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양이가 찍찍 ㅣ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동화
미야니시 다츠야 글.그림, 이영미 옮김 / 어린이나무생각 / 2011년 1월
품절
들판에서 새끼 쥐 세마리가 신나게 놀고 있었다.
지나던 쥐마을 촌장님은 너무 시끄럽게 '찍찍' 떠들면 고양이가 나타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쥐 세마리는 떠드는 것이 겁이 나서 조용히 낮잠을 자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자다가 깨보니 코앞에 커다란 고양이가 눈을 번쩍번쩍 빛내며 서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 고양이는 '쥐'를 모른다.
쥐들은 지혜를 모아서 이 위기를 피해가기로 했다.
쥐들은 고양이를 오히려 압박해가며 질문을 던진다.
"아저씨, 우리가 누구일 것 같아요?"
"쥐, 쥐는...... 아니겠지?"
"우리가 쥐라면 아저씨가 벌써 잡아먹었겠죠."
엄포 놓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쥐를 본 적이 없는 고양이는 주눅이 들어 있다.
쥐들이 묘사하는 '쥐'의 모습이 가관이다.
귀는 뾰족하게 서 있고, 입은 커다랗게 찢어져 송곳니가 삐쭉삐쭉 나 있고, 털은 철사처럼 날카롭다고 하지 뭔가.
그림 속 저 모습이 바로 고양이가 떠올린, 쥐들이 묘사한 쥐의 모습이다.
천적 중의 천적인 이들은 어느새 친구가 되었다.
고양이는 쥐들과 함께 바나나를 따먹으러 갔다.
바나나가 나는 곳에서도 쥐와 고양이는 살 수 있겠지? 아마도...;;;
새끼 쥐 한 마리가 맛있게 바나나를 먹다가 저도 모르게 '찍찍' 소리를 냈다.
그래서 이 소리는 '아주 좋아한다'는 뜻이라고 둘러대었다.
우리는 아저씨를 정말정말 '찍찍'해요!라고 말하는 짓궂은 쥐 친구들!
하지만 순진한 고양이는 그 말을 진짜로 알아듣는다.
높은 곳에 있는 바나나를 따려다가 그만 떨어지고 만 쥐 친구.
다행히 도와주려던 고양이의 배 위로 떨어져서 안전했지만,
고양이는 충격을 받았는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고양이가 떨어지기엔 좀 낮은 높이였을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고양이를 도울 수가 없자, 쥐 친구들은 입을 모아 '찍찍' 외쳐댔다.
그 소리를 들은 다른 고양이들이 달려올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이 나타나자 쥐 친구들은 도망쳤다.
정신을 잃은 고양이는 새롭게 나타난 고양이 친구들이 돌봐줄 수 있을 테니까.
고양이와 쥐의 우정은 그렇게 하룻동안의 에피소드로 끝났다.
그렇지만 멀리서 찍찍'하고 외쳐대는 고양이의 우정을 쥐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가부와 메이 시리즈에서 염소와 늑대가 나눈 우정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이야기에 생태계의 균형과 먹이사슬 운운하며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의미하다.
'찍찍'이라는 짧은 의성어에 담긴 따뜻한 마음씨를 기억한다면 충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