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멀어질수록 병에 가까워지고, 자연에 가까워질수록 병에서 멀어진다.”
― 지슨 박사(Dr. Marx Gurson)
추운 겨울, 기온이 내려가고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차(茶)가 생각난다. 요즘은 커피에 밀려 그 수요가 줄었지만 차는 여전히 인기 있는 기호식품이다. 게다가 건강에도 좋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있을 만큼 차의 효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차는 세계의 음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중국의 당나라 육우(陸羽, 727~803)가 쓴 다경(茶經)에 따르면 기원전 2700년경의 신농(神農) 시대부터 차를 마셨다고 하니 그 역사가 5000년에 이른다. 차는 처음부터 기호음료로 마신 것이 아니다. 우연히 약용으로 발견된 후 점차 경험적으로 차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오랫동안 민간에서 널리 이용돼 왔다. 차에 함유된 성분으로는 카테킨과 카페인이 잘 알려져 있다.
카테킨은 차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수용성 성분이다. 이 성분은 차의 독특한 떫은맛을 낸다. 카테킨은 구조상 수산화기(OH-)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여러 가지 물질과 잘 결합한다. 바로 이것이 독을 해독할 수 있는 비결이다. 약초의 주요 독성분과 카테킨이 결합해 해독 효과를 내는 것이다. 카테킨은 그밖에도 다양한 의학적 작용을 나타내는데 대표적으로 항산화 효과가 있다. 우리 몸의 지방 성분은 활성산소에 의해 산화돼 각종 과산화지질로 변성된다. 이것은 우리 몸의 세포를 공격해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찻잎이 다른 식물의 잎과 달리 갖는 성분으로 데아닌(theanin)이 있다. 데아닌은 녹차에 2~3% 함유된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흥분을 가라앉히는 진정작용이 있고 차의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다. 데아닌은 심신을 안정시키며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의 뇌파 지표인 알파파를 낸다고 밝혀졌다. 데아닌은 카페인에 의한 뇌 내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의 상승을 억제해 흥분을 억제하고 혈압을 떨어뜨리는 작용도 한다.
차를 많이 마시면 비만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미 우리 식탁은 각종 채소류가 많던 전통 한국식에서 기름진 서양식으로 상당히 변했다. 식사 후 우리 피 속에는 기름기가 급격히 많아져 이는 비만을 부르고 결국은 건강을 망치게 된다.
비만이 걱정된다면 녹차를 물처럼 마셔라. 그 순간부터 수분이 충분히 공급돼 피부가 촉촉해지며 독소는 배출되고 지방은 분해된다. 녹차를 자주 마시기 때문에 공복감도 줄어들어 음식을 가까이 하지 않게 된다. 녹차를 마시기만 해도 일석 삼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녹차의 탁월한 다이어트 효과를 증명하는 연구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으니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림] 녹차의 효능은 다양하지만 그중 혈액 내 지질을 감소시켜 줘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사진 출처 : 동아일보
녹차를 마시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왜,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녹차는 섭취한 지방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주고 우리 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증가시키며 체지방 형태로 몸에 저장되는 지방을 줄여 다이어트 효과를 내는 것이다.
먼저 녹차는 섭취된 지방이 위, 장관에서 분해돼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억제한다. 그리고 소장에서의 콜레스테롤 흡수를 막고 배설을 촉진한다. 외부에서 섭취되는 콜레스테롤뿐만 아니라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콜레스테롤 합성도 막아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녹차의 다이어트 효과는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obesity’지에 발표된 논문에는 90일간 하루에 녹차 카테킨을 880mg 섭취한 사람들이 섭취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복부 내장지방면적이 5.6cm² 감소했고 허리둘레가 1.9cm, 체중은 1.2kg 감소했다고 보고됐다.
다이어트 효과를 얻으려면 하루에 카테킨 함량으로 500~600mg 정도를 마시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녹차로 환산하면 100% 녹차의 경우 하루 10잔 정도다. 약 2달 이상 꾸준히 마셨을 때 체중은 1~4kg, 체지방은 1~2kg 정도 감소된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별도로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하지 않고 평소대로 생활하면서 녹차만을 섭취했을 때의 결과다. 실제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식이요법 및 운동과 함께 병행할 경우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녹차를 이용해 더 효과적으로 다이어트 효과를 보기 위해서 아래 방법을 제안한다. 1. 고기나 패스트푸드 등의 기름진 식사를 한 후에 꼭 녹차를 섭취할 것
(입안에 들어갔다고 해서 다 흡수 되는 것은 아님. 지방 소화를 막아줄 녹차를 챙길 것)
2. 열량 소모를 위한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녹차를 같이 마실 것
(자연스럽게 소모되는 열량이 증가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음)
혈관 속의 지방은 눈에 보이지 않고, 옷을 껴입으면 늘어나는 뱃살을 감출 수 있지만 우리 몸은 점점 자연에서 건강에서 멀어지게 된다. 남은 겨울, 느긋하게 차 한 잔 즐기면서 건강도 함께 챙겨보는 건 어떨까?
글 : 김영경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건강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