 꿀꺽!


점심을 맛있게, 그리고 배불리 먹은 지원이는 발걸음이 힘차다.
고구마 간식을 마다하고 태권도장으로 향하는 지원이.
태권도에서 또 열심히 열량을 소비하고 난 지원이와 병관이는 장 보러 가는 엄마와 마주쳤다.
이럴 땐 따라가는 게 진리!

저녁 메뉴가 고민인 엄마는 카레를 제안하지만, 점심 때 카레를 먹은 아이들은 스파게티를 요구한다. 하지만 한식을 먹여야겠다고 생각한 엄마에 의해 스파게티는 내일 점심으로 밀린 상태!
아이들의 요청으로 과자 한 봉지씩 고르라고 하였더니 과자를 고르는 병관이의 모습은 거의 전투 태세다.
본인이 좋아하는 양파과자를 바로 집어든 지원이에 비해서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게 많은 욕심 많은 병관이는 좀처럼 베스트를 고를 수가 없다.


초코 과자로 정한 뒤에는 동그란 것으로 할까 기다란 것으로 할까 고민에 싸여버렸다.
두 개 다 고르면 안 되겠냐고 했다가 구박 받은 병관이.
엄마가 성질이 급했으면 하나도 못 건졌겠지만, 다행히 하나는 고를 수 있었다.
병관이는 초콜릿이 입혀진 막대과자를 집었다. 빼빼로인가?


저녁 식단은 새싹비빔밥과 김치, 그리고 소시지구이다.
"누나 4개, 나 4개, 엄마2개"라고 재빨리 몫을 나누는 병관이.
하지만 평소 소시지를 잘 안 드시는 아빠도 드시겠다고 한다.
그 바람에 지원이와 병관이는 소시지가 3개로 줄었다.
아무래도 영양을 생각해서 아빠가 대신 덜 좋은(!) 음식을 섭취하기로 결심하신 듯!
지원이와 병관이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그나저나 식탁 주변에 이런 저런 동물들이 자리한 것이 재밌다. 펭귄과 토끼와 양과 돼지가 보인다. 매번 식탁에서 발휘되는 김영진 작가의 고정 웃음이다.

맛있는 것을 먼저 먹는 지원이가 맛있는 것을 아껴뒀다가 먹는 병관이에게 소시지 하나만 달라고 한다. 아주 빠른 손놀림으로 제 그릇을 사수하는 병관이. 표정도 심상치 않다.
하나 건져 먹겠다고 하다가 싸움이 벌어질 모양새다.
결국 아빠가 지원이에게 소시지 한 개를 주시면서 야채도 먹으라고 권하지만 금세 토라지는 지원이다.



사실 요새 지원이는 고민이 많다.
야채를 잘 먹지 않고 살도 찐 것 같으니 고민스럽다.
아빠는 야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요리해 주라고 하지만, 이런 식의 반응은 차가운 대꾸만 부를 뿐이다.
"당신이 배워서 해 주세요!"

하하하...
소시지는 지금의 나도 아주 좋아하는 음식인지라 지원이의 입맛이 이해가 간다. 어릴 때에 편식을 안 했더라면 더 건강하게 자랐을 것 같지만, 어릴 때 그게 되나... 사실 커서도 잘 안 되는데...;;;;



빨간 비닐에 싸인 소시지 하나 먹던 지원이의 상상의 나래를 보자.
살 찌고 몸에 안 좋은 음식만 좋아하다가 퉁퉁하게 변해버린 지원이가 곳곳에 있다. 소시지와 햄버거, 피자와 초코파이... 아흑, 나도 초코파이 먹었는데...^^'''

심지어 나무 숲의 잎사귀도 돼지 모양을 갖추었다. 지붕의 기와들은 어째 초콜릿 같다,
치킨과 같이 먹은 콜라도 보이는구나. 어이쿠!!

아빠는 야채 잘 먹게 하는 법을 검색했다.
*아이에게 억지로 야채를 먹게 하지 마세요. 그러면 점점 더 싫어합니다.
*야채를 잘게 썰어 볶음밥을 해 주세요. 그러면 잘 먹습니다.
*야채를 고기로 싸서 요리해 주세요. 좋아하는 고기와 함께 먹을 수 있게 하세요.

