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우울 - 아름다운 영국시리즈 3
하츠 아키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아름다운 영국 시리즈 세번째 책인데 세 권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짧은 이야기들과 그보다 더 짧은 쉬어가는 코너(?)가 잘 어우러졌는데 진지함과 유머, 판타지와 호러의 분위기도 잘 섞여 있다. 

 

코넬리어스 애버딘은 독신남인데 늘상 연애운이 없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본의 아니게 줄곧 해왔을 뿐이다. 부모님은 그런 그를 압박하기 일쑤. 마침 맞선의 상대는 쌍둥이 자매. 둘중 하나는 건지라는 분위기인데 그게 쉽지가 않다. 두 자매는 샴 쌍둥이 마냥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공언하는 사이. 한 명은 두 사람을 같이 차달라고 하고, 다른 한 명은 두 사람을 같이 아내로 맞아달라고 요청까지 하고 있다. 이거 이번에도 코넬리어스가 독신남 딱지를 떼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위 그림은 분위기가 맘에 들긴 했는데 가느다란 목에 비해 얼굴이 너무 커서 목 부러질 것 같은 위태로움을 느끼게 한다...ㅜ.ㅜ

 

쉬어가는 짧은 페이지 속에서 늠름하게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는 고양이 빌헬름. 빌헬름의 눈에는 요정도 보이고 귀신도 보이고 심지어 외계인도 보인다는 것! 나중에 작가 후기를 보니 이 모든 게 편집진의 요청이었다 한다. "이번에는 빌헬름과 판타지를, 빌헬름과 호러를, 빌헬름과 SF를!" 요구에 맞춰 작가 하츠 아키코는 나름의 센스를 발휘한 것! 요정이 마치 도깨비같이 생겼다. 귀엽다.^^ 

 

두번째와 다섯 번째 이야기에선 귀신을 봤다는 신고가 등장하고 그것을 파헤치기 위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애쉴리 교수와 아들 노먼인데, 아버지는 학구적인 연구파이지만 좀 덜렁거리고, 아들은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아버지보다 훨씬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편이다. 이후로도 쭉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샷은 부분샷보다 늘 조금 더 부자연스럽긴 한데 그래도 정장을 입은 신사는 근사하다.  

지금보다 백년도 더 전의 시대를 배경이고, 더군다나 사교계와 귀족계의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다소 답답한 내용이 나올 것도 같은데 작가는 현명하게 그런 함정들을 비켜간다. 고리타분한 노귀부인들에게서 오히려 나름의 진보적인(?) 연애관도 찾는 재미를 주면서 말이다. 폭발적인 힘을 느끼긴 어려워도 소소한 재미가 가득해서 보는 동안 즐거웠다. 그런 게 하츠 아키코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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