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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렁 뎅 둥그렁 뎅 ㅣ 우리시 그림책 13
김종도 글.그림 / 창비 / 2008년 9월
그림책 365 추천도서였다. 호감이 가서 구입했는데 기대를 만족시켰다.
때마침 명절을 앞두고 있으니 더 적절한 타이밍!
추석이었다면 밝은 달이 더 안성맞춤이겠지만, 정월대보름도 멀지 않았으니 그럭저럭 구색도 맞겠다.
이 책은 전래동요를 동화로 옮긴 것이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
새삼스럽지만 우리 말이 아름답다.
정말 달이 둥둥 떠 있는 정경이 절로 떠오르지 않는가.
멀리서 잡은 숲속 풍경이 먼저 나오고 이어서 깊은 숲 속으로 확 빨려들어간다.
그러자 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착각이 인다.
둥둥둥둥...
북을 치며 노래하는 이는 누구일까?
그림자만 봐서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여우나 늑대 정도?
암튼 구성진 노래를 들어보자.
황새란 놈은 다리가 기-니 우편배달로 돌려라
얼싸절싸 잘 넘어간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
황새가 재주 한 바퀴 도니 우편배달부로 변신한다. 구미호도 울고 갈 실력이다.
물새란 놈은 빛깔이 고우니 남사당 춤패로 돌리고
까치란 놈은 집을 잘 지으니 공사판 목수로 돌려라~
얼싸절싸 잘 넘어간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
변신 끝낸 황새는 고수의 뒤에서 따라오고 새로이 변신할 녀석들은 앞에서 등장한다.
배경은 연필로 곱게 그리고, 등장하는 동물들은 먹으로 그림자를 표현한다.
겹쳐서 그린 정성스런 배경과 캐릭터들이 신비롭게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밤새도록 산을 넘으며 춤을 추고 북을 울리고 변신을 한다.
그림에는 변신 하기 전의 모습이 보인다.
어떤 동물인지 그림자로 맞춰보자.
이 동물들이 어떤 인물로 변신하면 좋겠는지
각각의 특성을 생각해서 짐작해 보자.
힘 좋은 곰과 잘 달리는 토끼,
수다쟁이 개구리와 땅 잘 파는 두더지,
게다가 맹수의 제왕 호랑이에겐 어떤 직업군이 어울릴까?
이번 그림은 변신 완료한 동물들의 그림자다.
짐작한 직업으로 변신했는지 확인해 보시라.
맞았을 수도 있고 틀렸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게 뭐 중요하겠는가.
저 둥그런 달빛 아래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신나게 춤사위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
누가 등장하든지 노래 가락 늘려가며 얼마든지 이어서 부를 수 있다.
저 달이 다 지도록 길고 긴 밤을 함께 나누면서 말이다.
책의 맨 뒤에 원전으로 사용한 전래동요를 실어주었다.
원구절의 동물들과 이 동화책의 동물들이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림으로 표현하기 곤란하거나 너무 익숙하지 않은 동물들은 사용하기 좀 곤란했을 것이다.
사람으로 비유를 해도 흥이 난다. 저마다 타고난 기질과 재주가 반영되어 지금의 내 모습으로 빚어졌다고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운명이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고 부담스럽지만 그저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벅차고 매우 감사하기도 하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상태'와 '수준'은 천차만별이겠지만...
노래 시디도 같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어쩌면 상상했던 것보다 더 구성져서 놀랄 수도 있을 테지만....
아쉬운 대로 스스로 노래를 상상해 보며 운율을 느끼면서 북소리를 내보자.
둥그렁 뎅 둥그렁 뎅
둥그렁 뎅뎅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