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종 이야기를 해볼까? ㅣ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4
줄리어스 레스터 글, 카렌 바버 그림, 조소정 옮김 / 사계절 / 2007년 7월
절판
소설 헬프와 영화 헬프를 만나고, 그 다음엔 로자 파크스의 이야기를 다룬 '싫어요!'를 읽었다. 내친 김에 인종 이야기를 해볼까?를 꺼내들었다.
'자유의 길'로 깊은 감동을 준 줄리어스 레스터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나볼 차례다.
나는 하나의 이야기.
너도 하나의 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하나씩의 이야기.
내 이야기든 네 이야기든 시작은 다 똑같아.
"나는 언제 어디서 태어났다."로 시작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나는 아직 20세기이던 시절에 서울에서 태어난 여자 사람이지.
내 이야기나 네 이야기나 많은 것을 담고 있지. 이런 것들 말이야.
좋아하는 음식? 나는 두부와 계란 요리를 좋아해. 우유도 완전 사랑하지.
취미? 책 보고 리뷰 쓰기. 공연장 가서 열광하기!
특기는 길 못 찾고 헤매기라 쓰고 '삽질'이라고 읽지.
좋아하는 색깔? 원색을 좋아하지만, 내게 잘 어울리는 색깔은 파스텔 톤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종교는 기독교이고, 국적은 한국인.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때는 잠들려고 잠자리에 누워서 고요가 깃드는 시간이야!
이제 이런 이야기도 해볼까?
내 이야기와 네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것이야.
바로, 우리가 어떤 인종이냐는 거지.
작가 줄리어스 레스터는 흑인, 나는 황인종.
백인들은 우리더러 '유색인'이라고 하겠지만,
중국인들은 그런 백인들을 '유색인'이라고 부른다는군.
하여간 우리는 모두 어떤 인종에 속해 있어.
내가 하나의 이야기이고 너도 하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인종 또한 하나의 이야기야.
흑인도, 아시아인도, 히스패닉, 백인, 아랍인도 인종은 저마다 이야기를 갖고 있어.
"우리 인종이 너희 인종보다 더 나아."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좀 모자라다고 속으로 흉을 봐도 돼~)
왜 어떤 이들은 자기네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낫다고 말하는 걸까?
그건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거야.
무언가 두려워서 그러는 거지.
히틀러가 퍼뜩 떠오르네. 못난이 히틀러!
우리는 모두 갖가지 이유를 들어 자기가 남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학벌을 두고, 부모의 재산을 두고, 그리고 피부색을 가지고도...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참이 아니야.
우리의 모습에서 옷을 벗고, 살갗을 벗고, 머리카락도 벗고 밖으로 나간다면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모두 똑같은 해골로 보일 거야.
이 모습대로라면 누가 남자고 여자인지, 누가 백인이고 흑인인지,
히스패닉인지 아시아인인지 구별할 수 없을 거야.
(전문 학자가 아니라면 말이지)
살갗 한꺼풀만 벗기면 다를 게 없는 우리인데, 왜 피부색과 눈모양과, 머릿결... 이런 이야기들만 보는 걸까?
우리가 궁금해야 할 것들은 그런 게 아니야.
너의 이름이 무엇인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디서 사는지,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너를 알고 싶어서 궁금해지는 많은 것들이 있는데, 너의 질문들이 이미 편견을 포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으면 해.
숫자만 좋아하는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왕자의 마음으로 말이야.
네가 어떤 인종이라는 것이 네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야.
내가 어떤 인종이라는 것이 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야.
나는 어떤 인종이라는 것 말고도 아주 아주 많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어.
나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너는 '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을 모아야만 하지.
그래, 한 꺼풀만 벗으면 우리는 서로 다를 게 없어.
너와 나는 말이야.
우리는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어. 한 꺼풀만 벗어낸다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