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로 꼽은 것은 김은국의 '순교자'
출간 직후부터 꽤 관심이 갔던 책이다.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는 이력도 눈길을 끌지만, 한국전쟁 때 이념의 대립이 빚어낸 비극적 사건을 소재로 추리소설적 요소를 지녔다는 책 소개가 더 흥미로웠다. 열두 명의 '순교자'를 둘러싼 진실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추적해 나간다고 하니 다분히 드라마틱하다. 그래서일까. 이미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오랜 영화를 찾아보기는 힘들 테니, 나로서는 책으로 만나는 것이 더 바람직하겠다. 영어로 씌어진 책을 고국에서 번역해서 다시 읽혀진다니, 무척 아이러니한 느낌이다.

 
두번째 책은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이다.
첫 작품이었다고 하는데 어마어마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켰다. 책소개에 등장하는 이름들이 쟁쟁하다.  T. S. 엘리엇, 헤밍웨이, 보르헤스, 나보코프, 베케트, 움베르토 에코, 토니 모리슨, 살만 루슈디, 오르한 파무크 등 이름만 대도 알법한 유명 인사들이 모두 제임스 조이스의 이름을 더 빛나게 하고 있다.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이 정도의 이름들이라면 보증 수표가 되어주지 않을까. 총 1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더블린 사람들>은 더블린에 살았던 중산층의 삶을 통해 더블린 전역에 퍼져 있는 정신적, 문화적, 사회적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혹시 모르지... 1300쪽에 이르는 율리시즈마저 읽고 싶어질지... (그렇지만 너무 무거워서 손목이 부러질지 모르니 문학동네는 분권으로 내 달라달라달라!!) 

세번째 책은 존 치버의 '팔코너'다.
팔코너라는 이름의 교도소라는 폐쇄된 공간을 무대로 인간 존재의 해방과 구원의 가능성을 고찰했다는 광고 문구가 인상적이다. '존재'와 '구원'보다 사실 '팔코너'라는 교도소가 더 눈에 띄긴 했지만!
어둠의 오로라가 가득 비쳐지는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그것들이 그의 문학 안에서 어떻게 녹아났으며 또 어떻게 승화되었을지 무척 궁금하다. 표지가 무서워 보인다는 게 유일한 흠이긴 한데 문제 없다. 나에겐 북커버가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두 권짜리 책을 골랐다.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 
문학동네 세계 문학 전집을 판매수량으로 정렬해 보면 가장 상위에 떠 있는 책이다. 그만큼 이 책에 쏟아진 관심과 찬사가 반영되었달까. 
소재가 무척 독특하다. 1947년 8월 15일 자정, 인도가 독립하는 순간에 태어난 1,001명의 아이들 중 정각에 태어나 신생 독립국 인도와 운명을 함께하게 된 살림 시나이의 서른 해를 '마술적 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책은 소개되고 있다. '마술적 사실주의'가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지만, 10001이라는 숫자에서 '천일야화'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고,  소설 매니아들에게선 노벨 문학상보다 더 알아주기도 하는 '부커상'을 수상했다는 것에 구미가 당기고, 그도 모자라 부커 오브 부커상까지 거머쥐었으니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간다.  

이상의 책들은 모두 내가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한 작가들의 책이다. 그러니까 나로서는 진정한 첫 만남이자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책들이다. 그래서 마주친다면 더 반갑고 더 두근두근할 것만 같다. 5권의 총합은 52,650원이다. 모두 반양장본으로 골랐다. 난 가벼운 책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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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1-10-2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동 세계전집이 전반적으로 표지가 멋지던데, 무서운 표지도 몇 있군요. '팔코너'는 정말 북커버가 필요할 듯해요.
문동 세계전집은 하나하나 책 모으는 재미도 있겠어요. 모아서 책꽂이에 꽂아놓고 보면 꽤 근사할 듯요.

오!! 문동 세계전집에 한국사람도 포함이로군요. 김은국. 관심이 가는 사람입니다.

마노아 2011-10-23 21:27   좋아요 0 | URL
그쵸? 문동 이번 전집 표지가 환상적이에요. 세트로 쫙 꽂아두면 제대로 폼이 날 것 같아요.^^
아주 가끔 무서운 표지가 있지만, 북커버가 있으니 걱정 없어요. ㅎㅎㅎ
김은국, 이름도 멋지지 않습니까? 두루두루 관심받을 작가예요.^^

2011-10-23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3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1-10-24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밤의 아이들을 읽고 싶더라구요. 책에 대한 평가가 인상깊었달까요. 이 소설을 읽지 않고는 소설을 읽은것이 아니다.. 였었나 봅니다

마노아 2011-10-25 13:01   좋아요 0 | URL
그 소설을 읽고, 소설을 읽었다-라는 평을 들어야겠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