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1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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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쪽 방으로 가면서 속으로는 열불이 나서 쿵쿵거린다. 꼬마 아가씨가 저 침대에 누운 것이 어젯밤 여넓시부터니까 당연히 기저귀를 갈아줘야 한다! 미스 리폴트, 당신도 엉망진창으로 지저분한 화장실에 열두 시간 앉아 있어봐!-33쪽

생각하면 할수록 허허,우습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집에는 안에 욕실이 두 개 있고 바깥에 또하나를 짓고 있다. 그런데도 이 남자가 용변을 볼 장소는 여전히 없다.-41쪽

미스 스키터는 나더러 현실을 바꾸고 싶지 않은지 묻는다. 미시시피 주 잭슨을 바꾸는 것이 전구를 갈아 끼우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듯이.-48쪽

나는 백인 여자들이 이것저것 집어 줘도 잘 받지 않는데,그건 그들이 내가 빚진 것처럼 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93쪽

어머니의 규칙에 따라 가끔이라도 유지니아라는 본명으로 나를 불러준 사람은 콘스탄틴이 유일했다. "진짜 못난이는 가슴속에 살지요. 못난이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야비한 사람이거든요. 아가씨도 그런 사람일까요?"
"모르겠어요. 안 그런 것 같아요."

"아침마다, 죽어서 땅에 묻힐 때까지 이렇게 다짐해야 해요. 자기 자신에게 물어봐야 해요. 저 바보들이 오늘 내게 지껄인 말을 믿을 것인가?"-110쪽

비밀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건 참으로 짜릿한 일이었다. 나이가 비슷한 형제나 자매가 있다면 이런 기분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담배나 어머니의 눈을 피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당신이 기형적으로 키가 크고 머리가 곱슬곱슬하고 생김새가 특이하다는 이유로 당신의 어머니가 조바심치며 어쩔 줄 몰라할 때 누군가 당신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누군가 말없이 눈빛으로, 나랑 같이 있으면 괜찮아요, 해주는 것이다. -114쪽

하지만 콘스탄틴과 나눈 대화가 늘 달콤한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열다섯 살이 됐을 때 새로 전학 온 여자애가 나를 가리키며 "얘는 황새야?"라고 했다. 그러자 힐리마저 쿡 터지려는 웃음을 참으며 그애가 한 말을 못 들은 것처럼 나를 잡아당겼다.
"콘스탄틴은 키가 얼마나 커요?" 내가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따.
콘스탄틴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나를 보았다. "아가씨는요?"
"180." 나는 울먹였따. "벌써 남학생 농구부 코치보다 커요."
"나는 185니까, 스스로를 동정하는 건 그만두세요."
콘스탄틴은 내가 올려다볼 수 있는,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유일한 여자였다.-114쪽

미스 셀리아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내가 돌아가고 그들이 미스터 조니의 어머니 집으로 출발하기 전에 나에 대해 알리기로 했다. 하지만 미스 셀리아가 지꾸 이상하게 구니 말을 뒤엎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안 돼요, 아씨. 나는 종일 혼잣말을 한다. 비누에 붙은 머리카락처럼 나는 그녀에게 들러붙을 작정이다.-231쪽

"그날 아침에 해고되어 돌아온 나는 새 작업화를 신은 채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망연자실 서 있었다. 어머니가 한 달 치 전깃불 값을 들여 사준 구두였다. 수치심이 무엇인지, 그것의 색깔이 무엇인지 깨달은 건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수치심은 내가 늘 생각한 것처럼 먼지 같은 검은색이 아니었다. 수치심의 색깔은 어머니가 밤새 다림질을 해서 번 돈으로 장만한 새 제복의 흰색,얼룩하나 없고 일하다 묻은 먼지 한 톨 없는 흰색이었다."-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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