사실 모두 엄마가 이미 하고 있는 방법들이다. 다만 새로운 정보가 눈에 띈다.
*텃밭을 가꾸세요. 스스로 키운 야채는 맛있게 먹습니다.

텃밭을 가꾸려면 주말농장을 해야 하는데, 휴일이 아쉬운 아빠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래도 이런 걸 고민하고 검색도 하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참 보기 좋다. 이 정도도 못하는 아빠들이 많을 듯...
컴퓨터 줄에 매달린 악어와 코끼리, 양과 오리, 사슴과 원숭이 등등을 같이 사진에 담았어야 했는데 아쉽다.

오늘은 놀토! 아이들은 점심 메뉴가 궁금하다.
메뉴는 얘기했던 대로 스파게티인데 자장면 먹고 싶다는 병관이와, 스파게티 별로라고 하는 아빠.
이번에도 역시 엄마의 노여움을 일으키는 반응들이다.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다 상에 올릴 수는 없는 노릇!
그림에는 보쌈과 짜장면 비빔밥과 김밥, 어묵과 스파게티, 돌솥밥에 냉면까지, 갖은 음식들이 모두 놓여 있다. 물론, 이렇게 차렸다는 것은 아니고 이런 음식들을 원한다는 것!
익살스럽게 그렸음에도 군침이 절로 나는 메뉴들이다. 이 중에서 나는 짜장면이 땡긴다.^^



점심 설거지는 아빠 차례. 아핫, 아빠도 주5일 근무구나!
사실 늘 이렇지는 않으신가보다.
아침에 또 된장찌개가 나왔다고 불만을 던졌다가 엄마의 불꽃슛을 받은 것이다.
"남은 걸 어떡하고 매번 새 반찬을 만들어요!"

이럴 땐 엄마의 일거리를 덜어주고 쉬게 해주는 게 상책!
아빠는 지원이와 병관이를 데리고 학교 운동장으로 놀러 나갔다.
덕분에 엄마는 오랜만에 혼자 쉬면서 텔레비전도 시청하신다.
저녁 식단도 삼겹살로 이미 정해 놓았기 때문에 마음엔 여유가 가득하다.
점심 먹고 돌아서면 바로 저녁 메뉴가 걱정이라는 주부의 생활 리듬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
현실에서는 저렇게 소파에 누워서 리모콘만 끼고 있는 사람은 대개 아빠이지 싶다. 그러니 지원이와 병관이의 아빠는 정말 모범적인 사람이랄까.
조카의 사례를 보면, 아빠는 가끔 놀아주지만 좀 화끈하게 뛰면서 놀아주는 경향이 있어서 아이들은 거기에 흠뻑 빠져 무척 신나 한다. 지금 지원이와 병관이의 표정이 딱 그렇다. 게다가 이렇게 사랑스런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주는 아빠의 표정도 무척 행복해 보인다. 아주 바람직한 가족의 모습이다.

실컷 뛰놀고, 허기진 배는 사랑의 삼겹살로 채운다. 아빠가 고기를 굽고 아이들은 쌈을 싸서 맛있게 먹는다. 고기 안의 야채가 아니라, 야채 안의 고기다. 어쨌든 야채도 함께 섭취했으니 오늘의 식단은 성공!
저녁 설거지를 하면서 엄마는 내일 아침 메뉴 때문에 또 고민스럽지만, 이렇게 단란한 가족의 포근한 식사가 이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풍경이라는 것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이야기의 진행 방식이 매번 비슷하기는 하다. 아이들이 뭔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하지만 그것을 잘 해결해 나가고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 그런데도 반복되는 구조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아이들의 캐릭터가 분명히 살아 있어서 그 자체로 이야기가 있고, 그림 곳곳에 작가가 새겨놓은 장치들이 찾아보는 재미를 선사해 주고 있다.
이렇게 스케치 밑그림을 들여다보는 것도 아주 맛있다.
다음 번엔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지원이와 병관이가 오래오래 자신들의 얘기를 들려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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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1 18: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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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1 21: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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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2 0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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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2 13: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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