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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의 단짝 친구 ㅣ 무민 그림동화 2
토베 얀손 지음, 서하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무민이 어떤 생물인가 궁금해서 책 정보를 찾아보니 상상의 생물이라고 한다. 다만 북유럽 신화의 트롤에 기초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트롤이라니, 노말 시티의 트롤이 더더욱 좌절할 것만 같다.^^
무민은 고민이 생겼다. 단풍지는 계절이 오고 곧 추운 겨울이 닥쳐올 때가 되니 분명 단짝 친구 스너프킨이 남쪽 나라로 여행을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렁그렁한 눈망우로 스너프킨을 바라보지만 말없는 스너프킨은 도통한 얼굴로 슬쩍 웃을 뿐이다. 이런 무민의 마음을 몰라주는지 아빠는 친구를 웃으면서 보내줘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무민의 시무룩함은 더더욱 깊어질 뿐이다.
다음날 스너프킨은 여행 준비를 하느라 아예 같이 놀아주지도 못했다. 더더욱 어깨가 쳐지는 무민!
이때 스노크 아가씨가 두리번거리면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늘 앞머리에 꽃을 꽂는 스노크 아가씨인데 날이 추워져서 꽃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둘은 함께 꽃을 찾기 위해 들판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희귀 식물을 모으는 헤물렌이 있었다. 그런데 헤물렌의 말이 걸작이다.
"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를 하고 있어."
지금은 바짝 마른 민들레를 가리키면서 헤물렌은 설명해준다. 뿌리가 아주 긴 민들레는 이렇게 말라버려도 언젠가 다시 꽃이 피기 마련이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를 한다는 건 그런 뜻이라고 말이다.
역시 도통한 이야기. 무민과 스노크 아가씨에게는 아직 어려운 얘기 같다. 다시 꽃을 찾으러 숲에 갔다가 발견한 것은 꽃이 아닌 작은 번데기.
무민과 스노크 아가씨는 번데기가 홀로 겨울을 나다가 얼어죽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심지어 집에 데려갈 생각까지도 했다.
그러자 때마침 지나가던 꼬마 미이가 버럭 해버린다. 번데기가 혼자서 추위를 견디지 못하면 강한 나비가 될 수 없다는 쩌렁쩌렁한 가르침!
집에서는 엄마가 튤립 알뿌리를 심고 계셨다. 따뜻한 걸 좋아하는 튤립이지만 겨울을 확실히 배우지 않으면 봄이 와도 모른다는 얘기에 드디어 무민은 감 잡았다. 겨울 다음에 봄이 오고, 봄이 오면 친구 스너프킨도 돌아온다는 것도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울함이 사라져버렸다. 친구를 위한 노래를 함께 불렀고, 웃으면서 먼 여행길 떠나는 친구를 배웅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무민은 또 성장했다. 조금씩 느리지만 하나씩 배우고, 소중한 것들을 가슴 속에 하나둘씩 쌓을 수 있게 되었다.
무민의 내공이 자라 긴 겨울 뒤 봄이 오면 더 멋지게 자라 있을 테지. 무민들의 찬란한 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