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에는 뮤지컬 삼총사를 세종문화회관에서 보았고, 어제는 뮤지컬 잭 더 리퍼를 충무아트홀에서 보았다. 재밌게도, 주연 8명 중에서 7명이나 두 작품에서 겹친다. 삼총사 쪽이 공연 기간이 훨씬 짧았으니까 이쪽이 외도라고 봐야 할까. 서로 다른 캐릭터에 다른 느낌의 작품이었지만 배우들은 자신의 배역을 모두 잘 소화해 내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삼총사 쪽이 훨씬 재밌었다.
내가 갔던 날의 캐스팅이다. 엄기준을 원했지만 내가 간 날의 달타냥은 규현이었다. 누군지 몰랐는데 슈퍼주니어의 멤버인가보다. 세종문화회관을 장식한 선물이 온통 그의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이제는 제법 규모가 있는 뮤지컬에서 일본어 자막이 나오는 것은 신기하지도 않다. 또 일본 팬들의 들뜬 모습을 보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한류가 실감나는 순간이랄까.
아토스에 신성우, 아라미스에 민영기, 포르토스에 김법래였다. 노래는 민영기가 발군이었는데 뜻밖에 규현이 노래를 아주 잘하는 거였다. 더구나 신성우보다도 연기를 잘 했다! 삼총사는 영화 아이언마스크를 연상시키는 내용으로 진행했는데, 의외로 코믹적 요소를 잘 버무렸고, 규현의 인기를 관중 석에서의 퍼포먼스로 잘 끌어냈다. 내 자리는 워낙 꼭대기여서 보이지 않았지만 1층 객석에서는 한바탕 회오리가 일었을 것 같다. 아이돌이 다시 보이는 순간이었다.
삼총사랑 철가면, 그리고 암굴왕이라는 제목으로 어릴 적에 읽었었다. 필시 쥬니어 문고였을 텐이 완역으로 제대로 감상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렇지만, 저 두 작품만 무려 8권...;;; 엄두가 안 나긴 한다. 그래도 욕심이 꺾이진 않네...
중학교 때 영화 삼총사를 보았다. 로빈훗으로 브라이언 아담스의 목소리를 익힌 뒤라, 연이어 그의 목소리로 ost를 들으니 참 좋았다. 하나를 위한 전부, 전부를 위한 하나! 어쩐지 개인의 자유를 누르는 듯한 카피지만, 그때는 얼마나 멋지게 보이던지... 아이언 마스크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한참 뜨고 있을 때 보았다. 1인 2역이었는데, 눈썹의 방향만으로 사람의 표정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영화는 말도 안 되게 루이 14세의 아버지가 달타냥인 것처럼 나왔지만...;;;; 여하튼 재밌게 보았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작년인가 뮤지컬로 보았는데 노래는 좋았지만 내용이 좀 별로였다. 류정한에 대한 애정으로 극복했달까. 작품은 짧게 공연한 삼총사가 제일 괜찮았다. 공연장도 우리집에서 제일 가까워서 호감 상승!
음, 영화 장면에 삽입된 노래는 소스를 찾기 어렵네... 아쉬운대로!
어제 본 잭 더 리퍼는 여러모로 좀 아쉬웠다. 자아가 분열되어 평범한 인물과 연쇄살인범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은 지킬 앤 하이드가 워낙 유명하고, 그밖에도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었으니까. 결정적으로 노래가 많이 약했다. 삼총사는 처음 듣는 넘버였음에도 지금까지 감기는 노래가 떠오르는데 잭 더 리퍼는 어제 보았지만 그렇게 떠오르는 노래가 없다. 배우들 하나하나는 노래를 잘 하지만, 그렇다고 노래가 다 좋을 수는 없는 노릇!
어제의 캐스팅이다. 난 안재욱이 일본 팬들에게 그렇게 사랑받는 줄 몰랐다. 뭘로 한류 스타가 되었지? 언뜻 떠오르는 게 없다. 유준상의 목소리를 좀 답답해하는 편이어서 기대가 없었는데 뜻밖에 잘 소화해 냈고, 신성우는 잭에 딱 어울리는 압도적 카리스마와 도도함을 지녔다. 김법래는 요즘 점점 코믹스런 이미지로 가는 듯. 김아선의 목소리는 꽤 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애절한 맛이 있고, 서지영도 노래가 좋았다. 신성우가 막공이어서 전체 멤버를 소개할 때 서지영만 빠뜨렸는데 많이 섭섭했을 것 같다.
연쇄살인범 잭의 사건은 어느 소설에서 맨 처음 다뤘던 것일까? 19세기 말 영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는 칼잡이 잭 이야기가 종종 나왔던 것 같다. 흑집사에는 확실히 나왔고, 백작 카인 시리즈에도 나왔던가??? 음 가물가물...
보고 나니까 확실히 지킬 앤 하이드가 작품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놓고 1인 2역으로 분열된 자아를 표현하지만 카타르시스는 누구도 못 따라올만큼 전율을 준다.
요새는 팬들의 축하화환 대신 드리米를 보내온다. 좋은 취지다. 성원도 보내고, 기부도 하고... 뮤지컬 뿐아니라 콘서트에서도 이런 문화를 자주 접하게 된다. 내역을 보면 1인이 100kg씩 보내기도 했다. 놀라워라!
잭 더 리퍼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무대장치였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여러 모습으로 변신이 빨랐고, 무척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누구 디자인인지 모르지만 아주 영리해 보였다.
무대가 오르기 전 빈 무대를 한 장 찍었는데 진행요원에게 제지당했다. 난 이게 좀 이해가 안 가는데, 배우들이 없는 무대를 찍는 건 뭐라 그러면서 커튼콜 때 배우들 다 있을 때 동영상으로 찍고 플래쉬 터트리는 것은 뭐라 안 한다. 관객들도 으레 그 시간엔 카메라 꺼내서 찍고 말이다. 칫!
잭 더 리퍼는 주말부터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 같다. 힘들게 올렸으니 오래오래 돌고 많은 관객을 만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다렸던 뮤지컬은 바람의 나라였다. 그런데 예매 당일날 들어가 보니 배우 정보가 전혀 없고, '뮤지컬'이란 용어 대신 '가무극'으로 소개되었다. 서울예술단의 춤으로만 재탄생 시켰나보다. 10월 공연 날짜가 되면 아무래도 흔들리겠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끌리지 않다. 김진 작가님 팬페이지에도 별 반응이 없다. 다들 나처럼 기대가 사그러들었나? 바람의 나라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어제 뮤지컬을 보고 났더니 나를 흥분시켰던 ost가 꽤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조만간 정리해봐야겠다. 국내편, 해외편, 뮤지컬편으로. 음... 해외편은 별로 아는 게 없지만 그래도 몇 곡은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