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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9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안의 목차가 '플로로그/최후의 만찬/END GAME'으로 되어 있어서 순간 완결편인가 하고 맨 뒷장부터 확인했다. (플로로그는 '프롤로그'의 오타인 듯!) 다행히 완결이 아니다. 아직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을 것 같은데 벌써 마무리 지을 리가 없지... 그렇지만 이번 이야기는 한 권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권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어서 궁금증은 평소보다 더 크다는 게 다소의 아쉬움이랄까.
때는 서기 2062년의 일본. 뇌과학 연구의 혁신으로 죽은 사람의 뇌를 스캔해서 최장 5년 동안의 기록을 들여다 보고 수사를 하는 법의 제9연구실. 초절정 미모와 차가운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마키 경시정은 오늘도 서릿발을 날리고 있다. 수사 시간에 꺼두라고 한 핸드폰이 잘못 울리는 바람에 불연소 휴지통으로 바로 직행한 휴대폰과 모두의 사색이 된 얼굴이라니....
비밀이 처음 시작될 때 마키 경시정의 잃어버린 동료들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들여다본 뇌에 대한 충격으로 동료들이 사망하고 자살까지 했던 그 이야기가 다시 꺼내졌다. 그때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된 제9 연구실 소속 연구원이 돌아왔다. 그의 출연은 마키 경시정에게 큰 혼란과 충격을 주는 듯 보였다. 그가 밝히지 못한 과거의 연결고리가 다시 꿈틀대는 중이다. 아오키는 마키에게 혼자서 비밀을 끌어안고 있기 때문에 테러의 위협을 받는 것이라고, 비밀을 함께 공유하자고 얘기하지만 마키의 입장은 단호하다. 그들의 업무는 혼자만의 생명의 위협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모두의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염려가 현실화됐을 때, 감정이 앞설 때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이다.
마키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방탄복을 평소에도 입고 있었다. 테러의 위험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죽게 된다면 정확하게 머리를 쏘기를, 그리하여 자신의 뇌에 담긴 기억이, 그가 보아왔던 모든 수사자료가 그대로 묻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인 '비밀' 그대로 말이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무시무시한 범죄가 저질러졌고, 살인범의 조롱 섞인 메시지가 소름 돋게 했다. 뉴스에서는 노르웨이 테러범 기사가 계속 나오니 더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뇌가 보았던 영상을 읽을 때 소리는 들리지 않으므로 제9 연구소 직원들은 독순술을 공부한다. 입술 모양으로 말소리를 알아내는 것이다. 상대의 표정과 입술 모양으로 그가 하려던 말을, 그가 느낀 감정도 더 뚜렷하게 읽어낸다. 마치 텔레파시라도 하듯이...
만화 속의 내용은 작가의 상상력이 창조해낸 가상의 세계이지만 2060년대가 되면 정말 저런 기술이 없으란 보장도 없지 않을까? 분명 뇌가 본 영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범인을 잡는 일은 보다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기술이 진보하는 동안 범죄자들의 수법도 똑같이 진화할 테지. 그리고 저렇게 현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여러 트라우마에 노출되고 희생을 무릅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고... 놀라운 세상을 살고 있지만 정말 어처구니없게 놀랄 일도 많은 세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언제나 다이나믹한 세상살이다. 양으로든, 음으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