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기 겨레 전통 도감 3
안미선 글, 임희정.이종민 그림, 토박이 / 보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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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본 '농기구' 편보다 종이가 훨씬 두껍다. 마치 도화지를 넘기는 기분이다. 보통 미술 관련 책들은 확실히 종이 질이 좋기는 했다. 이 책은 음악을 미술로 표현해 낸 거니까 좋은 종이를 쓴다는 게 흠이 될 이유가 없다.

책의 구성은 심플하다.
풍물놀이/산조/풍류음악/군례악/제례악/연례악/종교 음악/그 밖의 옛 악기로 구성되어 있고 그 뒤로는 국악 길잡이, 국악 용어 표준안 등의 부록이 실려 있다.

또 안으로 들어가면 악기를 소개하고, 연주법과 관련된 이야기, 비슷한 악기 등을 더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사진에 등장한 악기는 꽹과리와 갈고다. 꽹과리는 보통 알 것이고, 갈고만 설명하자면 얼핏 장구와 크기도 생김새도 비슷한 악기다. 차이가 있다면 장구는 한쪽은 두꺼운 소가죽으로 메우고 다른 한쪽은 얇은 말가죽으로 메우는 데 갈고는 양쪽 다 얇은 말가죽으로 메웠다는 것이다. 또 북채 대신 양손에 대나무 채를 들고 친다. 그래서 갈고를 양장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왼쪽은 해금이다. 어느 꽃청년이 배운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지금도 잘 배우는지 궁금하다.^^
단 두줄 뿐이건만 소리의 깊이와 울림이 남다른 악기다. 깽깽이라고도 불리는 이 악기.
나로서는 '얼후' 때문에 해금에 관심이 생겼었다. 나를 이승환 빠로 만들어버린 6집 앨범에 '당부'라는 곡이 있는데, 그 곡에 대만의 국보급 얼후 연주자가 등장한다. 그 소리가 너무 고와서 비슷하게 생긴 해금도 눈여겨 보게 된 것이다. 나의 지인은 그 노래가 너무 좋아서 직접 얼후를 배우기도 했다.^^
별로 크지도 않은데 소리가 어찌나 큰지 화들짝 놀랐었다. 해금 소리도 못지 않을 테지?

오른쪽 그림은 양금이다. 쇠줄을 쳐서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서양금'이라고도 부른다.
아주 먼 옛날에 양금은 아라비아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였는데 유럽으로 전해져서 널리 쓰이고 명나라 때 마테오 리치에 의해서 중국에 전해지고 다시 조선에 들어왔다고 한다.
사다리꼴 모양의 양금은 특이하게도 뚜껑도 있다. 뚜껑을 엎어 놓은 다음 그 위에 몸통을 올려놓고 연주한다. 열하일기에도 양금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취타 편성 악기, 종묘 제례악 편성 악기, 그리고 문묘 제례악 편성 악기를 한 장으로 모아봤다.
종묘 제례악 문묘 제례악은 악기 편성이 조금 다르다.
조선 시대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종묘에서 제사 지낼 때 연주하는 음악을 종묘 제례악이라고 한다. 여기에 쓰이는 음악은 세종 대왕 때 만들었다. 선왕의 제사에 우리 음악이 아닌 중국 당악을 쓰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손수 제사 음악도 만든 것이다. 정말 재주 많은 임금이 아닐 수 없다.

문묘는 공자의 위패를 모신 곳인데 이곳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문묘제례악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문묘를 만들어 놓고 해마다 음력 2월과 8월에 제사를 올리면서 연주한다고 한다.

특이한 악기들을 모아보았다. 왼쪽의 악기는 '방향'이다. 쇠를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중국 양나라 때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는 고려 시대때부터 썼다 한다. 두께가 다른 쇠붙이를 이용해서 음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실로폰을 치는 느낌이 나려나?

오른쪽의 항아리 같이 생긴 악기는 '부'다. 열 개 또는 열두 개를 한자리에 놓고 연주했다고 한다. 두께와 높이가 다를 것은 자명. 지금은 문묘제례악 연주시 댓돌 아래에 하나만 놓고 두드린다 한다. 두드리는 채는 대나무를 잘게 쪼개서 만든다.

