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생각은 어때? 생각나누기 2
엘레 판 리스하우트.에리크 판 오스 글, 박선주 옮김, 미스 판 하우트 그림 / 아라미 / 2011년 10월
구판절판


바다 속 아늑한 집에 문어 한 마리가 살았어요.
모두가 부러워하는 예쁜 집이었죠.
맛있는 요리도 해 먹을 수 있고, 아름다운 바깥 풍경도 한 눈에 보였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문어네 집에 불청객이 들어왔어요.
커다란 꼬리가 문앞을 막고 있는데 문어는 화들짝 놀라서 얼른 도망쳤지요.

문어는 소라게를 찾아가 물었어요.
"어떡하지?"
소라게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어요. 바다는 충분히 넓으니까요.
하지만 문어는 집을 옮기고 싶지 않았어요.
해파리 떼들은 문어에게 침입자를 얼른 쫓아내라고 소리쳤어요.
하지만 문어는 커다란 꼬리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어요. 자신이 없었거든요.
문어는 이번에 고래를 찾아갔어요. 커다란 몸집만큼 생각도 커다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고래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고래는 집도 없었고, 집이 필요하지도 않았거든요.
바다 깊은 곳에 있는 곰치는 문어에게 가장 현명한 조언을 해주었어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했거든요.

문어네 집에 침입자가 들어온 것에 대한 소문이 바다에 널리널리 퍼졌어요.
많은 친구들이 저마다 입을 모아 제 생각을 얘기했어요.
문어는 그 모든 이야기들을 듣고 곰곰히 생각했지요.
그리고 결정을 내렸어요.
자신의 집에 들어선 그 이에게 상냥하게, 아주 상냥하게 떠나달라고 부탁을 하기로 말이에요.
결심을 굳힌 문어가 커다란 꼬리의 주인에게 비켜달라고 말을 꺼내려는데, 조그마한 목소리가 흐느끼듯 말하는 거예요.
"도와줘요! 누구든 날 좀 잡아당겨줘요. 머리가 박혀서 꼼짝을 못하겠어요."
문어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힘껏 꼬리를 당겼어요.
조언을 구할 때처럼 친구들의 도움을 구한 거예요.

그리고 마침내 꼬리가 빠지자 아름다운 인어공주가 나타나는 게 아니겠어요?
그런 줄도 모르고 무서운 침입자가 들어왔다고 내내 발만 굴렸던 거예요.
문어가 상대를 향해 화를 내고 공격을 하고 내쫓기부터 했다면 아주아주 난처한 상황이 벌어졌을 거예요.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상냥한 방법을 쓴 문어가 참 따뜻한 친구네요.

파스텔과 크레용의 느낌으로 그린 그림이 참으로 예뻐요.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묻는 자세도 훌륭하고요.
배울 점이 많은 문어 친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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