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18호/2011-04-04 

“거기가면 요오드 처방받을 수 있나요?”
“병원에 요오드 좀 가지고 있는 거 있지요?”
“원장님은 요오드 챙겨놓으셨나요? 있으시면 저도 좀 주세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서 국내의 병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이와 같은 문의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 유출이 2주일 이상 이어지면서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방사성 제논(Xe)에 이어 방사성 요오드(I)까지 검출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방사성 물질은 1,700여 종에 이른다. 이들 중 인체에 해로운 대표 방사성 물질은 20종 정도. 원전이 폭발할 때 나오는 방사성 물질의 80% 정도는 제논(Xe)과 크립톤(Kr)이다. 하지만 두 물질은 기체이기 때문에 금세 흩어져 인체 피해가 적다. 때문에 현재 가장 위험한 방사성 물질로 알려진 물질은 요오드-131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3월 29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2곳에 방사성 요오드-131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KINS 측은 12곳 모두 검출된 양이 극미량이어서 환경이나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지만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공포감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을 직접 접하는 의사들은 환자들의 요오드 처방 요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0년 신종플루가 한창 유행할 당시 치료제였던 타미플루를 무조건 처방해 달라는 요구와 똑같다.

그림 요오드화칼륨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다. 사진 출처 : 동아일보



그림 요오드화칼륨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다. 사진 출처 : 동아일보 그런데 왜 사람들은 요오드를 찾는 것일까? 요오드화칼륨을 섭취하면 요오드 성분이 갑상샘으로 미리 들어가 방사성 요오드가 들어올 여지를 주지 않으므로 갑상샘을 보호해 주기 때문이다.

요오드-131은 호흡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와 갑상샘에 저장돼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한다. 베타선은 반응성이 좋아 주변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당장은 증세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수년 뒤 갑상샘 세포가 죽거나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일례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인근 지역에 있었거나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음식과 우유를 섭취한 사람들에서 갑상선암 발병이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산모의 태아, 소아가 특히 위험했다. 반면 20세 이상 성인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갑상샘에 들어가지 못한 방사성 요오드는 오줌 등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방사성 요오드의 경우 직접 흡입하기 24시간 전에 요오드화칼륨을 섭취하면 갑상샘에 요오드의 양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방사성 요오드가 갑상선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방사성요오드를 직접 흡입한 뒤에라도 최소 15분 안에 요오드화칼륨을 투여하면 90% 이상, 6시간 내 투여하면 50% 정도의 방어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하루에 섭취하면 좋은 요오드 일일 최적 섭취량은 0.15mg, 최대 3mg이다. 하지만 피폭 시에는 요오드 복용량을 130mg/일로 늘리고 최대 10일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1세 미만의 유아는 65mg/일로 복용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고 있는데도 요오드화칼륨을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작용으로 알레르기, 두드러기, 침샘의 염증,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만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혈액 속에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생기는 병으로, 신진대사가 과도하게 활발해져 갑상선이 커지고 눈이 튀어나오며 심장이 빨리 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저하증은 혈액 속에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 생기는 병이다. 몸속의 물질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몸이 나른하고 기력이 없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요오드-131은 자연상태의 일반 요오드, 즉 요오드-127의 동위원소로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 플루토늄 등이 핵분열 할 때 생성되는 물질이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양자수)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를 말한다. 요오드-131의 반감기는 8.05일로 비교적 짧다. 반감기란 방사성 핵종(核種)의 원자 수가 방사성이 붕괴되면서 원래 숫자의 반으로 줄어드는 데 필요한 기간으로, 반감기가 짧을수록 방사성을 빨리 잃게 된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는 방사선 피폭 사고에 대비해 요오드화칼륨정을 한국원자력의학원 부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서울대병원 등 21개의 방사선 비상 진료지정 의료기관과 방사선보건연구원에서 13만 명분의 양을 보관하고 있다. 국내에서 일정 수준의 이상의 방사선이 검출되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방사선 비상진료기관을 통해 무상으로 공급한다.

미국의 전문학회들은 현 단계에서 요오드화칼륨을 구입하거나 보관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복용할 필요도 전혀 없다. 안지현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미국과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지리적 거리가 다르다”면서 “일본 원전 사고의 수습 진행 상황, 풍향과 같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며 요오드 복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요오드를 섭취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요오드 함량이 많은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요오드가 풍부하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식품으로는 다시마, 김, 미역 등 해조류와 멸치, 굴 등의 어패류가 있다. 이 외에도 우유, 달걀노른자, 브로콜리, 감자, 바나나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자연 식품을 통해 섭취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같은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방사성 요오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평소 요오드 일일 섭취량(0.15㎎)을 먹는 정도다. 방사선 피폭 시 복용하는 요오드화칼륨정은 요오드화칼륨 130㎎(요오드 121.5㎎)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주원 중앙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혹시라도 일본에 갈 일이 생겨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것이 걱정된다면 요오드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식품인 다시마, 미역, 김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며 “하지만 약의 요오드 함유량은 성인 1일 기준량의 몇백 배에 해당하므로 음식으로 먹어서는 큰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요오드 함유 건강보조식품도 마찬가지다. 대개 이들 제품의 요오드 함유량은 0.075㎎~0.12㎎ 정도로 일일 섭취량에 못 미치는 양이다. 하지만 임신부는 조심해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들 제품은 영양보조제로 팔리고 있어서 처방약처럼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다. 더구나 적정 복용량 및 성분 등에 관한 정보가 불분명하다. 한정열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예방 차원에서 임신부가 섭취하는 요오드 영양보조제가 오히려 태아에 해를 미칠 수 있다”면서 “미량의 방사성 물질 노출과 태아의 기형아 발생률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원전사고 보다 심한 문제를 일으켰던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원자로(nuclear reactor)가 파괴되고 방사성 물질이 주변에 확산돼 당시 정부에서 임신중절을 권했었다. 하지만 기형아의 발생률은 증가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일본 방사성 물질 노출 정도가 우리나라 임신부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미국의 캘리포니아 보건국은 예방책으로 요오드화칼륨을 복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바 있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퍼져있는 공포감이다. 방사성 요오드를 제대로 알고 바르게 대처하는 태도가 중요한 시점이다.

글 :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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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4-10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편집 모드에서 붙여넣기가 되지 않아 내용을 캡쳐해왔다. 그 덕분에 가로 폭이 너무 크다.
그런데 체르노빌에서 기형아 많이 태어난 것은 사실인데....

마노아 2011-04-10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붙여넣기가 되어서 다시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