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사 산책 1권 - 개화기편, 천주교 박해에서 갑신정변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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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역사학 저술가 중에서 가장 다작을 하는 인물로 강준만 교수로 꼽는 데에는 별 이의가 없을 것이다. 마치 기계로 찍어내는 것 같은 속도를 자랑하는데 경이로울 지경이다. 한국 현대 산책과 운율을 맞춘 '한국 근대사 산책'도 10권으로 완결이 됐다. 그 첫번째 책이다.  

천주교 박해에서 갑신정변까지가 소제모인데 연도로는 1801년부터 1884년까지 1세기가 채 되지 못하는 기간을 다루고 있다. 100년이 못 되지만 그 사이 조선은 개항을 했고 안팎으로 엄청난 갈등과 시련을 겪었다. 전염병과 기근으로 인구수도 널뛰기 수준으로 변했다. 가히 역동의 시기다.  

시대 순으로 역사적 사건을 쭈욱 다루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은 본인의 의견이기 보다 해당 사건을 바라보는 각계의 다양한 시선을 편집해 놓은 것이다. 그래서 흡사 논문을 읽는 느낌으로 읽히게 된다. 이건 장점도 단점도 아닌 이 책의 특징이다. 저자 자신이 그렇게 기술하기로 결정한. 그래서 극적인 사건들이지만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읽히지 않는다. 어떤 낭만이나 결의, 혹은 문학적 감수성 따위는 읽을 수 없다. 그런 특징을 가진 다른 저술가들도 이미 많이 있으니 이렇게 건조하고 신문 기사 같은 글을 보는 것도 다양성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진실도 저자가 받아들인 진실에 불과할 수도 있기에 이렇게 한 사건을 두고도 여러 사람의 갑론을박을 보는 것도 꽤 도움이 된다. 다만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다소 정신이 산만해질 수는 있다. 또한 이 책은 결코 대중적인 교양서적은 되기 힘들 것 같다. 그러기엔 많이 전문적이니까.  

보통 정치사에 치중되기 마련이지만 박물지를 보듯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주고 한 번씩은 훑어 가기 때문에 그걸 챙겨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물론, 그것 때문에 집중력이 또 약해질 수는 있다. 감안하고 보자.  

사소하지만 제법 신경이 쓰이는 흠이 있다면 오탈자가 꽤 된다는 것. 

71쪽 위에서 두번째 줄 1863년 >>>1862년 

178쪽 첫 줄, 장치 >>> 장차 

183쪽 다섯 번째 줄. 이 모임은 1874년부터 1877년 2월 박규수가 죽기 직전까지 7년 동안 계속되었다. >>>3년이 맞겠지? 

309쪽 밑에서 8줄. <<일상록>>은 '일성록'으로 

312쪽 8줄. 승정 서리들>>>승정원 서리들 

317쪽 밑에서 4줄. 다시>>>당시 

337쪽 9줄. 사양했지만 >>>사망했지만 

간혹 연도가 앞뒤 서술이 안 맞는 경우가 있는데 여러 사람의 글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원글의 연도가 안 맞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말로 틀렸다기 보다 서술자에 따라서 연도 차이가 발생하는 일들이 있어 수정하기가 까다롭다. 부산, 원산, 인천의 개항 연도도 차이가 많이 났는데 이것도 틀렸다고 지적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양력을 먼저 기록하고 괄호 안에 음력 날짜를 표기해주는 것은 무척 반가웠다. 아무래도 양력 날짜에 익숙한지라 그간의 책들을 읽을 때 받았던 혼란의 여지를 줄여주어서 보기에 편했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접할 때는 분노와 설움을 느끼곤 하는데 저자는 그것을 어떤 관점으로 받아들이고 소화시키는 게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반성도 필요하지만 지나친 자학도 곤란하다. 오늘날을 있게 한 가치 있는 시간으로 받아들이자. 정신건강 뿐아니라, 실제로도 그렇게 흘러가야 마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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