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동물에게 배워요 1
채인선 글, 김은정 그림, 신남식 감수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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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해요.
둥지 안에서 엄마 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을 때는 그래도 안전했지만 언제까지 둥지 안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하루 빨리 둥지를 벗어나 스스로 날아올라야만 합니다.
아기 새들은 날개를 퍼덕이며 까마득한 땅으로 훌쩍 뛰어내립니다.
첫 시도는 분명 무척 두려웠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과정을 이겨나가면서 어른 새로 성장해나갈 테지요.

어른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오랜 기다림과 인내심을 요구한답니다.
매미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 5~6년 동안을 애벌레로 지내야만 해요.
나무뿌리 진을 빨아 먹으면서 여러 차례 허물을 벗으며 조금씩 자라나지요.
이렇게 오래 기다렸지만 보름 정도밖에 살지 못합니다.
진정 매미는 끈기와 인내심의 곤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른이 되는 건 수많은 위험을 뚫고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요.
바다거북은 모래 구멍에서 태어나자마자 바다를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딛습니다.
하지만 바다에 닿기까지 수많은 위험이 기다리고 있어요.
아기 거북을 잡아먹으려는 게나 갈매기들이 쫓아오기 때문이지요.
요즘에는 엄마 바다거북이 알을 낳을 모래사장도 줄어 들어 아기 바다 거북이가 살아남기에 더 어려운 환경이 되고 말았어요.

아기 거미는 알에서 깨어나 4~7일 동안은 어미에게 보살핌을 받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떠날 준비를 마치고 거미줄을 뽑시 시작합니다.
얼마나 걸릴지, 어디로 가게 될 지 모를 긴 여정이지만 거미들은 그렇게 자신의 삶을 시작해 나갑니다. 씩씩한 거미들이에요.

어른이 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지만 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들도 있어요.
민물에 사는 어름치는 강바닥에 둥지를 만들어요.
입과 지느러미로 바닥을 헤쳐 옴폭하게 만들고 그 안에 알을 낳지요.
그리고 잔돌을 쌓아 감쪽같이 위장한답니다.
이같은 지혜는 누가 가르쳐준 것일까요.
본능적으로 터득한 생존의 지혜가 놀랍습니다.

아기 여우는 태어나서 8~10주가 되면 엄마 젖을 떼고 고기르 ㄹ먹을 수 있어요.
아기 여우는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굴 속에서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나간답니다.
섣불리 나서면 사나운 짐승들에게 먹이가 되고 말테니, 조심 또 조심하라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만 해요.

모두들 치열한 조건에서만 살았던 것은 아니에요. 고양이는 비교적 운이 좋았답니다.
무려 3천 년 전부터 사람들 곁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거든요.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고양이의 운명은 무척 달라지지요.
행운이 따라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요.

그러고 보면 곤충들보다 포유류가, 그 중에서도 인간이 가장 부모님의 보살핌을 오래오래 받는군요. 부모로부터의 독립도 가장 늦고요. 그 진한 연결고리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볼 여유를 주네요.

어른이 된다는 건 스스로 껍집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일이에요.
알이나 껍질이 저절로 깨지지는 않아요.
누가 도와주는 것도 능사가 아니에요.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와서 첫 숨을 내뱉을 때, 진정한 성장이 시작되는 법이니까요.

갓 태어난 아기 캥거루는 몸이 사람의 손가락 마디만큼이나 작아요.
그 조그만 몸을 움직여 엄마 배 주머니 속의 젖을 찾아갑니다.
엄마의 털을 붙잡고 끈기있게 기어 올라가서 젖을 물어야 해요.
아기 캥거루에게는 까마득하게 느껴질 거리일 테지요.
아기가 마침내 젖을 물면 그때서야 엄마는 아기를 잘 보살펴 줍니다.
주머니에 담아서 따뜻이 품어주지요.

어른이 된다는 건 무수한 시련을 거치고 기다리고 인내하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건 물리적인 것이기도 하고 정신적인 의미이기도 하지요. 둘 모두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 통과의례를 거치고 나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릴 겁니다. 세상은 그렇게 역사를 만들어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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