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구판절판


"변호사에게 가장 끔찍한 의뢰인은 무고한 사람이라고 했어. 까딱 잘못해서 그가 감옥에 갈 경우 평생 괴로워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지."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대충 그런 뜻이었네. 무고한 고객에게는 중간이 없다는 거야. 타협도, 협상도, 중도도 없어. 오직 한 번의 판결뿐이지. 점수판에 '무죄'라고 적어놓기라도 해야 할 거야. 무죄 말고 다른 선택은 없으니까 말이야."-112쪽

다리우스는 크랙코카인의 형식으로 죽음과 파괴를 전파했다. 아니, 어쩌면 또 다른 폭력이나 드러나지 않은 범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그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처음부터 아무 기회도 제공받지 못한 수많은 낙오자 중 하나였다. 그가 아는 건 오직 길거리 생활뿐이었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몰랐고, 마약 거래를 배우기 위해 6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었다. 마약 밀매장에서 돈은 정확하게 세지만 그렇다고 당좌거래를 터본 적은 없으며, 로스앤젤레스를 떠나기는커녕 카운티 해변에도 가보지 못했다. 그런 그가 이제 창살이 달린 버스를 타고 생애 첫 여행을 떠나려 하고 있다.-118쪽

그 순간 내 울분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루이스가 늦어서도 거짓말을 해서도 아니었고, 샘 스케일스가 나를 돌팔이 사기꾼 변호사라고 욕해서도 아니었다. 그건 대박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 사건에는 재판도 없고 여섯 단위의 수임료도 없을 것이다. 처음에 받은 계약금 정도만 챙겨도, 에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할 정도로 쪽박이 된 것이다.-152쪽

"왜, 카피를 10부나 보내야 하죠? 하나가 아니고?"
"하나는 자기가 갖고 다른 아홉은 교도소에 뿌려야 하거든. 그래야 전화가 걸려올 거 아냐? 항소심에서 승리한 변화사는 교도소의 황제와도 같은 존재라고. 놈들이 개떼같이 전화할 거야. 그러면 당신은 옥석을 가려, 가족도 있고 돈도 있는 자들을 골라내야지."-242쪽

나는 금방 이 방에 들어온 것을 후회했다. 라울의 마지막 표정이 과거의 모든 기억들을 완전히 덮어버릴 거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만 것이다. 저 두 눈을 영원히 떠올리고 싶지 않다면 결국 그를 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254쪽

"그러니까 내가 변호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악하지 않아, 매기. 유죄이긴 하지만 그래도 악한 건 아니라고. 무슨 뜻인지 알지? 차이가 있어. 그 친구들의 말을 듣고 노래를 들으면,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 이해하게 돼. 그 사람들은 그저 살아가려고 한 것뿐이야.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거라고. 그 중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이 태어난 치들도 있고. 하지만 악은 달라. 근본적으로 달라. 그러니까... 모르겠군. 악은 스스로 원하는 거야... 모르겠어. 설명할 수가 없어."-274쪽

열두 명의 이방인들이 당신의 인생에 판결을 내리는 기분을 아는가? 내면에서부터 치고 나오는 이 치열한 싸움을? 지금 나는 내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다. 형사법 변호사. 피고에 대한 판단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다. 난 한 번도 의뢰인의 유무죄를 따져본 적이 없다. 솔직히,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288쪽

나는 그를 보았다. 너무 가까웠다. 증오가 아니라 사랑한다 해도 부담스러울 정도의 거리였다. -290쪽

민튼은 창녀나 매춘 같은 단어는 애써 피하고 있었다. 그 역시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까 염려되어서이다. 나는 메모지에 그 단어들을 적고 변론할 때 써먹어야겠다고 작심했다. 검사가 빠뜨린 부분이니 나라도 돌려놓아야 하지 않겠는가.-297쪽

판사에게 빨리 끝내겠다고 말한 이유는, 배심원들이 검사의 이야기만 듣고 점심 식사를 한다는 게 맘에 들지 않아서였다. 햄버거와 참치 샐러드를 먹으면서 오직 검사 쪽 주장만 되새김질할 것이 아니겠는가?-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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