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구 겨레 전통 도감 4
이순수 지음, 김경선 그림, 토박이 기획 / 보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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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촌사람인 나는 농사 관련 그림은 조선 시대 유물 사진 보는 것만큼이나 낯설다. 비록 그게 세밀화여서 좀 더 정서적으로 친밀하게 다가오는 책일지라도...

두툼한 양장본의 이 책은 무게감이 꽤 크다. 어릴 때 헌책방에서 사온 달랑 세 권짜리 백과사전은 외피부터 읽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 들었지만, 이런 그림의 이런 질감의 책은 책장에서부터 이미 빛이 나서 꺼내보고 싶은 마음을 자극시킨다.

먼저 농사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한 해가 시작되는 첫 달부터 농사 일은 어김 없이 시작을 알린다. 그 대략의 흐름을 전체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이 그림 속의 온갖 물건들은 앞으로 등장할 자세한 세밀화로 다시 만날 예정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 다양한 도구들이 동원된다.
직접 만져보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이름을 알고 생김새도 아는 것들은 패스해 보자.
게 중 재밌어 보이는 게 바로 이 오지장군과 나무장군.
뭐에 쓰는 물건 같은가? 두 녀석은 오줌이나 똥을 담아 옮길 때 쓰는 그릇이다.
인분을 거름으로 쓰는 것은 아주 탁월한 전략이었다.
유럽에서는 사용하지 못했던 훌륭한 농사 기술이었다.
요즘은 식생활이 워낙 인스턴트화 되어서 인분은 모아도 거름으로 쓰기 어렵지만...

요건 뭘까? 쇠신이다. 쇠로 만든 신이 아니라 소가 신는 신이다.
소 발굽은 단단하고 두꺼워서 신을 신겨줄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소가 지나가는 길바닥이 워낙 험해서 말이다.
쇠신은 짚으로 만든다. 밑이 두툼하고 앞코는 소 발굽의 갈라진 틈에 끼울 수 있게 되어 있다.
앞발에만 신기는 이유는 뒷발은 몸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앞으로 전진시키는 건 앞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뒷발까지 신기면 움직임이 너무 둔해지고 무게를 많이 받아 신이 얼마 못 버틴다.
비탈길을 올라갈 때는 마찰력 때문에 미끄럼 방지 역할을 해주고,
여름엔 뜨겁게 달구어진 자갈길에서 발을 데지 않게 하고,
요즘처럼 눈 쌓인 빙판 길에서는 미끄러지지 않게 해준다.
하지만 논밭을 갈 때는 신기지 않는다. 일할 때 방해를 받기 때문.

쟁기 달고 밭 가는 소의 모습이다.
그림은 심플해 보이는데 온갖 명칭들이 저 안에 담겨 있다.
술, 성에, 한마루, 보습, 볏, 봇줄, 물추리나무, 멍에, 뱃대끈, 한태 등등
뭔가 생뚱한 표정의 소를 보니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들이 생각난다. 끝내 함께 살처분될 운명이었음에도 끝까지 젖을 먹인 소도 생각나고...;;;;

윗 그림은 '거적'이고 아랫 그림은 '멍석'이다.
따로 보면 같은 거라고 착각하기 쉽게 생겼다.
하지만 거적이 훨씬 성기게 엮여 있고 멍석이 좀 더 촘촘하다.
쓸모가 많은 거적이지만 한두 해가 지나면 헐고 삭아서 더 이상 깔개로 쓰기 어렵다.
멍석은 윷놀이 할 때 참 좋다. 아, 그러고 보니 윷놀이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조카들에게 윷놀이를 가르쳐줘야겠다. 윷을 어디다가 보관했더라???

온갖 연장 모아봤다.
거름 주는 연장, 흙 다루는 연장, 씨 뿌리는 연장, 물 대는 연장, 김매는 연장, 거두는 연장...

찣거나 빻는 연장, 갈무리 연장, 나르는 연장, 그 밖의 연장, 축산 연장 등등이다.
내가 직접 사용해본 연장은 호미랑 낫, 도끼 정도. 유적 발굴 아르바이트 할 때 썼던 것들이다. 추가하자면 톱이랑 삽도 있다.^^

한 번에 다 읽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분량인데 그림만 휙휙 넘기다가 궁금한 것들을 좀 더 자세히 읽어보는 정도로 접근하면 좋겠다.

이 책은 설 선물로 큰 조카에게 줄 생각이다. 내 책꽂이에서 언니가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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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3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생소하네요....... 저야 말로 사서 공부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은. ^^
좋은 선물이네요!

마노아 2011-01-31 23:47   좋아요 0 | URL
겨레 전통 도감 시리즈들에서 배울 게 많아요. '국악기' 편도 기대해 주세요.^^

무스탕 2011-01-3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마노아님 책꽂이의 절반 이상은 조카용으로 채워져 있을걸요? ^^

마노아 2011-01-31 23:47   좋아요 0 | URL
으하핫,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게다가 조카용으로 사서 점점 내 소유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