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품절


사실 음식을 나누는 것은 친교의 기본 조건이다. '친구'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companion에서 com은 '함께', pan은 '빵'을 의미한다. 그래서 '함께 빵을 먹는 사람'이 바로 '친구'인 것이다. 성서에 나오는 '최후의 만찬'을 필두로, 문학에서 음식을 함께 먹는 행위는 친교나 연대의식을 상징할 때가 많다. -23쪽

오래 전 나훈아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노래했겠지만, 어쩌면 눈물은 사랑의 씨앗인지도 모른다.
어린왕자(1943)를 쓴 생텍쥐페리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부"라고 했다.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며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꼭꼭 숨겨놓았던 눈물을 찾아 마음의 부자가 된다면 이 찬란한 봄에 맞는 부활의 아침이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53쪽

보통은 '사과'하면 빨간 동그라미에 꼭지 한 개 달린 것을 떠올리는데, 한 입 베어 먹은 반쪽 사과를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남과 '다르게' 생각한 재미있는 발상이다.
'다르게 생각하라'(...)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나 남보다 조금 더 창의적으로, 한 번쯤 다른 방향으로, 조금은 엉뚱하게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한 집단에서 이질감, 소외감, 부조화를 불러일으키고 소위 '왕따' 당할 수 있는 요인도 되므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는 말도 된다.
다양성을 기초로 시작한 나라니만큼, 개개인의 '다름'을 인정할 뿐 아니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를 권장하는 것은 아마도 미국이 미국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일 것이다. 다른 모습, 다른 문화, 다른 언어 그리고 다른 생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다름' 속에서 통일성을 찾으며 변화의 기조로 삼는 것이다.-108쪽

남을 칭찬한다는 것은 포용력, 자신감, 남에 대한 배려를 의미하지만,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갖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숨 가쁘고 각박하게 살아왔다.
미국의 중고등학교에서 토론법을 가르칠 때 강조하는 말 중 하나가 "당신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만......You have a point but......"이다. 즉 상대방의 논리를 분석, 부분적으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것을 근거로 다시 반론을 준비하는 짧은 휴지를 가지라는 것이다. 그것이 더욱 더 평화롭고 건설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기본이 된다는 것이다.-112쪽

난 할 수 있어와 난 할 수 있다고 생각해는 분명히 다르다. 어린아이에게 "할 수 있어"와 "할 수 있다고 생각해"를 구별해 가르치는 것이 어쩌면 미국적 사고방식의 근간인지 모른다. 주어진 상황이나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 실천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일은 애당초 시도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실용주의 말이다.
흑인 여성으로 처음 미국의 일류 대학인 스미스칼리지 총장이 된 루스 시먼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성공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어려운 것(difficult)'과 '불가능한 것(impossible)'을 구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어려워도 가능해 보이는 일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승산이 없다고 생각되는 일은 도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에 따라 계획했습니다."
'하면 된다'라고 아무리 아우성쳐도, 안 되는 일은 안 된다. 둥근 새의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라고 생각하는 지혜가 새롭다. 때로는 포기도 미덕이기 때문이다.-117쪽

내가 이제야 깨닫는 것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은 정말 일어난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다는 것.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교실은 노인의 발치라는 것. '하룻밤 사이의 성공은 보통 15년이 걸린다는 것. 어렸을 때 여름날 밤 아버지와 함께 동네를 걷던 추억은 일생의 지주가 된다는 것. 삶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아서 끝으로 갈수록 더욱 빨리 사라진다는 것. 돈으로 인간의 품격을 살 수는 없다는 것. 삶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매일매일 일어나는 작은 일들 때문이라는 것. 하느님도 여러 날 걸린 일을 우리는 하루 걸려 하려 든다는 것.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영원한 한이 된다는 것. 우리 모두는 다 산꼭대기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행복은 그 산을 올라갈 때라는 것......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모든 진리를 삶을 다 살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일까?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면 너무나 쉽고 간단한데, 진정한 삶은 늘 해답이 뻔한데, 왜 우리는 그렇게 복잡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것일까? (페페 신부님)-140쪽

잘사는 나라의 딕과 제인이 나비를 잡고 다람쥐를 쫓으며 꿈을 키울 때, 영희와 철수는 파리를 잡고 쥐를 잡으려고 쓰레기통 옆에 앉아 있었다. 잘사는 나라의 아이들이 펄펄 내리는 눈을 보고 썰매 타고 산타맞이 징글벨 노래를 할 때, 우리는 "펄펄 눈이 옵니다....하늘나라 선녀님들이 하얀 가루 떡가루를 자꾸자꾸 뿌려줍니다."라고, 눈이 공짜로 내리는 떡가루이길 바라며 노래 불렀다.
그때 파리를 잡던 손기술, 오징어 다리를 쥐 꼬리로 만드는 창의성, 눈을 보고 떡가루를 상상하는 헝그리 정신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안정을 가져왔는지 모르지만, 슬프게도 악착같이 살아온 우리의 정서와 양심은 많이 퇴화해버린 것 같다. -146쪽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폭풍의 언덕 제9장 중에서)

그는 나보다 더 나야. 내가 이 세상에서 겪은 지독한 고통들은 모두 히스클리프의 고통들이었어. 모든 것이 죽어 없어져도 그가 남아 있다면 나는 계속 존재하는 거야.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은 남아 있되, 그가 없어진다면 우주는 아주 낯선 곳이 되고 말겠지. 린튼에 대한 나의 사랑은 숲 속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되면 나무들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시간이 흐르면 달라지리라는 걸 난 잘 알고 있어.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내 사랑은 그 아래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나,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있어. 바로 나 자신으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181쪽

엄마와 하느님(셸 실버스타인)

하느님이 손가락을 주셨는데 엄만 "포크를 사용해라"해요
하느님이 물웅덩이를 주셨는데 엄만 "물장구 튀기지 마라"하고요
하느님이 빗방울을 주셨는데 엄만 "비 맞으면 안 된다"해요
난 별로 똑똑하지 못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요-
엄마가 틀리든 하느님이 틀리든 둘 중 하나예요.(부분)-229쪽

눈덩이(셸 실버스타인)

눈덩이 하나를 아주 멋지게 만들었어요.
애오나동물로 길들여서 함께 자려고요.
잠옷도 만들고 머리에 베개도 만들어주었어요.
그런데 어젯밤에 도망갔어요.
하지만 그러기 전에-침대에 오줌을 쌌네요.-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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