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댁 - 행복한 만화동화 1
이두호 원작.그림, 연진희 엮음 / 행복한만화가게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형부가 이두호 작가님께 아주 열광하고 있기 때문에 이두호 작가님 책들을 많이 샀더랬다. 구할 수 있는 책은 새 책으로 샀지만 구할 수 없는 책들은 중고로도 구매하고, 그리고도 품절이나 절판인 책은 중고 알림 설정해놓고 기다렸다. 그리하여 어느 날 문자 알림 메시지와 함께 이 책을 주문했다. 이 책을 건지기 위해 더불어 주문했던 많은 책들, 그럼에도 로또에서는 한 장도 건지지 못한 우울한 이야기는 덮어두자. 그리고 상자를 열었는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소박한 만화 동화라는 것을 알았을 때 약간 당황한 것도 잊어버리자.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따뜻하고 감동적이었으니까. 

 

한국전쟁 직후의 시점이 이야기의 배경이다. 주인공 따옥이의 오타 대왕 일기가 한 번씩 나오고, 그 일기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들이 주르륵 진행된다. 올망졸망 머리를 맞댄 판자촌이 즐비한 곳에서 따옥이네 집은 초가다. 따옥이네는 닭을 키워서 알을 팔아 생활하고 있다. 처음에 병아리로 집에 도착했을 때는 먹이도 손수 주고 무척 예뻐 했는데, 그 귀여운 병아리가 닭이 되어서는 따옥이와 사이가 벌어졌다. 첫 만남의 그 아리따움을 연결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따옥이네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닭 친구들은 얼마나 고마운 이들인가.  

 

할머니를 따라 장에 가서 달걀을 팔고 나면 할머니는 보리쌀을 사고 남은 돈으로 눈깔사탕 하나를 꼭 사주신다. 당신께서는 눈깔 사탕을 먹으면 이가 아프다고 굳이 한 번 빨아보라는 따옥이의 통큰 권유도 마다하시는 할머니! 

곧 있으면 소풍이고, 따옥이와 단짝 친구 수옥이는 소풍과 소풍에서 있을 보물찾기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따옥이는 지난 가을 운동회 때 처음으로 먹어본 삶은 달걀의 오묘한 맛을 다시 추억하며 이번에도 삶은 달걀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날도 할머니와 엄마는 달걀 싫어한다며 따옥이에게만 내밀고 선생님께 갖다 드리라고 했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던 전설의 노래를 따옥이가 이해하려면 좀 더 자라야 할 터이다.  

이번 소풍 때는 따옥이랑 수옥이 것, 그리고 선생님께 드릴 것까지 딱 세 개만 삶아주시면 좋겠는데, 어려운 살림에 철부지 따옥이도 입이 쉽게 안 떨어진다. 겨우겨우 세 개를 삶아달라고 말했더니 할머니의 눈이 커다래진다. 너무 많이 부른 것 같아 백 번 양보해서 두 개로 줄인다. 선생님 하나 드리고, 수옥이와 자기는 하나 가지고 나눠 먹을 속셈이다. 그런데 통 큰 할머니는 두 개씩은 먹어야 한다며 여섯 개를 약속해 주신다. 아, 내가 따옥이가 된 것 마냥 어찌나 고맙고 반갑던지! 

이거 읽다가 엄마에게 질문을 했다. 엄니 어릴 때 소풍 가면 삶은 달걀하고 사이다 먹었냐고... 그때도 병 사이다였을 텐데, 병 뚜껑은 어찌 땄냐고... 지난 5월에 부여 답사를 갈 때, 함께 갔던 나의 야곱은 달걀을 삶아 왔다. 아, 역시 여행길에는 달걀이 최고지! 찜질방에서도 달걀이 최고! 먹을 것이 별로 없던 시절의 삶은 달걀은 진미 중에 진미였을 것이다. 짝꿍 생각해주는 마음도 곱고, 선생님께 드리겠다는 마음도 곱고, 무엇보다 따옥이를 생각해주는 할머니가 제일로 멋지다.  

하지만 복병이 있다. 전쟁 이후 노름에 골몰해서 집안 재산을 거덜내고 있는 아버지 덕분이다. 골방에 갇혀서 역전의 패만 노리고 있지만, 제 인생만 뒤집어질 뿐, 어디 노름으로 인생이 뒤바뀔 만큼 만만하던가.  연이어 닭을 도둑 맞고 엄마와 할머니의 주름이 깊어지니, 따옥이도 차마 소풍 때 달걀 싸달라고 말할 수가 없다. 어린 따옥이지만 그 정도 염치는 있는 것이다. 과연 따옥이에게는 기대했던 즐거운 소풍날과 삶은 달걀 콤비가 따라올 수 있을 것인가!

 

진달래 꽃 따서 화전 만들려고 하는 동산 위의 아이들도 흐드러지게 곱고, 아버지 때문에 골이 나서 괜히 동무에게 화풀이하는 심퉁스런 따옥이의 표정도 재미난다. 지극히 토속적인 느낌의 이두호 작가님 그림이 이야기를 더 빛나게 만들었다.  

큰 제목이 '꼬꼬댁'이지만 '행복한 만화동화'라는 부제가 이 책에 더 어울려 보인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나 역시 행복해졌으니 말이다.  

이두호 원작에 연진희 꾸밈이라고 되어 있는데, 연진희 님이 각색을 좀 했다는 의미인 것일까? 잘 모르겠다. 아무튼, 형부에게 내밀어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형부가 동화책 읽는 모습은 본 적이 없지만, 동화같다고 하면 만화라고 하는 거다 뭐... 

난 동화도 좋고 만화도 좋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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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8-1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판이군요.ㅜ.ㅜ

마노아 2011-08-16 19:38   좋아요 0 | URL
절판이어서 별로 기대 안 했는데 다행히 중고로 구할 수 있었어요.^^

달사르 2011-08-16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두호..많이 듣던 이름이라서 찾아봤더니 꺅. 만화 임꺽정 그리신 분이로군요. 게다가 머털도사까지? 와우. 어릴적 신나게 봤던 만화책들인데..
그림체가 만화체에 서정적인 느낌이 가미되서 더 이쁘네요. ㅎㅎ 저도 동화도 좋고 만화도 좋은데..따옥이가 과연 달걀을 먹었을지..는 이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군요! ^^

마노아 2011-08-16 19:38   좋아요 0 | URL
네, 바로 그 이두호 작가님이요!
형부가 엄청 좋아해서 임꺽정도 중고로 구해서 선물했더랬어요.
어릴 적에 머털 도사 참 좋아했어요. 아우, 이분의 토속적인 그림이 참 좋아요.^^
따옥이는 달걀을~ 먹었을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