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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까마귀 나라 ㅣ 산하작은아이들 22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산하 / 2010년 3월
평점 :
아기 산토끼/가엾은 나무/떡반죽 그릇 속의 개구리/아름다운 까마귀 나라
이렇게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강장에 의해 억압받고 있는 약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느티나무 편에서는 남과 북으로 갈라져서 고통 당하는 우리 민족의 이야기가 빗대어 담겨 있다. 냉전 시절 소련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세력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진영의 충돌이 한반도에서 일어났다. 남과 싸우는 것도 나쁘지만 자기 편끼리 싸우는 건 더 나쁘다고 서문에서 권정생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분단 이후 60여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서로를 미워한다. 이제는 미워할 때가 아니라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때, 그리고 함께 두 손 맞잡을 방법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느티나무의 고통에서 어린이 친구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우리나라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저 심술궂은 표정의 붉은 북풍과 음흉한 표정의 파란 남풍을 보니 착잡해진다. 새들도 행복해질 수 없다. 저렇게 싸우는 나무 그늘 아래서는 말이다.
까마귀의 본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온갖 화려한 깃털로 치장을 해버리니 몸은 무겁고 마음도 즐겁지 않다. 뒤늦게 이런 치장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둘렀던 깃털들을 모두 던져버리고 제 모습으로 당당히 서는 모습에 속이 시원했다. 내 것이 아닌 것에 탐을 내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며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메시지들이 하나같이 무척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편이지만, 그 편이 어린이들에겐 더 쉽게 작품의 주제로 다가가게 만들 것이다. 세련미는 떨어질지언정 여전히 진국인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