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되는 한국 명화 공부가 되는 시리즈
글공작소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1년 2월
절판


제목은 몹시 구태의연하지만, 책 속 명화까지 식상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 명화를 시대별로 정리했다. 선사시대의 암각화부터 고구려의 벽화, 고려의 불화를 소개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남아있는 작품이 압도적으로 조선 작품이 많은지라 조선의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물을 바라보는 옛 선비의 모습이다. 유유자적, 여유로워서 부러울 지경. 그림은 익숙한데 늘 책으로만 보아서 이 그림의 크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23.4X15.7이라면 꽤 작은 크기다.
눈앞에 갖다 놓고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그림이다.

안견을 얘기할 때 몽유도원도를 얘기하지 않으면 섭한 법!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일본 덴리 대학에서 우리나라로 아주 짧게 전시회를 가졌었는데 이후 재공개할 의사가 없다고 해서 국립중앙박물관을 미어터지게 했던 그 작품이다.

왼쪽은 현실 세계를 그린 것으로 정면에서 본 것처럼 그렸고,
오른쪽의 도원 세계는 위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표현했다.
알고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비록 원본은 이제 보기 힘들지만, 복원품도 꽤 그럴싸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이 퍼뜩 떠오른다.

조선 중기에 활동한 이정은 조선 3대 묵죽화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임진왜란 때 왜군의 칼에 오른팔을 다친 뒤부터 왼팔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왼쪽 그림은 이정이 82세에 그린 그림이라고 하니 필시 왼손으로 그린 그림일 것이다.
경이로울 뿐이다.

조속이 그린 금궤도로 삼국유사에 나오는 김알지의 탄생 설화를 그린 그림이다.
이 작품은 청록산수화인데 푸른색과 초록색을 사용해서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그림으로 변신했다. 익숙한 수묵화의 느낌과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상자가 걸려있는 모양새는 몹시 불안해 보이지만 그 아래 닭은 고고해 보인다.

김명국이 그린 달마도다.
몇번의 굵은 붓놀림으로 그림을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그려냈을 것만 같다.
붓놀림을 최대한 줄이면서 몇 가닥 선으로 그림을 표현하는 기법을 감필법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이 감필법으로 그린 그림이다.

김두량이 그린 삽살개
그림보다 어원에 더 관심이 갔다.
'삼사리'라고도 부르는 우리나라 토종 개인데 '삽살개'라는 말에는 귀신이나 액운을 쫓는 개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털이 길고 머리가 커서 사자처럼 보이기도 해서 '사자개'라고 불리기도 한다.
박칼린이 여행갈 때도 꼭 동행시키는 삽살개가 떠오른다.
이국 얼굴을 한 그녀가 토종개와 절친이라고 생각하니 오묘하고 반갑다.

동물을 그린 민화다.
원숭이는 '잔나비'라고도 불리는데 한자의 '잔나비 원'자에 '성성이 성'자를 붙여 '원성이'에서 '원숭이'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살지 않았던 원숭이였기에 일본 사신이 선물로 바친 기록도 있다.
원숭이 그림에는 벼슬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한자로 원숭이는 '후'자를 쓰는데, '제후'의 '후'자와 음이 같기 때문이다.
새끼 원숭이를 안고 있는 어미 원숭이 그림은 대대손손 높은 벼슬을 얻기를 바라는 소망을 표현한 것이다.
또 서유기의 주인공이 천도복숭아를 먹고 오래 살았던 까닭에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

하지만 내게 원숭이는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촉!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법!

박제가가 그린 목우도다.
실학자로 널리 알려진 그가 사실은 그림 실력도 빼어났었다니...
이렇게 재주가 많으니 출신에 대한 서러움이 더 컸을 것이다.
박제가는 추사 김정희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림이 평화롭고 안정적이다.
근데 소가 많이 비대하다. 다리는 짧고...;;;

눈이 황홀해지는 그림이다.
남계우가 그린 화접도 대련.
그림은 두개인데 마치 대구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그려놓았다.
많지 않은 색을 썼음에도 눈에 띄게 화사하고 화려하다.

오른쪽 그림은 동 화가의 화접묘도.
고양이의 자태가 날렵하니 섹시하다.
고양이와 나비라니, 너무 잘 어울리지 않는가.
그래서 고양이가 '나비'라는 이름으로 자주 불렸던 걸까??

김수철이 그린 송계한담도
여백에서 오는 이 풍성함과 충만감이라니...
보고 있자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소나무 밑에서 한가롭게 풍류를 즐기는 다섯 선비의 팔자 좋은 인생이 마구 부러워지고 있다.

작자 미상, 연대 미상의 문자도다.
글자를 나타내는 그림인데 각각의 글자가 추구하는 바를 표현하고 있다.
첫 번째는 형제간에 우애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공경할 제
두번째는 믿을 신
마지막은 충성 충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자는 信이지만, 그림으로는 悌자가 제일 예쁘다.

제목은 좀 모양이 빠지지만 책 만듦새와 표지는 잘 뺀 것 같다.
43쪽의 박스 안에 세한삼우를 잘못 표기한 것과 92쪽에 정조의 재위 기간을 1777로 잘못 표기(1776년이 맞다)한 게 옥의 티다.
언급하고 싶어서 표시해둔 그림이 세 장 더 있었는데 실수로 사진을 덜 찍어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으로 확인하면 좋겠다.

작년에 읽은 '한눈에 반한 우리 미술관'이 떠올랐다.
이 책을 친구의 아이들에게 어린이 날 선물로 주려고 구입을 했는데, 작년에 한눈에 반한 우리 미술관을 그 집에 보냈던 게 생각이 나버렸다. 이 책은 다른 집으로 보낼 생각이다...;;;;
뭐, 덕분에 내게 공부가 되고 감상이 되었으니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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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03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는데~~~~ 덕분에 잘 봤어요.
어린이날 선물용이군요~~~~~ ^^

마노아 2011-05-03 14:39   좋아요 0 | URL
어린이날 선물 마련하느라고 요 며칠 빡세게 그림책 읽고 있어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