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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니? - 다문화 시대의 재미있는 이주 이야기 ㅣ 더불어 사는 지구 17
리비아 파른느 외 지음, 이효숙 옮김, 윤인진 감수 / 초록개구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어제 '못 말리는 까미 황마훔'을 읽은 뒤라서 얼핏 다문화 가정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다문화 이야기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보다 폭넓은 '이주'의 역사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책이다.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인간의 역사가 유럽으로, 다시 아시아로 퍼져 나간 모습을 지도로 표현해 놓았다. 저렇게 붙여 놓으니 우리 사는 지구가 지구 같지 않고 무슨 세포 같아 보인다.
먼저 자연 환경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주를 하면서 인류는 지구 곳곳으로 퍼져 나가 살게 되었고, 계절이나 기후에 따라서 사람들의 생김새도 달라졌다. 주로 피부색, 얼굴 생김새, 그리고 체격이 달라졌다. 책의 곳곳에는 퀴즈 형식으로 질문하는 일이 많았는데, 문제를 주고, 해당 되는 인물이 지도의 어느 지역에서 살고 있는지를 맞추는 게 위 그림의 내용이다. 여섯 명의 인물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과 몽골 사람, 이뉴이트족과 폴리네시아 사람, 또 스칸디나비아 사람과 피그미 종족이다. 그들의 생김새, 사용하는 도구, 피부색과 키 등등에 이유를 부과했다.
정보를 알려주는 퀴즈들이 참 좋다. 제왕나비는 해마다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데, 석 달 동안 무려 4000km를 날아간다고 한다. 비행실력이 가히 '제왕' 감이다.
철새들이 V자를 그리면서 나는 이유, 또 베링 해협을 어떻게 건넜을 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 전에 철새들이 나는 모습도 좀 보여주고, 베링 해협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확인해 본 뒤 질문을 한다면 좋겠다. 도시에서만 내내 살았다면 철새들이 떼지어 날아가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도 TV에서나 보았지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책 속에는 역사 속에서 등장한 다양한 사례의 이주 이야기가 나오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이주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1880년부터 유럽 곳곳을 누빈 이주자는 연평균 100만을 넘겼다고 하는데, 당시의 인구 규모 등을 떠올려 보면 아주 역동적인 흐름이었다고 보여진다. 19세기 말이면 제국주의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고, 산업혁명도 절정에 이른 때였으니 그 기운이 눈에 선하다. 그러한 때에 조선의 운명이란 참으로 바람 앞의 등불 같았다는 느낌에 한숨부터 나온다. 문을 안 열수도 없지만, 여는 것도 쉽지 않았던, 내 스스로 안전하게 열기란 더 어려웠던 그 시절의 분위기 말이다.
첫번째 사진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모습이다. 쿠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무척 다른 느낌의 건물들이어서 한 컷 찍어보았다. 두번째는 캐나다. 저 사진의 집을 보는 순간 빨강 머리 앤이 바로 떠올랐다. 초록 지붕은 아니지만 다락방이 있는 전경이 금세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어서 에펠탑이 보이는 프랑스 파리의 모습과, 호수에 그림자가 예쁘게 비친 벨기의 사진이, 또 오페라하우스가 정면으로 보이는 호주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의 모습이다.
이 사진들에는 해당 지역으로 이주한, 혹은 이주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서 각각의 지역을 설명하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 이주민들이 많이 오는지, 어떠한 이유로 오게 되었는지, 그렇게 떠나온 사람들이 어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서로 떨어진 지역이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데에서 과거 식민 지배의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도 더불어 알아차릴 수 있다.
더 잘 살기 위해서 이주하는 사람들이 있고, 정치적 박해를 피해서 안전한 곳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고, 제 나라에선 펼치기 힘든 꿈을 이루기 위해서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활발한 이주는 가난한 나라들에게 재도약의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두뇌유출'처럼 기껏 키워놓은 인재가 선진국으로 빠져나가 자국의 손해로 남는 경우도 있다. 종교 때문에 어찌할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이주가 있는가 하면, 종교 때문에 쉽게 받아들여진 이주도 있다. 이를테면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교를 믿는 사람이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따지지 않고 자기 나라에서 살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역시 이스라엘 답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정보들을 적어보자.