입으로 바람을 불어서 소리를 내는 '소'다. 서양의 팬파이프와 닮았다.
우리나라는 고구려 시대부터 소를 불었다 한다.
고구려의 옛 무덤 벽화에도 소를 연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고 하는데 벽화 사진도 실려 있었음 좋을 뻔 했다.
이 악기도 지금은 문묘제례악을 연주할 때만 쓴다고 한다.

금두꺼비처럼 생긴 오른쪽 악기는 '어'라고 한다. 두드리거나 긁어서 소리를 낸다. 지금은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연주시 사용된다.

어는 음악이 끝났음을 알리는 악기다.
어는 나무를 호랑이가 엎드린 꼴로 깎아 만들었는데 등줄기를 톱니 모양으로 오돌토돌하게 깎았다. 모두 27개인데 대나무 끝을 아홉 조각으로 갈라 만든 채 '견'으로 훑으면서 소리를 낸다.

왼쪽의 신기하게 생긴 저 악기는 '축'이다. '강'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축을 칠 때 나는 나무 절구질 소리를 나타낸 것이다.
어와 반대로 축은 음악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옆의 볼링공처럼 생긴 저 악기는 '훈'이다. 입으로 불어서 소리를 낸다.
진흙이나 기와 만드는 흙으 랏용해서 만드는데 다 빚고 나서 위쪽에 취구를 낸다.
들어보지 못했는데 땅속에서 울리는 듯한 소리로 낮고 부드러운 음이 난다고 한다.

공후는 손가락으로 줄을 뜯거나 튕겨서 소리를 낸다. 서양 악기 하프와 닮아 있다.
공후는 생김새에 따라 구분한다.
누운 모습의 와공후, 반듯하게 선 모습의 수공후, 그리고 약간 길면서 굽은 모습인 소궁후와 대공후가 있다.
소공후와 대공후는 똑같이 생겼지만 줄의 개수가 다르다. 소궁후가 13, 대공후가 23이다.
그러니 그림의 공후는 소공후다. 바로 이 악기가 고조선의 노래 '공무도하가'에 등장한 그 녀석이다.
이상은의 노래 '공무도하가'가 떠오른다. 한동안 꽤 많이 들었는데 말이다.

이밖에도 접해보지 못한 많은 다양한 국악기가 담겨 있다. 이렇게 많은데 이렇게 모른다는 것에 놀라고 부끄럽고 그랬다. 우리 음악을 '국악'이라고 부르고 서양 음악을 그냥 '음악'이라고 명칭하는 세태를 반영한 흔적이기도 하다.

내가 갖고 있는 겨레 도감 시리즈는 농기구와 국악기 뿐인데 다른 시리즈도 궁금증이 미친다. 궁금해 미치게 만드는 폭발적인 반응을 주긴 어렵지만 차분히 공부하며 들여다 보기 좋은 양질의 책들이다.

좀 더 재미를 반영하고 싶다면 낮은산에서 나온 '흘러라 우리 음악'을 추천하고 싶다. CD도 들어 있기 때문에 들으며 감상하기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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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1-02-04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금이 왜 깽깽이인지 실감중입니다 ㅠ.ㅠ

마노아 2011-02-04 12:40   좋아요 0 | URL
이름 대박 잘 지었어요.^^;;;

2011-02-05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2-08 13:16   좋아요 0 | URL
수정했어요. 고마워요.^^

순오기 2011-02-05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악기에 대해 제대로 배우는 책이네요~
우리 교육이 외면한 우리 것을 제대로 알려주는 보리의 겨레전통도감 시리즈 참 좋아요~
이런 건 소장해야 되는데~ 탈춤 하나만 갖고 있어요~ 리뷰는 안 썼지만.

마노아 2011-02-08 13:16   좋아요 0 | URL
오, 탈춤도 재밌을 것 같아요. 배울 게 많은 시리즈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