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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는 바람 - 아름다운 영국시리즈 4
하츠 아키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아름다운 영국 시리즈 중 가장 좋았다는 말을, 바로 앞권에서 썼는데, 뒤이은 4편에서도 그 표현을 써야되겠다. 내가 이 읽은 이 시리즈 중 가장 마음에 든다.^^
하츠 아키코의 그림은 늘 내게 불만의 대상이었는데 이번 편을 읽으면서는 그 미묘한 표정들이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지금 막 저택에 도착한 저 남자의 표정과 몸짓에서 급히 왔다는 것, 뭔가 큰 불만이나 의심 등 역정이 나 있다는 것, 이 집의 주인이라는 것 등등이 그림으로 모두 표현이 된다. 그 사람의 성격까지 잘 잡아내어서 몹시 좋았다.
매번 고양이 빌헬름이 등장 컷은 적어도 주인공 마냥 행세를 했는데 이번 이야기들은 하나 빼고는 모두 빌헬름이 결정적 역할을 해내는 것들이었다. 어쩌면 빌헬름의 사랑의 전령일지도!
멀쩡히 집에서 자고 있는 빌헬름인데, 집 어딘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여러 사람이 목격한다. 정말 고양이가 유체 이탈이라도 한 것은 아닐까? 어쩐지 그게 '고양이'라면 좀 납득이 가서 말이다. 개라면 안 어울리는데 고양이는 묘하게 어울린다.
재밌게도, 아침에 일어나기 직전에 꾼 꿈에서 어떤 사람이 2층, 3층 높이 건물을 훌쩍 뛰어올랐다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양이 너무 날래서 고양이 같단 생각을 했는데 오늘 나를 만족시킨 이야기에는 고양이가 계속 나온다. 재밌는 우연이다.
웨스턴 경은 눈뜨자마자 아들 장가보낼 궁리만 하다가 잠들기까지 그 문제로 잔소리를 해대는 자작이다. 청혼을 생각하고 있는 여성이 고양이를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다고 하자 자기가 맡아주겠다고 하는 아버지. 하지만 저 도도한 빌헬름의 표정을 보시라. 너 따위가? 이런 표정이다.^^
그런데 그게 또 지나치게 잘 어울린다. '훗'이라는 글자는 또 얼마나 적당한 표현이던가. 갈수록 사랑스럽다.
아름다운 영국 시리즈는 모두 사랑 이야기다. 19세기 정도로 여겼는데 20세기 초라고 한다. 영국의 상류 사회에서 결혼에 올인하고 있는 많은 여성과 남성들의 이야기인데 은근 속물 근성 가득한 와중에도 저마다의 로맨스와 열정을 퍼뜨리고 있다. 매번 자기 고무신은 찾지 못하고 남의 혼사에 튼튼한 동아줄 역할을 해왔던 코넬리어스가 결국은 결혼을 할 것인지 독자로서 계속 궁금했다. 남 좋은 일 많이 했으니 그의 짝은 더없이 훌륭하고 마음에 드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었으면 했다. 과연 그는 그런 복을 타고 날 것인지... ^^
작가 후기에 보면 이 책이 마지막인데 빌헬름 얘기가 두 편 더 남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영국 시리즈가 5편까지 나왔나 보다. 빌헬름 얘기를 하다 보니 추가로 더 할 얘기가 생겼을 듯. 시리즈를 4권까지만 구입했는데 5권도 조만간 구입해야겠다. 무척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