미국의 루이지애나는 프랑스의 루이 14세 왕의 이름을 본떠 지은 이름이다.
뉴올리언스는 프랑스 말로 '누벨 오를레앙'이라고 하는데, 프랑스 왕족인 오를레앙 가문에서 나온 이름이다.
미시시피 강은 루이지애나를 가로질러 길게 흐르는데, '미시시피'라는 말은 어느 인디언의 이름에서 따왔다. '물의 아버지'라는 뜻이다.
'네덜란드'는 '땅이 낮은 나라'라는 뜻이다. 그래서 물을 퍼내기 위해 풍차가 발달하였다.
전 세계 망명자의 반이 여성과 어린아이다.
유럽에서는 집시를 '찌간' '보헤미안', '로마니셸' 따위로 부르는데, 집시는 스스로를 사람을 뜻하는 '롬'이라고 한다. 집시는 인도에서 출발하여 루마니아, 헝가리를 거쳐 유럽 여러 나라로 흩어졌다. 오늘날 유럽 대륙에는 집시가 800만~1200만 명 정도 있다. 그들은 인도를 떠난지 100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계속 떠돌아다니며 산다.
숫자는 인도에서 처음 발명되어 아라비아 상인들을 통해 아라비아에 전해졌고, 다시 유럽에 전해졌다. 그래서 오늘날 이 숫자를 '아라비아 숫자'라고 한다.
퀴리 부인으로 흔히 불리는 마리 퀴리는 여자로서는 유일하게 프랑스의 팡테옹에 묻히는 영광을 누렸다고 적혀 있다. 남경태의 타박타박 세계사에서 들은 바로는, 이 팡테옹은 죽은 뒤 최소 10년은 지나고 나서야 묻힐 수 있는, 아주 엄격한 검증을 거치는 곳이고, 묻힌 사람의 지위 여부를 따지지 않고 똑같은 면적을 제공한다고 했다. 삼총사의 작가 뒤마는 죽은 뒤 130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팡테옹에 안치되었다고... 폴란드 출신의 퀴리 부인이 팡테옹에 묻힌 것은 정말 대단해 보인다. 우리나라 국립묘지에 묻혔다가 말썽을 일으키는 숱한 사례들이 떠오른다.
자기 나라에 돈을 가장 많이 보내는 이민자는 미국에서 일하는 멕시코 사람들이라고 한다. 가깝기도 하지만, 그만큼 나프타 이후 멕시코 사람들의 생활이 어려워진 거라는 생각에 앞이 깜깜하다. 남의 일이 아니라니까....
대한민국 국민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부모 중 적어도 한 사람이 한국인인 경우에는 출생지와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속인주의)
-부모가 모두 분명하지 않거나 국적이 없을 때,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의 경우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한다.(속지주의)
-외국인이 귀화하여 한국 국적을 얻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
얼마 전에 지구의 인구는 70억을 돌파했다. 늘어나는 인구가 확실히 세계 곳곳으로의 이주를 부추기지만, 앞으로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어쩔 수 없는 이주를 강요할 것이다. 투발루의 국민들이 그래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다. 남의 나라 일일 뿐이야~하고 느긋하게 생각하거나 무심하게 볼 일이 절대로 아닌다.
우리가 한참 어려울 적에 다른 나라에 가서 힘들게 일하며 고국의 가족을 부양했던 것처럼,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른척 해서는 안 되겠다. 다문화사회로 가는 길은 점점 더 가팔라질 것인데, 정서적인 교화, 교감도 그만큼 속도를 붙여야 하지 않을까.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무척 큰 재미를 주지만, 그것말고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여러 여지를 주는 점에서 기획이 돋보인다. 다만 출간된지 몇 년 지났기 때문에 숫자적인 부분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그리고 24쪽에 원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지폐를 사용했다고 적혀 있는데, 현재까지는 '송나라' 때 가장 먼저 지폐가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수정되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