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키친 Kitchien 2
조주희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2월
평점 :
맛있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곳-이라는 멋진 부제가 달려 있건만, 짧은 만화들의 묶음인지라 화장실에서 읽기에도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화장실에서 음식을 상상하는 건 상당히 곤란하지만...^^
이야기가 1권보다 더 깊어졌다. 윙크 연재로 볼 때도 그리 느꼈었다. 그리고 이때 쯤에는 연재 페이지도 훨씬 늘어나서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는 기회의 폭도 넓어졌었다.
외국인 신랑이 한국의 처갓댁에 인사 와서 처음 마주한 떡국과 그 음식에 새겨진 의미를 알아가는 첫 에피소드도 좋았고, 엄마의 부재로 인해 부실해진 도시락으로 서러워질 어깨를 비빔밥 양푼 그릇으로 다독여준 학교 친구들의 마음씀씀이를 보여준 두번째 이야기도 참 좋았다. 뿐인가. 시각 장애인에게 길 안내를 해주면서 나눈 소소한 이야기와 감동을 보여준 미지와의 조우는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담기도 했는데 무거울 법한 이야기를 아주 밝고 따스하게 표현해 주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커피 아가씨의 눈물 겨운 충고는 재밌게 표현했지만 찡했다.
음식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거기에 담게 되는 사람의 마음들이 예쁘고도 고맙다. 자못 심각해질 수도 있건만, 매 에피소드 뒤에 실리는 작가의 경험담이 폭소를 자아낸다.
당면을 안 불리고 만두국을 끓였더니 당면이 만두피를 뚫어버렸다. 뚫린 만두피가 끓여지는 과정에서 터져버렸고, 그야말로 만두국은 아비규환! 결국 누구도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어서 폐기처분해야 했다는 슬프지만 빵 터지는 이야기다.
작가의 코믹 본능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조용히 시간을 버텨야 하는 낚시에 통 취미가 없으신 아버지는 남의 정겨운 낚시 추억도 빼앗아가신다. 심술궂은 노인네 되시겠다.^^
떡볶이 편 이야기에서의 에피소드. 나름의 전도 방법으로 떡볶이를 미끼로 던지시는 아주머니. 얼마나 정겨운가. 두 번 고민할 것 없이 믿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작가가 참 좋다.^^ 참고로, 나는 쌀떡볶이를 더 좋아한다.^^
맨 뒤에는 작가가 여행했던 곳에서 먹어본 최고의 음식을 찾는 인터뷰(?)가 진행되는데 한비야 부럽지 않게 다양한 곳을 다녀본 작가가 너무너무 부러워졌다. 5위는 그리스의 '수블라키', 4위는 볼리비아에서 맛본 '야마 스테이크', 3위는 인도의 '탈리', 2위는 페루의 '세비체', 대망의 1위는 터키요리였다. 오오오, 저런 나라들을 모두 가보았다니, 그것이 음식 기행이었다고 해도 부러움을 덜어내지 못한다.
2편까지는 모두 내가 읽어본 이야기들이었다. 3편은 어떨지 모르겠다. 다소 겹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구매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말고도 같이 즐겨줄 사람들은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