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이와이 걸 DIY Girl 1
이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윙크를 오랜만에 다시 사보기 시작했을 때 마침 연재를 시작했던 작품이다. 일년 이상 그렇게 열심히 읽다가 구독을 중단했는데 그때 마무리를 보지 못해서 아쉬웠던 게 이 작품이었다. 결국 단행본을 사서 보게 되었다. 내 예상보다 짧게 마무리 된 것이 상당히 아쉽다.  

이 책은 성형외과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전신성형을 원한 고객에게 으레 하던 대로 당신은 지금 이 모습으로도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돌려보냈던 성형외과의 노휴진. 그는 과거 국내 최초로 페이스 오프 수술을 성공시켰던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본의 아닌 상황으로 그는 환자를 잃었고, 그 충격으로 메스를 잡지 못하고 1년이 지났다. 그런 병원에 원장님의 아드님이자 사이가 나빴던 최동해가 부임해 오고, 같은 날 자신의 얼굴 전체를 페이스 오프하기를 원하는 정모식이 도착한다.  

자신이 태어나던 날에 할머니와 엄마가 돌아가시고 연이어 불행한 일이 가족에게 일어나자 점쟁이로부터 불우한 얼굴 때문이란 소리를 들었던 그녀는 불행을 갖고 오는 제 얼굴을 완전히 바꿔주기를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해외 봉사 나간 동해의 아버지인 병원 원장이 메시지를 보내온다. 1년 뒤 정모식의 얼굴을 수술하는 자가 5점을 받고, 나머지 근무 태도와 수술 실적을 반영해서 10점 만점으로 병원의 후계자를 정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두 명의 의사와 정모식이라는 가출 소녀가 로열 병원에서 부딪힌다. 

 

페이스 오프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가능한 수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절망에 빠진 모식은 자살 소동을 일으킨다. 그 손을 노휴진이 잡았고, 끌려 내려가는 휴진을 동해가 잡았다. 메스까지 잡고 있어서 팔에는 상처가 나고 제 손으로 살려는 의지를 보이기 전까진 끌어 당기지도 않았다. 휴진의 절망도 모식 못지 않았던 것이다. 늘 스스로를 불행으로 여기는 그녀에게 자신이 첫 번째 행운이 되어주겠다고 하는 노휴진. 그것이 시작이 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모식은 많이 달라진다. 모식뿐 아니라 동해도 변화된다. 지극히 상업적이고 계산적이기만 하던 그가 보다 인간적인 인물로 변해갔던 것이다.  

 

내가 참 좋아하는 장면이다. 모식의 머리카락을 직접 잘라주는 동해, 그 옆에서 링겔 줄을 이용해서 예쁜 머리띠를 만들어주는 휴진. 멋진 콤비다. 물론 동해는 여전히 휴진을 같잖게 보고 휴진은 능글맞게 굴지만. 

성형외과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성형을 하려는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지만 모두 여자였다. 실제로도 여자 손님이 더 많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이곳을 찾아오는 이 중에는 성형으로 환골탈태하여 신분 상승을 꿈꾸는 사냥꾼같은 여자도 있고, 과거에 새겼던 문신을 지우고 새출발하고자 하는 이도 있었다. 사각턱에 대한 콤플렉스로 본드를 턱에 발라가며 제 안으로 침식당한 이도 있었고 그밖에 여러 사례들이 등장한다. 그때마다 휴진은 심리적인 상담을 먼저 권했고 가급적 수술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반면 동해는 보다 현실적인 눈으로 충고를 남겼다. 모두에게 일리가 있었고 설득력이 있었다.  

 

이은 작가는 그림이 참 매력적이다. 분녀네 선물가게 때보다 훨씬 성숙해졌고 다양성이 보인다. 마취의로 등장하는 마재경의 카리스마도 훌륭했고, 수트빨 죽여주는 동해가 어쩌다가 캐쥬얼하게 변신한 모습도 근사했다.  

멋진 캐릭터의 근사한 그림도 독자를 매료시켰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깊은 눈빛이 감동적이었다. 노래로 치면 단 몇 소절만 듣고도 드라마가 느껴지고 마음이 움직여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결말은 어느 정도 예상된 진행을 보여준다. 사실 누구라도 그렇게 진행할 것만 같다. 하지만 바람직한 결말이었을 뿐 뻔한 마무리는 아니었다. 더 길게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아쉬울 뿐. 작가님이 새 작품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이후로로 내내 팬으로 남을 듯하다. 

제목의 DIY Girl은 어떤 의미일까? do it yourself 의 그 DIY일까? 그 의미라고 한다면 각자의 인물들에게 꼭 맞는 제목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구원해 낸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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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4-02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들이 너무 무서워요!
굿모닝^^*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마노아 2011-04-02 10:05   좋아요 0 | URL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주는 눈들이에요.^^
후애님도 주말 즐겁게 보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