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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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기괴하니 섬뜩하다. 차분히 골랐다면 표지가 무서워서 한 번은 더 고민했을 이 책에 나한테 있는 것은 알라딘 물류센터 투어 때문이었다. 그때 중고책 공정을 견학하면서 중고책 값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온라인과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내가 집어드는 책마다 모두 품절인 것이다. 책은 눈앞에 있건만 이미 품절되어 살 수 없는 무수한 책들. 으, 그때 참 아까웠다. 그래서 네 다섯 번만에야 품절되지 않은 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게 이 책이었다. 아마 그 무렵에 이 책에 대한 평판을 들었을 것이다. 재밌다는데 함 보는 거야! 그때가 2009년 5월이었고, 그로부터 1년 반이 더 지나서야 드디어 읽었다.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는 1902년에 태어난 인물로 이 작품도 집필된지 반세기 이상이 지난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도 전쟁 직후의 일본이다. 연대가 '쇼와 2x년'이라고 나와 있어서 1928년인가? 하며 헷갈려 했다. 작품의 분위기로 봐서는 미얀마 전선도 나오는 것이 1946년 정도로 보이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저 x자가 '10'을 의미하는 것일까?  

암튼, 그 시절에 일본의 거대 기업 이누가미 일족에게 벌어진 비극을 다루고 있다. 이누가미 기업을 일으킨 사헤 옹은 사후 1년 뒤에 개봉하라며 이상한 유언장을 남겼는데, 유언장의 내용은 너무 기괴해서 가족이 가족을 미워하고 서로를 죽이고 싶게끔 만드는 이상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그러길 바랐다는 듯이 정말로 일가의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 소설에 단골로 등장한다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사건을 의뢰했던 변호사의 죽음부터 시작해서 세 사람이 더 죽고나서야 모든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다.  

처음에 사헤 옹의 유언장이 공개되었을 때, 가장 큰 혜택을 입는 것은 사헤 옹의 은인이었던 노노미야 노리코였고, 그녀에게 불어닥친 위기와 이후 그녀의 행보가 의심스러워서 그녀를 범인으로 의심했다. 관련된 사람으로 세 명을 지목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맞췄지만 다른 것들은 모두 엇나갔다. 맞추지는 못했지만, 맞췄다면 더 섭섭했을 것이다. 미스테리 추리 소설의 큰 재미이기도 하니까. 

중요한 단서를 밝히지 않고 줄거리를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이쯤해 두자.  

작가가 옛 사람이어서 그런 건지, 일본 문학의 번역이 그런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소세키의 '도련님'이 떠올랐다. 그 작품은 이 작품보다도 훨씬 오래된 작품인데 읽으면서 그 투박함에 무척 놀라했다. 말하자면 정말 '구식'이었다. 작품의 재미와 가치는 둘째 치고, 오래되어서 어쩔 수 없는 세련미의 결함 같은 것이 뚝뚝 떨어졌던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도 바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까 일종의 스타일? 문장을 다듬고 세련된 문구나 서술이 따라오지 않는... 그저 뚜벅뚜벅 한 걸음씩 걸으며 묵묵히 진행해가는 그런 느낌 말이다. 그게 나쁜 건 아니고 그저 시간의 변화가 느껴져서 조금 웃었다. 지금 6,70년대에 대유행했던 드라마를 시청한다면 아마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름의 재미와 복고적 흥미를 돋울 것이고 다소 신파적이라고 느낄 테지만 역시 고전은 힘이 있어!라고 말하지 않을까? 이 책이 꼭 그렇다.  

진짜 범인이 밝혀졌을 때, 그들에게 닥쳤던 우연의 연속과 비켜갈 수 없었던 운명과 마주쳤을 때, 나름의 속죄를 하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 약간의 쩌릿한 전율을 느꼈다. 짐작할 수 있는 수순의 정리였음에도 그게 최선이라고 믿게 만드는 자연스런 서술의 힘! 

일본에서는 영화나 드라마로 리메이크가 많이 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하나하나 사람이 죽어나가고, 가문과 연결된 국화, 거문고, 도끼의 상징적 의미가 드러날 때 시청자들은 얼마나 흥분이 되었을까. 표지의 국화와 거문고, 도끼와 하얀 가면도 기괴한데 그걸 3차원 영상으로 보면 더 섬뜩할 것이다.  

나처럼 겁많은 독자를 위해서 미리 얘기하자면, 그렇다고 이 책이 공포스럽지는 않다. 밤에 화장실 갈 때 생각나서 너무 무서워 참을까 말까를 고민할 수준은 결코 아니라는 거다. 그저 원한과 복수, 분노와 욕심 등이 인과응보의 바퀴 안에서 자연스레 돌아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속에서도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이 충분히 녹아 있다.  

덧글) 몇몇 오타가 눈에 띈다. 

112쪽에 1리(약 3,9km)라고 나온다. 10리가 4km니까 1리는 400미터 아닐까? 설마 우리랑 일본이랑 기준이 다르진 않겠지??? 

202쪽 수수깨끼>>>수수께끼 

206쪽 후지사키 감식과원>>>감식관이나 감식관원이 아닐까? 

403쪽 스케타케 군와 다마요 씨는>>>스케타케 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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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1-22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주말 되세요^0^

마노아 2011-01-22 11:29   좋아요 0 | URL
후애 님도요! 따뜻하고 가슴 왈랑거리는 주말 시간 보내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