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진실 한 조각 그림책 보물창고 14
더글라스 우드 지음, 존 J 무스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포토리뷰로 올리려고 했는데 계속 오류가 생겨서 사진이 안 올라간다. ㅠ.ㅠ 

 

옛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땅이 있었다.
그 땅에서는 돌이 가르침을 주고 바람이 말이 되고,
강물이 거울이 되고 나무는 별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되어 주었다. 

이 아득하고도 아름다운 땅에 진실이 떨어졌다.
밤하늘 별로부터 길게 꼬리를 그리며 떨어지던 진실은, 그만 두 조각이 나고 말았다.
한 조각은 불빛을 내뿜으며 밤하늘 어딘가로 사라졌고 다른 한 조각은 아름다운 땅 위로 떨어졌다.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여우, 코요테, 너구리 같은 동물들도 곧 진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진실 조각이 너무 날카로워 가져가기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그 빛이 서서히 아름다움을 잃어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조각난 진실은 필요 없어. 완전한 것을 찾을 거야." 

나비와 곰 역시 진실을 발견하고는 그 달콤함에 빠져들었지만 그 끝에 쓴맛만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진실에는 뭔가가 빠져 있어." 그들 역시 진실을 떠났다.  

반쪽짜리 진실의 위험함과 무용성에 대해서 동물은 먼저 알아차렸다. 인간들보다 지혜롭다.
조각난 진실이라도 그 아름다움에 취해서 덤벼들 이라고는 역시 인간들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이 진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조각난 진실 조각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당신은 소중합니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문장이던가. 그 자체로 '완벽'해 보였다. 진실은 오직 나만을 위해서 빛나는 것 같을 것이다. 남자는 참으로 자랑스럽고 행복해 했다. 

남자는 자신과 더불어 살고, 자신처럼 말을 하고, 자신처럼 생긴 사람들에게 그 놀라운 진실을 보여 주었다.
그들은 새로 발견한 진실을 소중히 간직하며 그 힘을 믿기 시작했다. 이제 진실은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바람과 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직 진실의 소리만 들었다.
또 강물에 비치는 아름다운 것들과 별로 올라가는 사다리도 보려고 하지 않았다.
반짝이는 진실만을 볼 뿐이었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사람들은 그것을 '위대한 진실'이라고 불렀다.

자신과 더불어 사는, 자신처럼 생긴 사람들에게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흠칫 놀라고 만다. 여기에 어떤 편견과 차별이 들어가 있을까. 그들만의 진실로 남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위대한 진실이 사실은 위대한 '착각'이 아닐까 하고... 그리고 위험한 진실이 아닐까 싶어서...... 

사람들은 진실 때문에 자랑스러움과 강인함을 느꼈고 행복해 했지만, 이러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거나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땅 위에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나 다른 사람들이 점점 쓸모 없게 느껴졌다. 이제 바람의 말은 더 이상 들리지도 않았다.  

역사 속에서 이렇게 위험한 장면들을 얼마나 많이 마주쳤던가. 그 끝의 비극적 귀결도 빤히 보인다.  

이후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조각난 진실을 빼앗고 빼앗기기를 반복했다.
진실의 힘과 아름다움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돌과 나무, 그리고 바람과 강물은 고통스러워했다. 동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했다. 

더 가지려 하면 할수록 더 허기져 하고, 더 들이키려 핤무록 더 목마름을 느끼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고통이 선명하게 보인다.  

어느 날, 작은 소녀가 지혜로운 거북을 찾아 나섰다. 소녀는 '상상의 산'을 넘고 '호기심의 강'을 건너고 '발견의 숲'을 헤치며 먼길을 갔다. 동물들은 소녀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마침내 세상 한가운데 있는 큰 언덕에 도착한 소녀. 거북을 만났을 때 소녀의 두 눈에는 경이로움이 가득 찼다. 소녀는 거북에게 지혜를 구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물었던 것이다. 

 

거북은 소녀에게 또 다른 진실 한 조각의 존재를 이야기해 주었다. 세상이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또 다른 진실 한 조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소녀는 잃어버린 조각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다시 물었다. 지혜로운 거북이 답을 준다. 

진실은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한 가지 진실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진실이 수많은 진실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다고...  

존 무스는 '禪'적 가치를 중시하는 글을 많이 써 왔는데, 이 책의 저자인 더글라스 우드 역시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이쪽의 전문가인 존 무스의 그림은 그런 글의 가치를 200% 이상 보여주는 그림으로 호흡을 맞춘다. 색깔의 변화는 계절의 변화와도 같고 세상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리고 소녀가 건너왔던 상상의 산과 호기심의 강과 발견의 숲을 보여주는 것처럼도 보인다. 보이는 것 그 이상을 설명해주는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거북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돌아오는 소녀의 뒤로 인간들을 떠났던 동물들이 뒤따른다. 변화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인간에게서 희망을 본 까마귀가 그동안 진실을 감춰두었던 곳으로 소녀를 인도한다. 

 

그리고 마침내 제 짝을 찾은 두 조각의 진실! 

'당신은 소중합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소중합니다.' 

아, 이 얼마나 숭고한 말인가. '그들 역시 소중합니다'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와락 눈물이 솟았다. 며칠 동안 황폐했던 마음으로 통 웃어지지가 않았는데, 울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당신은 소중합니다!라는 문장보다도 더 위로가 되는 문장이었다. 그들 역시 소중합니다... 그 그들 안에 나도 있고 우리가 있다. 우리 모두가 있다.  

 

다시 아름다운 땅에서 나무가 사다리처럼 별을 향해 올라갔고, 강물이 거울처럼 반짝였다. 사람들은 이제 바람이 들려주는 음악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진실들은 밤낮으로 눈과 비처럼 부드럽게 찾아왔고, 사람들은 그 작은 진실들을 마음 속에 고이 간직했다. 그리고 서서히 다른 사람들을 만났고, 자신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반쪽짜리 진실은 아무리 아름다와도 불완전하다는 것을, 그리고 위험하다는 것을 이제 그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작은 진실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책, 아름다운 이야기를 자꾸 찾는 어른들이 많아지는 모습을 꿈꿔본다. 감동 받고, 그래서 가슴이 벅차지는 모습도 그려본다. 상상으로도 아름답다. 그들이 찾아갈 진실 한 조각을 떠올린다. 내가 찾아야 할, 그래서 맞춰야 할 진실도 떠올려본다. 그렇게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우리의 세상을 그려본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추운 밤 옷깃을 여미고 길을 떠나야겠다.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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