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시사인 만화 - 신세기 시사 전설 굽시니스트의 본격 시사인 만화 1
굽시니스트 지음 / 시사IN북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본격 제2차 세계대전으로 그 파격성과 시니컬함과 오덕후스런 모습을 모두 보았기 때문에 그때만큼의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수십 년 전의 사건으로 역사책에서 접한 것들이 아닌, 바로 금년, 작년, 재작년에 피부로 올곧이 느꼈던 시사적 사건들을 갖은 패러디와 유머와 속내캐기로 들여다보자니 영 입맛이 쓰다. 이런 비판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젠 그런 것에 기뻐할 단계는 아니지 않던가. 보다 진보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그런 정치 환경과 풍도를 보고 싶을 뿐이다.  

속상한 것은 속상한 것이고, 웃긴 건 또 웃긴 것! 만화가 주는 위대한 힘을 살펴보자. 

 

영화 놈놈놈을 패러디 했다. 충청도 웨스턴 편이었는데 제목 밑의 인물 소개에서 빵 터졌다. 그래도 앞의 두 사람은 충남 출생이라도 했건만, 뒷분은 할아버지 묘가 있을 뿐. 충청도 총리 카드는 가카께서 연출한 것들 중 그나마 가장 머리를 잘 쓴 경우 같다. 성난 민심을 달랠 잠시 잠깐의 카드였을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도 좋은 놈의 위치에 계실 수 있을런지...;;;; 

 

아, 엄청 웃었다. 실제로 TV에 나오면 절로 고개가 돌아가거나 채널이 돌아가는 반사신경이 작동하지만 이런 그림 속 희화된 가카는 제법 큰 웃음을 주신다. 빵셔틀이란 건 오해입니다! 친구입니다!라니, 실컷 웃다가도 울고 싶어진다.  

 

서울과 베네치아를 비교해 주었는데 그림을 보는 순간 속이 울렁거렸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냥 제낄까 잠시 고민을 했더랬다. 나도 저렇게 엉덩이를 빵 차주고 싶을 뿐! 

 

 

최고로 많이 웃은 이야기였다. 오바마와의 회담에서의 동상이몽을 전래동화로 각색했다. 오바마는 한미FTA 재협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며 F자를 펼쳐보였는데 우리의 가카께서 자동차 재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반응하였고, 세 개의 손가락을 들어 300명의 군사를 아프간에 파병할 수 있겠냐고 묻자 가카께서는 네 개의 손가락을 들어 400명을 더 보낼 수도 있다 하였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오바마 측 판단. 다음은 우리의 가카 버전이다. 골프채 모양 손동작에 카트는 내가 몰 수 있다고 답하였고, 손가락 세 개로 세종시 문제를 걱정하자 손가락 네 개로 4대강 외에는 아웃오브 안중이라 답하셨다는 것이다.  

세종은 자주 나오는데 영어로 three bells라고 써놓아서 세종대왕 뒷목 잡고 쓰러지게 만들었다. 아무튼 이런 가카의 지혜에 탄복하여 천하가 그를 가리켜 '굴로벌호구'라 칭송하였다나 뭐라나... 

 

크리스마스 캐롤 버전이다. 미래의 크리스마스 혼령에 의해서 다녀온 가카의 묘비명이 압권이었다. 역사의 냉혹한 평가를 보시라. '2MB The Fool' 지극히 간단 명료하다. 게다가 꿈에서 깨어난 가카의 달력 날짜가 무척 고무적이다. 순식간에 시간을 뛰어넘어 가카께서 좋은 사람으로 거듭날 시간이 후다닥 닥쳐왔으면 좋겠다. 

 

작년 여름에 영화 인셉션을 무척 재밌게 보았다.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이라니, 놀란 감독의 천재적 연출에 감탄을 거듭했었다. 그걸 이렇게 표현해낸 굽시니스트의 감각도 만만치 않게 천재적이다.  

비행기 안에서 잠든 이들의 꿈을 보시라. 원고 다했다가 최고의 꿈인 굽시니스트, 몸값 상승을 기대하는 민노당과 국민들의 구원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민주당과 가카 만세를 외치는 한나라 당까지. 서로의 동상이몽을 깨부수기 위해선 킥 외에 방법이 없다. 그나저나 그 밑에서 림보 중이신 가카. 영원한 무의식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계심을 알고나 계실지... 

