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
기무라 유이치 글, 미야니시 타츠야 그림, 양선하 옮김 / 효리원 / 2009년 10월
품절


승냥이 구는 엄마가 싫었어요.
엄마가 족제비라서 늘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거든요.
엄마 아빠를 잃은 어린 승냥이 구를 데려다 키워준 고마운 족제비 엄마였지만,
아직 철없는 구는 족제비 엄마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 받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구는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놀았어요.
그곳 친구들은 구의 엄마가 족제비라는 사실을 모르니까요.
마음놓고 신나게 놀던 날은 족제비 엄마가 마중을 나왔어요.
그러면 철딱서니 없는 구는 엄마에게 화를 내며 투덜거렸죠.
엄마 족제비는 구를 나무라지도 않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돌아왔어요.

시간이 흘러서 구는 마을에서 가장 힘센 승냥이가 되었어요.
힘센 승냥이가 되었어도 엄마 족제비는 여전히 구가 걱정이 되었지요.
그래서 이따금씩 구를 마중 나왔답니다.
구는 승냥이들을 이끄는 대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아직도 족제비 엄마를 창피하게 여겼던 겁니다.
힘이 세졌다고 해서 철까지 같이 드는 건 아니거든요.

어느 날 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다른 승냥이 무리가 구를 공격했어요.
힘으로 이길 수 없다고 여긴 이들은 구가 지나가는 길목에 몰래 숨어 있다가
커다란 돌덩어리를 굴려 떨어뜨린 겁니다.
구는 함정에 빠진 거예요.
재빨리 피하려고 했지만 커다란 돌덩이에 한쪽 발이 깔리고 말았어요.
구가 꼼짝 못하게 되자 승냥이 떼들이 한꺼번에 덤벼들었어요.
다섯 마리 승냥이가 구를 마구 짓밟고 때린 겁니다.
구가 정신을 잃을 무렵 누군가가 뛰쳐 나와 승냥이 떼들에게 덤벼들었어요.
작고 거무스름한 그것은 승냥이 떼들에게 맞아도 달아나지 않고 다시 덤벼들었어요.
그 기세가 얼마나 당당했던지 오히려 승냥이들이 씩씩거리며 도망치고 말았답니다.

구의 친구들이 뒤늦게 달려와 구를 도와주었어요.
가까스로 눈을 뜬 구는 바위 뒤쪽에 쓰러져 있는 거무스름한 것을 보고 말았지요.
설마 설마 했는데, 그것은 족제비 엄마였던 겁니다.
자신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을 해준 족제비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구의 마음을 사무치게 했어요.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랑곳 않고 엄마라고 외치며 울부짖었죠.
족제비 엄마는 구가 처음으로 친구들 앞에서 '엄마'라고 불러준 것이 기뻤어요.
이렇게 좋아해주는 엄마인데, 진즉에 그 이름 한 번 불러주지 못했다니, 구의 후회는 또 얼마나 깊을까요.

이제 구는 뒤늦게 철이 들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우리 엄마가 족제비라는 것을 당당히 밝히게 된 겁니다.
자부심이 느껴지는 저 표정을 보세요. 족제비 엄마가 이 모습을 지켜본다면 무척 흐뭇하게 웃으실 겁니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익숙한 패턴이지만, 동물들에게 대입해서 이야기를 들으니 느낌이 또 다릅니다. 어린이 친구들에게는 이런 비유가 더 가깝게 느껴질 겁니다.

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은 엄마가 족제비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부끄러워 했던 자신일 테지요. 이제라도 잘못을 깨닫고 바로잡았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제목도 바꿔야겠어요. 승냥이 구의 '자랑스런' 비밀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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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08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체성과 성장통~~~ 놀라워요!!
그림책 작가들은 정말 대단해요,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요렇게 쉽게 보여줄 수 있다니....

마노아 2011-10-08 21:22   좋아요 0 | URL
그치요? 이렇게 어려운 주제를 이렇게 쉽게 설명해주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