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도난사건 키다리 그림책 24
존 패트릭 루이스 글, 개리 켈리 그림, 천미나 옮김, 노성두 감수 / 키다리 / 2011년 8월
절판


모나리자 도난사건은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이다.
1911년 8월 22일 아침 모나리자가 사라졌다.
첫 페이제에는 사건의 진행 과정을 마치 경찰 조서를 보듯이 눈에 확 들어오게 정리를 해놓았다.
뒷편의 사람들과 그림들이 조금은 뿌옇게 그려져서 마치 유리창에 쪽지를 붙여놓은 느낌이다. 더 현장감 있게 보인다.

모나리자를 훔친 사내의 과대망상 메시지가 되겠다.
스스로를 이탈리아의 제일가는 애국자라고 묘사하며,
자신은 희생자이고 승리자이며 영웅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그는, 그냥 정신 나간 도둑쯤이었지만, 누군가는 그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저렇게 멋지게 묘사할 지도 모를 일이다.

범행을 준비 중인 주인공의 모습이다.
어둑한 강변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 자못 심각해 보인다.
그림의 분위기만 보면 명탐정 홈즈에 나올 법한 인상이다.
자, 이제부터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지켜보자.

1911년 8월 무더웠던 파리의 어느 날 밤, 빈첸초 페루자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 그림을 훔쳐낸다.
열 달 전 박물관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그는 손쉽게 그림을 훔쳐냈다.
그림을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탈리아 사람이니, 마땅히 이탈리아의 품으로 그림이 돌아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다빈치가 직접 그림을 팔았다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음날 그림이 사라진 것을 알고 난 박물관장의 얼굴은 뭉크의 절규를 그대로 빼다 박았을 것이다.

그림이 혹여 다른 곳에 있을까 봐 샅샅이 뒤져본다.
오리엔트 미술품 전시실과 르네상스 전시실, 조각품 전시관과 이집트 유물속까지 낱낱이 조사해 보았지만 범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독자는 덕분에 일련의 전시관을 슬쩍슬쩍 들여다보게 된다.
그림을 찾느라 숙인 자세가 압권이다. 엉덩이에서도 애타는 마음이 느껴진달까.
그림을 찾기 위한 노력은 가상했다. 박물관은 그 즉시 휴관을 선포했고 프랑스 국경은 폐쇄되었다.
흠, 이 부분에서 움찔 놀랐다. 우리는 학생들 수능 시험 보는 날 듣기 평가 시간엔 비행가도 안 띄우는데, 뭔가 넘사벽이 느껴진다.

도난사건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것은 당연했다.
그럴 만큼 모나리자 그림은 유명했고 사랑받았으니까.
박물관장은 곧 해고되었다. 경찰은 박물관의 경비원들과 직원들을 차례대로 조사했다.
항구에 정박한 배와 열차, 거리를 오가는 자동차들까지 세워 검문했다.
그 과정에서 엄한 사람들이 범인으로 오인받아 수난을 당했다.
프랑스가 손꼽아 자랑하는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일주일이나 수감되었고, 파블로 피카소까지 불려 갔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체코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박물관에 찾아가 모나리자가 없는 빈 공간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고 한다.
액자의 뒷면에서 카프카의 얼굴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그림을 그려놓았다. 그의 어둑한 표정과 그림의 부재에서 오는 당혹감이 잘 어우러진다.
꽃은 나름의 조의를 표한 것일까?

그림을 훔쳐내고 이년 동안 파리는 고통에 빠져 있는 듯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몽파르나스를 따라 늘어선 노천카페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신문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사람들이 앉아 있거나 서 있는 모습 사이사이의 신문의 1면을 장식한 모나리자의 얼굴이 감각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딱히 대사나 지문을 쓰지 않고도 그림만으로 훌륭한 연출을 해냈다.

빈첸초 페루자는 2년 동안 조용히 버텼다. 세상은 모나리자 도난 사건을 덮을 만큼 극적인 사건들로 덮인 터라 그의 범죄는 완전범죄가 될 것만 같았다.
노르웨이 탐험가 아문센이 남극점에 도달했고,
미국으로 첫 항해를 떠났던 타이타닉 호는 침몰했다.
그리고 머잖아 1차 세계대전이 터질 예정이니 그 전조 증상은 또 얼마나 수상했겠는가.
그런 분위기 속에서 모나리자 도난 사건은 수사가 종결되었다.
그리고 빈첸초는 피렌체의 미술상에게 그림을 넘기려다가 체포되고 만다.
범인의 의상은 역시 줄무늬가 최고!
빈첸초가 감옥에서 수감되어 있는 동안 모나리자는 제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그리고 빈첸초의 망상은 여전히 끝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다행히 그림이 박물관으로 돌아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림이 상했거나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면 얼마나 기가 막힐까 상상을 해본다. 아찔한 일이다.

작품의 뒤쪽으로는 덧붙이는 글에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해했을 법한 것들에 미리 답을 준다.
모나리자의 실제 모델이 누구였을까라는 질문과, 다빈치가 그림을 주인에게 전하지 않은 이유,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과 이 그림의 주변에 걸려 있는 그림들에 관한 설명까지 가지를 계속 쳐나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해낸 것이라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했다. 올 여름에 유럽에 다녀온 친구를 어제 만났는데 프랑스에서 가장 좋았다고 말했더랬다. 루브르 박물관 다녀왔는지를 물었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생각나버렸다. 다음에 만나면 재차 물어보리라.

100년 전이야 보안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겠지만, 요즘과 같이 최첨단 경호장치가 발동하고 있을 때에도 가끔 미술품 도난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의 좋은 소재로 재등장하기도 한다. 예전에 꽤 재미없게 보았지만 다시 보면 조금은 달라 보일지도 모를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가 생각난다.

예술 작품에 반드시 주인과 국적이 있어야 하는 것인지, 지나친 애국주의가 범죄를 양상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짚어볼 기회를 주는 책이다. 더불어 외국에 반출되어 있는 우리 문화재의 거취에 대해서도 한번쯤 돌아보면 좋겠다. 물론, 모나리자와 다빈치,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는 것도 몹시 흥미로운 일이다. 재밌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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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9-29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거 포토로 쓰려고 했는데,
마노아님이 올린 그림과 다르지 않아서 그냥 리뷰에 사진을 첨가해야겠어요.
뭉크의 절규와 그밖의 그림에서도 피카소 그림 기법도 느껴지죠.
오타가 있네요.
카프카 사진 위에서 둘째줄에 이집트를 이지트로
카프카 사진 아래 세번째 줄에 경비원을 병기원으로 적었어요.^^

마노아 2011-09-29 00:35   좋아요 0 | URL
아악, 졸려서 막 자려던 찰나! 오타 소리에 잽싸게 수정했어요. 고마워요!!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하는데 눈이 막 가물거려요.^^;;;

순오기 2011-09-29 00:49   좋아요 0 | URL
흐흐~ 오타 수정했으니 편히 쉬세요.^^
문의한 내용은 4권 겹쳐요.
공차는 아이들, 마지막 거인, 100만번 산 고양이, 왜?


마노아 2011-09-29 08:15   좋아요 0 | URL
아아악, 겹칠 줄 알았어요! ㅡㅡ;;;;
네 권을 더 만들어야겠습니다.
책을 빨리 읽어야 책이 생기는데, 리뷰도 밀리고 책도 수두룩히 밀렸어요.
뭐, 늘 일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