 

이 그림은 무척 마음이 아팠다. 다섯 살 훈이가 던져주는 저 급식과, 바닥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대비가 서럽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란 결국 저 아이들을 저런 식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런지...... 

아무래도 시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일이 있었던 바로 그 직후에 보았던 것만큼 감동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시사 인 만화 때문에 시사인을 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일 터!  

2009년부터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워낙 많은 사건들이 줄줄이 터지는 바쁜 형국에 한발자국 뒤쳐지는 것 같지만, 그렇게 새로운 사건으로 금세 덮이고 마는 시사적 사건들을 되짚어 보며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훌륭한 교과서다. 지루하거나 딱딱할 틈이 없는 교과서. 

책을 내면서 덧붙인 뒷장의 이야기들도 무척 눈길을 끈다. 폴란드와 러시아의 악연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감정을 더 뛰어넘는 수준으로 보인다.  

미국이 폴란드를 MD(Missile Defenec, 미사일 방어체제)에 끌어들인 건 러시아를 펄쩍 뛰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수백 년에 걸친 러시아의 침탈이 낳은 폴란드 사람들의 반러 감정은 폴란드로 하여금 아주 즐겁게 미국과 손을 잡게 만들지요. 정말 이 정도 악연으로 엮인 이웃나라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러시아와 폴란드는 1천 년에 걸쳐 악감정을 쌓아왔습니다.
가톨릭의 폴란드와 정교회의 러시아는 동방의 패권을 놓고 건국 이래 계속 싸워왔으며 한때 폴란드가 강성할 때는 모스크바를 털어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근대에 이르러 폴란드는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에 의해 분할당해 멸망하고, 바르샤바는 백 몇 십 년간 러시아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쇼팽이나 퀼리부인도 이 러시아 지배기에 태어났지요. 제1차 세계대전 결과 독립한 폴란드는 러시아 적백내전에 개입해 적군과 투닥거리며 공산혁명을 쓸어버리려고 시도하기도 했고, 이후로도 철저한 반공의 교두보 역할을 자임합니다. 그 결과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과 소련군에게 분할 점령당하며, 그 악명 높은 카틴 숲의 학살을 겪습니다. 이후 냉전기에 소련의 위성국가로 전락했다가 1980년대 바웬사의 자유노조 운동과 폴란드 출신인 교황 바오로 2세의 영험한 법력에 힘입어 다시 자유를 찾습니다. 이후 모스크바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러시아가 싫어할 일이라면 뭐든 마다하지 않아온 폴란드지요.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 그루지야를 지원한다든가, 체첸 반군 지도자를 석방한다든가...... 러시아로서도 이런 폴란드를 어떻게든 살살 달랠 필요가 있겠지요. -116쪽 

가장 마음을 움직였던 대목은 여기였다. 

틱낫한 스님 말씀처럼 분노라는 것은 그것을 계속 곱씹을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발산할수록 더 커지며 내 마음의 주인을 나에서 증오로 바꿔나가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역사에 대해 짧게 분노하고 길게 슬퍼해야겠습니다. -152쪽 

 

가카의 임기가 아직도 남아 있으니 굽시니스트의 활약은 이 한 구너으로 멈추지 않을 듯하다. 가카 한 사람만 삽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 어쩌면 그의 붓질은 결코 마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지금은 웃음 뒤에 씁쓸함을 숨길 수가 없지만 어느 땐가는 그저 호탕한 유머로 승화될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지극히 멀어 보이지만 그래도 그 때를 기다려본다.

혹여 우리는 더 많이 분노하고 분개하라며 가르치고 세뇌당하고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아무리 착한 전쟁도 나쁜 평화보다 좋을 수 없다는 얘기와 우리의 현대사가 외쳐온 '성장천국 복지지옥'의 문구도 서늘하게 머리와 가슴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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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0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이거 대박이네요!ㅋㅋ

마노아 2011-05-09 00:31   좋아요 0 | URL
놀랍지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