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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소나무 ㅣ 산하작은아이들 19
권정생 지음, 김세현 그림 / 산하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주제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그건 단연코 '평화'다. 끊임없이 평화를 노래하셨던 선생님, 그 평화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었기에 선생님의 책에는 같은 소재와 주제가 무한 반복된다. 때로 그게 식상한 것도 사실이지만, 재차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평화 이야기이니 그것에 감히 불만을 품을 수 없다.
이 책에는 7편의 글이 실려 있다.
하느님의 눈물
아기 소나무
고추짱아
두꺼비
소낙비
굴뚝새
다람쥐 동산
지금 우리집에 있는 선생님의 다른 책들 제목에는 이 책에 포함되어 있는 소제목들이 표제작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왜 그런지 선생님 작품은 유독 중복 수록이 많다. 여러 단편집 묶음에 몇 개씩은 꼭 작품이 겹친다. 독자 입장에서는 좀 지나쳐 보이는 게 사실이다. 선생님이 그렇게 소비되는 것을 별로 탐탁스러워 하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말이다.
작품을 열면서 선생님이 남긴 메시지가 뭉클하다.
우리는 부자 되는 것보다, 축구를 일등 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모두 사이좋게 사는 것이 가장 소중하답니다. -5쪽
당연한 명제인 것을, 그것을 마음으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그게 참 속상하다. 그러니 선생님은 재차 반복해서 강조하며 평화를 이야기하고 또 평화를 이야기 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동물이거나 해와 달 등의 자연이다. 인간은 그 사이에 끼지 못했지만 빗대어서 하는 이야기는 모두 인간들의 것이다. 어린이 친구들에게는 동물과 해와 달, 소낙비 등이 주인공으로 나오니 정서적으로 더 친근하게 다가갈 듯하다.
제 잘난 모양새만 뻐기며 오로지 식량을 구하기 위해 하루 온종일 땅만 쳐다보고 걸었던 수탉은 하늘을 바라보며 세끼 식사에 만족할 줄 알았던 못생긴 두꺼비의 친구 자격을 잃는다.
울타리 너머에는 도깨비가 산다며 아기 다람쥐들을 단속했지만, 사실 그 너머에도 똑같은 다람쥐들이 산다는 것은 금세 들키고 만다. 한 동안 북쪽 나라에는 도깨비같은 사람들이 산다고 가르쳤던 옛 시절의 기막힌 교육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7편의 이야기 중 가장 내 마음에 든 작품은 표제작인 '아기 소나무'다. 전쟁으로 온통 상처 뿐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저기 저 달 속에 초가 삼간 집 짓고 살고 싶어라~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아기 소나무가 자신의 키가 하늘만큼 커지면 자신을 베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초가집 짓고 살았으면 하고 말하는 것이다. 아낌 없이 주는 나무 이상의 사랑과 희생이 아닌가.
목이 메인 달님은 아기 소나무가 가장 착하다고 말해 주지만 아기 소나무는 고개를 젓는다. 제일로 착한 건 싫고 보통으로 착하면 된다고 말을 하는 이 욕심 없는 나무의 마음은 거인 그 자체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배울 게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