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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 ㅣ I LOVE 그림책
릭 윌튼 글, 신형건 옮김,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1월
평점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와 '사랑해 모두모두 사랑해'에 그림을 그린 캐롤라인 제인 처치가 역시 그림을 담당한 신간이다. 아기가 태어나서 돌이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담고, 그 과정에서 아기를 지켜보는 가족들이 겪는 즐거움에 대해서 표현하였다. 아기가 있는 집이라면 누구든 겪어보았을 보편적 감정이고 그래서 더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돌잡이 아기(사실은 그 아기의 가족)에게 주기 좋은 선물로 구성되어 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이렇게 눈을 뜨고 있고 이렇게 '멀쩡하게' 예쁘지는 않다만.... 이상하게도 내 가족은 이렇게 예뻐보인다. 조카들이 태어났을 때, 신생아실에 있던 다른 아기들은 모두 꼼지락 거리는 것이 이상하게 보였건만, 유독 우리 조카만 멀쩡하게 보이고 유난히 빛나 보였다. 아, 이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가봐....
큰 조카가 태어나던 날은 신생아실 앞에서 느꼈던 새로운 감정이 가장 선명하다면, 둘째 조카는 일주일에서 이주일 되었을 무렵의 모습이 생생하다. 가뜩이나 9개월 만에 태어난 터라 더 가벼웠던 다현양은 손으로 들어올리는 것도 몹시 조심스러워서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는지 모른다. 그때는 언니네 집이 지금처럼 가깝지가 않아서 현관을 나서다가 아쉬워서 되돌아가기 일쑤였다. 아, 손에 잡힐 듯 선명하건만 벌써 만으로 다섯 해도 더 지나버렸다.
세균 감염이라도 될까 봐,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감히 뽀뽀도 양껏 하지 못할 만큼 조심스러웠다. 입에다가 하고 싶은 걸 꾹 눌러 참고 뺨에다가만 살짝 입을 맞추면, 그 보드라운 피부가 주는 감촉에 자지러지게 웃고 좋아했다. 날마다 보는 사이가 아니었던 그때는, 오랜만에 만나면 아기가 낯설어 하니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 앞에서 내가 재롱을 떨고, 아기가 까르르 웃게 만들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까꿍 놀이는 필수요, 하지도 못하는 성대모사를 동반하고, 온갖 '쇼'를 다 해내었던 그 기억들이 이제는 모두 추억이 되었다.
아기는 재채기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게 웃고, 간지럼을 태우면 부서질 것처럼 몸을 흔들며 웃는다. 내가 부를 줄 아는 모든 동요를 다 부르고, 좋아했던 만화영화 주제곡을 오랜만에 1.2절 다 부르고, 그러다가 가사가 생각이 안 나서 멋대로 지어도 부르던 그 기억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들도 조카를 갖게 되면, 그때 또 나같은 이모가 되고 또 그런 엄마 아빠가 될 테지...
아기가 처음으로 목을 가누던 날, 혼자서 기던 날, 혼자서 앉고 혼자서 물건을 잡고 일어서고 마침내 걷기까지 하던 그 모든 과정들은 실로 경이로웠다. 언제 이 다음 단계를 할까 목이 빠져라 기다리면 어느 틈인가 그것들을 모두 해내고 그 다음 단계로 고스란히 넘어간다. 앙증맞은 입술 사이로 뾰족한 이가 삐져나와서 손가락을 콱 물기라도 하면 아얏! 과장된 소리도 내보고,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을 빨아서 단단하게 만드는 재주도 구경하게 된다. 이 무렵에 만나는 책은 책이 아니라 그저 장난감이다. 빨고 물고 뜯어내고,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시도한다. 아이는 모험가이고 도전자이며 개척자다.
이런 아기가 옹알대던 그 입술을 열어 마침내 '엄마'라고 발음을 하면, 온 집안에 경사가 난 듯 전화통에 불이 나고 그 장면을 찍어야 한다, 녹화를 해야 한다 부산해진다. 그리고 내 아이가, 우리 조카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라도 된 것처럼 자부심에 불이 붙는다. 사실 나의 조카들은 둘 다 말이 많이 느렸고, 걷는 것도 느렸으므로 그런 착각은 해보지 못했다. 너무 늦어져서 걱정은 해 보았지만..^^
그렇게 단계단계 차분히 밟아 마침내 돌잔치를 할 무렵이 되면 그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 어른들은 또 얼마나 바빠졌던가. 백일 무렵에는 혼자 앉을 수 있어야 사진이 예쁘게 나오고, 돌 무렵에는 걸음마가 되면 또 사진이 폼이 나지만... 우리 조카들은 역시나 늦었다. ㅎㅎㅎ
다현양 돌잔치 하던 날의 사진이다. 쇼핑몰 하던 언니가 갖고 있던 촬영 장비를 동원해서 집에서 찍었다. 바닥에 깔아놓은 밍크털을 가장한 저 털뭉치 옷은 올해 입었으면 유행했을 옷인데 작년인가 아름다운 집으로 보내버렸다. 아까비...ㅎㅎㅎ
아무튼 저날, 밤새 풍선 부느라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어줍잖은 실력으로 풍선으로 강아지 만들고(언니가 동영상으로 익혀왔다.) 조그마한 촛불을 테이블 따라 모두 세우고 불 붙이느라 또 애 좀 먹었다. 그렇게 소란을 떨고 요란을 떨었지만 그 수고도 모두 좋은 추억이 되었다.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들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며 물어보면 해줄 이야기가 참 많다.
오늘은 인화된 사진을 스캔해서 디지털 작업으로 바꾸는 쿠폰의 마지막 사용 날이었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외출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 집에 있는 앨범들을 모두 들여다 봤는데, 어릴적 사진들을 보니 콧등이 잠시 시큰! 여유롭지 못한 생활 탓에 어릴 적 사진이 많지도 않았고, 온 가족의 단란하고 화목한 모습, 또는 행복에 겨운 모습 등은 찾기 어려웠다. 그래도 많지 않은 그 사진들이 찍혀질 당시, 내 부모님은 우리들을 보면서 자그마한 행복을 느꼈을 거라고 짐작해 보았다. 금세 금세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두려움도 느끼고 막막함도 느꼈겠지만, 한편으론 또 얼마나 대견하고 뿌듯하고 사랑스러웠을까, 내 멋대로 상상해 보았다. 부모라면 필히 그랬을 거라고...
세상의 모든 아기들은 아름답게 태어난다. 그 아이들은 당연히 사랑 받아 마땅하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랑받기 위해, 또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소중한 생명들이다. 그렇게 값지게 태어난 우리이니, 지금 이 순간도 살며, 사랑하며, 그리고 행복해야 한다. 당신 옆의 사람들과 더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