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과 마법의 색깔 무민 그림동화 3
토베 얀손 지음, 서하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무민 시리즈는 그림이 귀엽고 깜찍해서 어린이 친구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은데 어른들에게 권해도 손색 없는 것이 내용이 무척 철학적이다.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카테고리에 추가해도 문제 없을 것 같다.  

 

어느 날 바다를 보던 무민은 문득 궁금해졌다. 파란 바닷물을 손으로 떠올려 보면 물 색깔이 하나도 파랗지 않은 이유가 말이다.  

바다가 장난을 치고 있는 건가 싶어 등을 돌리고 있다가 갑자기 휙 뒤돌아 재빨리 바닷물을 떠보기도 했지만 손바닥에 있는 바닷물은 조금도 파랗지 않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꼬마 미이가 깔깔깔 웃어버렸다. 눈에 보이는 건 뭐든 만지고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선문답을 남기고 미이는 사라졌다. 어린 꼬마지만 내공이 보통이 아닌 게 분명하다! 

 

미이의 비웃음을 샀지만 여전히 바닷물에 대한 궁금증이 가시지 않은 무민은 바다색 표본을 만들고 싶었다.  

맑은 날 바다색/비 오는 날 바다색/ 밤 바다색/ 달밤 바다색/ 흐린 날 바다색/ 아침노을 바다색/ 깊은 바다색/ 아침 바다색 

선반 위에 늘어놓은 병에 담긴 물빛이 참 곱다. 저렇게 보이는 바다 색깔이지만, 실제로 물을 담아 놓으면 모두 투명하게 보일 텐데 무민은 과연 실험을 성공할 것인가!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냄비에 뭘 끓이고 계셨다. 천을 물들이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분홍색 천을 물들일 재료는 갈색 나무껍질이었다. 무민은 또 의문을 갖게 된다. 

엄마는 이 나무가 곧 분홍색 꽃을 피울 거기 때문에 껍질을 가져다 물들여 본 거라고 하셨다. 얼라, 나무 껍질을 끓이면 원래 꽃색에 해당하는 염료가 나오나???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무민은 신기하기만 했다.(나도 신기해!) 바다 색깔은 보이지만 잡을 수 없고, 꽃 색깔은 보이지 않지만 나무 속에 숨어 있다. 색깔은 그 자체로 마법 같은 것이다. 보이는데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데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다음날 무민은 길에서 스니프를 만났다. 스니프는 강가에서 보석처럼 예쁜 돌을 발견하고 잔뜩 흥분해 있었는데 손바닥 위의 돌은 그냥 거무스름한 보통 돌이었다. 실망한 스니프는 돌을 내던지고 돌아가버렸다.  

이 이야기를 스너프킨에게 해주자 스너프킨은 미이의 오빠답게 역시 도통한 얘기를 한다.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나는 우선 그걸 가만히 지켜볼 거야. 그리고 그걸 소중하게 머릿속에 담아 두는 거지. 그렇게 하면 없어지지도 않고 고장 나지도 않아. 많이 가져도 무겁지 않고, 색깔이 사라지지도 않지." 

많이 가져도 무겁지 않다는 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저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건 솔직히 자신 없지만, 멋있다고 생각한다. 

돌아가는 길, 비가 톡톡 내리는 길목에서 무민은 스니프가 버렸던 돌멩이가 예쁘게 빛나는 걸 발견했다. 비를 맞은 후에야 예쁜 제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다. 스니프도 강물 속에서 예뻤던 돌을 발견하고 건진 것인데 그걸 갖겠다고 건진 뒤 제 빛을 잃은 것이었다. 욕심 많은 스니프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물론 무민도 마찬가지다. 구상했던 바다색 표본은 마음과 머릿 속에 넣어두기로 결심했다. 무겁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 아름다운 빛깔이 무민의 가슴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그날 저녁 노을은 굉장히 멋졌다. 꼼짝않고 노을을 바라보는 무민. 무민의 가슴에 바다색처럼 노을 빛도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그렇게 무민은 부자가 되어가고 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배우고 또 마음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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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2011-07-0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서재서 리뷰보고
낼 놀러갈 친구네 선물로 줄 책 중에 무민씨 한 권 넣어서 주문했어요.
^^

마노아 2011-07-08 12:23   좋아요 0 | URL
헤헷, 좋은 선물이 될 거예요. 무민은 사랑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