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기젤라 풀빛 그림아이 36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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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가젤라'일 거라고 짐작했는데 '기젤라'였다.
내 기분에 '가젤라'가 더 어감이 좋은데, 원작이 기젤라이니 어쩔 수 없지.

아래 글자는 미어캣들이 만들어낸 조합이다.
konigin 기젤라라고 적혀 있는데 konigin이 뭔가 싶어 검색해 보니 독일어로 왕비라고 한다. 여왕 기젤라를 독일어로 썼나 보다.

이 책은 이야기 속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방학을 맞이하여 아빠와 함께 바다 여행을 떠난 딸내미.
두 사람은 바닷가 바로 옆 커다란 호텔에 묵게 되었다.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뗏목을 타고 나가 쉬기도 했다.
어쩐지 그림이 좀 침침해서 무척 추워 보이긴 하지만...
저녁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었고,
아빠는 밤마다 자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왕 기젤라' 이야기를...
그야말로 복에 겨운 소녀의 이야기인데, 아이가 듣는 기젤라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기젤라는 어린 소녀였는데 몹시 부자였다.
혼자서 세계 여행을 하고 싶어서 호화 여객선을 탔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멀리 갔다가 폭풍으로 배가 가라앉아 버렸다.
물 위에 뜬 커다란 궤짝 하나에 매달려 기젤라는 바다를 표류했다.
그러다가 눈을 떠 보니 어느 섬에 닿아 있었다.
섬은 아름다웠고 먹을 것도 충분했다.
게다가 특별한 존재들도 있었으니, 바로 사람 말을 할 줄 아는 미어캣들이다.
미어캣들은 기젤라를 위해서 세숫물을 대령하고, 먹을 것들을 준비하고, 쉴 집도 마련해 주었다. 기젤라가 심심하다고 하면 자체 공연까지도 즉석에서 뚝딱 해내었다.
평범한 사고 구조라면 기젤라가 불행중 다행으로 행운을 만나 고마워했겠다고 여기겠지만, 제목처럼 '여왕' 기질을 갖고 있는 기젤라는 그렇지 못했다.
변덕 부리기 일쑤였고, 명령을 즐겼으며, 구분하기 쉽게 미어캣에게 이름표를 붙여 턱으로 부려 먹기 시작한 것이다.

놀고 먹고 자고 심술 부리는 것이 일과의 전부였던 기젤라.
자칭 여왕 기젤라는 점점 더 도를 넘게 된다.
여왕 대관식을 마련해 놓으라는 것까지는 참겠는데,
대관식 때 입을 줄무늬 비키니를 미어캣 가죽으로 만들어 오라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얼마 전 질좋은 모피를 생산하기 위해서 살아있는 채로 털가죽을 벗겨내는 현장 보도로 국민을 깜딱 놀라게 한 뉴스가 있었다. 현장은 보지 못하고 글로만 읽었는데도 아찔해서 식은땀이 났더랬다. 그런데 그걸 당사자들에게 요구하는 이 오만방자하고 건방진 여왕을 어쩌면 좋은가.
하지만 미어캣들이 늘 그렇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기젤라가 구분하지 못했지만 미어캣들은 훨씬 훨씬 숫자가 많았다.
그들은 이름표를 바꿔 달면서 돌아가며 시중을 들었던 것이다.
한계에 다달은 미어캣들은 여왕 전복을 계획한다.

며칠 동안은 평소와 다름 없이 지나갔다.
기젤라는 마사지를 받았고, 머리 손질도 받았다.
미어캣들이 끄는 마차에 타고 대관식장에도 도착했다.
만찬을 대접 받았고, 자신의 보좌에 앉아 왕관도 머리에 썼다.
모든 게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방심은 언제나 금물!!!
미어캣들은 기젤라를 뗏목에 묶은 채 바다로 흘려 보냈다.
그녀가 왔던 곳으로 다시 보내준 것이다.
영원히 바다를 떠돌라는 저주를 걸면서...

이쯤 읽고 나서 흠칫했다. 동화책에 '저주'라는 단어가 나오니 이건 잠 자는 숲속의 공주 저주와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지 않은가. 물론, 기젤라는 혼쭐이 날 짓을 했지만 말이다.


나로서는 이야기를 쭈욱 이어서 설명했지만,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는 딸내미는 아버지가 밀고 당기기를 잘해서 여러 날에 걸쳐서 이야기를 들었다. 중요한 대목에서, 극적인 긴장과 반전을 노리며 이야기를 진행시킨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 속 이야기를 읽어내는 그 과정이 몹시 흥미로웠다. 아이가 잠자기 전 들려주는 이야기를 어떻게 흥미롭게 진행시킬 것인지에 대한 좋은 롤 모델도 되고 말이다.

아이는 한밤중에 잠이 깨어 바다를 보았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기젤라의 모습.
기젤라는 저주를 받아 바다를 떠도는 운명이 되었다지만, 어쩐지 뻔뻔한 기젤라는 또 다른 어느 섬이건 바다에서건 당차게 잘 살 것 같다. 또 다른 제2의 미어캣들을 부리고 구박해 가면서 말이다.

적당한 재미와 적절한 교훈도 주면서 아찔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이런 긴장감은 또 오랜만이다. 그림만 보고는 결코 짐작해볼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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