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눈물 외전
김진만.김현철 글,사진 / MBC C&I(MBC프로덕션) / 2010년 4월
절판


그들만의 언어가 사라진 부족이 그들만의 전통과 철학을 지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브라질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원주민의 전통적 삶의 소멸을 담보로 대체되었던 것은 빈곤과 소외였다. 자본이 힘인 사회에 편입되는 순간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빈곤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 말을 배운 젊은이들은 마을을 떠나 도시로 향할 것이다. 그만큼 도시의 유혹은 강렬하다.
아마도 그들은 변화의 회오리에 말려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존을 가지려는 자들의 끈질긴 추구는 삐융에 못지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작은 자의가 아니었지만 그 책임은 온전히 원주민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 되었다.-55쪽

비행기에서 내려 조에족의 추장을 찾았다. 하지만 조에족에겐 추장이 없었다. 사실, 아마존 부족 중 상당수는 추장이 없다고 한다. 모두가 평등한 공동체 생활이다.
백인들이 들어오고 그들과 교류를 시작하게 되면서 부족의 대표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추장이 생겼다. 백인과의 협약이나 계약 등을 위해서 백인 쪽에서 먼저 부족의 대표 선출을 요구한 것이다. 조에족은 미접촉 부족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우리를 보기 위해서 이틀이나 걸어온 부족민들도 있었다. 그들을 촬영하러 갔지만 정작 관찰을 당하는 건 우리였다. 조에족은 우리의 손을 잡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다행이다.-163쪽

사냥을 하는 것만큼 음식을 나누는 일도 굉장히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도록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인도 어린아이도 배제되지 않는다.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간다.
여기서는 한국처럼 은퇴 이후의 삶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닌은 자리에 없는 사람들 이름을 하나하나 들먹이며 모두를 위해 고기를 나눴다. -180쪽

우리 촬영 팀이 무엇을 하든 조에족 아이들이 늘 따라다녔다. 신기한 것은 우리가 가진 그 어떤 것도 달라고 하지 않는다. 다른 부족민들은 티셔츠를 달라, 신발을 달라는 등 이것저것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탐내기도 했다. 심지어 조연출 정민이의 등산화가 없어진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조에족에서는 그런 걱정이 없었다. 부채를 빌려 가서 서로들 펴보기도 하고 부쳐보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꼭 돌려준다. 필요 없는 것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183쪽

바로가 사냥을 통해 가족을 먹인다면 와후는 늘 곁에서 가족을 돌보며 보호하고 있는 셈이다. 가족을 지켜주는 와후가 있기에 바로는 며칠씩 사냥에 열중할 수 있다. 원시의 거친 삶은 일처다부, 일부다처, 다부다처를 필요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부족의 생존과 유지에 필요한 지혜의 산물이다.-186쪽

1,500만 년 전,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던 남아메리카 판과 나스카 판이 충돌하면서 안데스 산맥이 형성되었다. 이 산맥이 태평양으로 흐르던 물길을 끊어 아마존 유역은 고립되고 만다. 그때 고립된 것은 아마존 강만이 아니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보뚜도 태평양으로부터 고립되었다. 그 이후로 분홍 돌고래는 아마존 강을 누비게 된 것이다.
게다가 보뚜는 독특한 분홍빛을 띠고 있지만 어떨 땐 카멜레온처럼 빛이 변하기도 했다. 물 밖으로 몸을 내밀 땐 흰색과 회색이 섞인 빛을 띠기도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아마도 물과 햇볕의 영향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209쪽

우리는 더 빠르게 살려고만 한다. 아마존의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속에 사는 생물들 역시 모두 같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빠르고 포악해야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 그 정글 속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원시를 슬로스에서 봤다.
원시의 속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해야 했다. 빠르게 살아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 빠르고 잔인하고 거대한 동물들이 살아가는 아마존, 이곳에서 슬로스는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었다.-227쪽

목장을 가장 많이 가진 마토그로스 주지사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아이들이 못 먹고 교육받지 못할 때는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지금은 우리가 나무를 한 그루만 베어도 시끄럽게 군다."
이분법적으로 보면 자연과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파괴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살아남기 위한 고통의 몸부림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목장주들의 갈등 또한 쉽게 풀릴 만한 숙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248쪽

자연은 인간이 원하는 만큼 끝없이 내줄 수 있는 화수분이 될 수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인간은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도 쓰나미 같은 소비를 멈추지 못하는 건 개개인의 욕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욕망을 부추기고 주입시키는 인간 사회의 견고하고 영악한 시스템 탓이다. 무엇이든 소유하지 못하면 죽거나 망하거나 미치거나......-253쪽

자라와 마을 사람들은 어획철이 되면 함께 강으로 나가 물고기를 잡는다. 물고기를 잡아서 올린 수입은 마을 공동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빼고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 가진다. 그러다 보니 빈부 격차 따위 이 마을엔 없다. 도시에서의 가난은 빈곤한 생활 외에 상대적 박탈감까지 덤으로 주기 마련이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사회란 얼마나 아픔이 많은가. 그런 격차도 박탈감도 없는 이곳 마을에선 이웃을 대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차갑지 않다.-273쪽

다비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자식들은,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숲과 식물들을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제 자식과 당신의 자식이 앞으로 살아가려면 자연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저는 세상, 땅, 숲의 마음에 따라 백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개발, 정치, 바이러스가 우리를 죽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우리가 죽는다는 것은 바로 하나의 세상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 대가는 당신들이 짊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자식들은 악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마존이 어떠한 곳이었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제 메시지입니다. 당신들은 이것을 한국에 알려주세요."-289쪽

조에 부족 내에서 아직까지 살인 사건은 보고된 적이 없다고 후나이 사람이 말했다. 조에 부족은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나 분노가 없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눈빛이 깨끗하다. 그건 역설적으로 문명의 맛을 본 사람들이 얼마나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우린 지금 문명의 한복판에서 살아가고 있다. 소음 때문에 타인을 죽이기도 하는, 일상의 다툼에서조차 자신의 분노를 주체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분노가 얼마나 크기에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앗을 수 있단 말인가. 문명을 누리는 대가로 우리가 지불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이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아마존의 두려움을 보러 갔었다. 아마존은 아마존이 가진 두려움이 우리의 두려움과 다르지 않고, 심지어 문명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큰 두려움이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었다.-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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