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365 - 주제별로 매일 한 권씩 2000년대 좋은 그림책 그림책 365 1
학교도서관저널 <그림책 365> 선정위원회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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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하나의 주제를 정해 하루에 한 권씩 읽을 수 있게 365권의 책을 소개해 놓았다.
여기에 선정된 책들은 모두 2000년 이후에 나온 책들이다.
더 앞서 나온 책들은 좀 더 많은 매체에서 이미 소개되었을 터이므로, 보다 최근 작품을 소개하는 것으로 범위를 잡았다.
각각의 달에 주어진 주제는 우리의 정서와 부합되는 소재들을 포함하고 있다.

1월 그림책 온고지신
2월 그림책 나
3월 그림책 사회
4월 그림책 동식물, 생명
5월 그림책 가족
6월 그림책 평화
7월 그림책 상상, 모험, 판타지
8월 그림책 과학
9월 그림책 인문, 교양
10월 그림책 문화, 예술
11월 그림책 자연, 생태, 환경
12월 그림책 인생

새 마음으로 시작해서 인생으로 마무리 되는 구조가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는 6.7.9.10.12월의 주제에 호감이 간다.
내게 가장 쥐약인 주제는 4월과 8월. 읽어본 책들을 세어보니 역시나 그 달들의 책이 가장 적다. 관심사를 정확하게 들켰다.

책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그림책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몇 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담았다.
팔랑팔랑 빨리 책을 넘겨보고 싶은 욕심이 컸는데도 불구하고 중간중간의 이 소개글들이 무척 재미나서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작가들은 대체로 영상 세대를 경험한 이들이어서 정서와 감각이 그 이전 세대와 조금은 남다르다는 것. 또한 해외에서 공부를 하거나 해외에서 소개되는 아티스트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하게 되었다. 그 중 우리나라 그림책을 가장 많이 소개한 나라가 프랑스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만화 쪽도 프랑스에서 출간된 경우가 많았는데 프랑스가 유독 우리나라 작품에 관심이 많은 것인지, 그림 쪽으로 관심이 많은 건지 모르겠다.

각각의 책들을 소개한 여러 집필진들이다.
대체로 사서 선생님이 많았고, 그밖에 전공 과목의 선생님들, 또 도서 관련 일을 하시는 전문가들이시다.
아무래도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소개글도 유독 마음에 닿는 글이 있고 조금 덜한 것도 있지만 좋은 책들을 소개해 주셨으니 모두들 고마우신 분들!

많이 소개할 때는 한 바닥에 여섯 권의 책이 들어간다.
할애된 지면의 적으니 표지 정도 밖에 그림을 소개할 수 없다.

반면 한 바닥에 한 권의 책을 소개할 때는 그림을 조금 더 엿볼 수 있다.
김동성 작가가 그림을 그린 '들꽃아이'는 안 그래도 멋진 그림을 화면 한 가득 마주칠 수가 있어서 더 반가웠더랬다.

유독 훌륭한 작품만 넓은 지면을 쓴 것은 아닐 테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될 테니, 편애주의 독자는 기뻤더랬다.
사실, 이 책 '새 보는 할배'도 참 인상 깊게 보았던 책!

새 달을 시작할 때는 그 달의 숫자를 해당되는 책의 그림과 함께 소개하는데 절묘한 조화를 보이곤 한다.
아무래도 봄의 기운이 파릇파릇 솟는 3월의 색은 푸르른 새싹 색이 어울린다.
친구/정체성/관계/학교/일,이웃
으로 분화된 소 주제들이 날짜 별로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마루 가득 깔아놓은 책 위에서 편안하게 책을 보는 아이의 사진이다.
처음엔 엎어져서, 나중에 바로 누워서, 그러다가 잠이 드는 아이의 모습이 몇 달에 한 번씩 등장한다.
저리 책을 펼쳐 놓으면 엄마의 잔소리가 들릴 것 같지만, 자유롭게 책을 즐기는 아이의 모습은 얼마나 평화로운가.
저럴 때는 나란히 누워서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게 가장 좋다.
저 중에 읽어본 책 몇 개 보이나 세어보는 재미도 빠질 수 없다.

한 컷의 그림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갖게 한다.
처음엔 읽고 싶은 책을 북다트로 표시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반년도 넘기기 전에 북다트 한 통을 다 쓰고 말았다.
365권의 책들은 리스트로 만들어 두었고, 그 안에서 눈여겨 본 책들을 다시 골라서 읽을 계획이다.

책의 판형에 대한 설명인데 내가 좋아하는 책이 두 권이나 한 화면에 잡혔다.
제목처럼 아주 커다란 판형을 가진 '커다란 나무'와, '인연'에 대한 설명을 긴 빨간 줄에 담은 '나는 기다립니다'는 가로로 긴 책이다.
책을 열어본다면 왜 이런 판형을 갖게 되었는지 절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두 책은 어린이들에게도 좋겠지만 어른들에게 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솔직히 나는, 울먹였다.

이 책의 옥의 티가 있다면 제목과 저자 이름을 종종 누락 시킨다는 것이다.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나요?'란 제목이 맞지만 책 소개에는 '산타클로스가 있나요?'라는 제목으로 적혀 있다. 책 저자 분께 죄송할 일!

그리고 '슬픈 란돌린'은 주제가 '몸의 변화'로 잡혀 있는데 혹시 분류를 잘못한 게 아닐까 싶다. 성추행과 성폭행에 관한 이야기로 '힘들지만...'에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소개된 '몸의 변화' 책들은 2차 성징이나 성교육, 혹은 인체에 관한 내용들이니 말이다.

책의 맨 뒤에는 ㄱ ㄴ ㄷ 순으로 목차가 나오고, 출판사별로 어떤 책들을 소개해 놓았는지도 찾아볼 수 있게 안내가 되어 있다.
웅진주니어 책이 21권으로 가장 많이 소개되어 있고, 그 다음에 비룡소와 사계절이 19권씩, 시공주니어가 16권, 길벗어린이가 15권으로 많이 소개되었다.

주제별로 묶여 있지만 하나의 책에 하나의 주제만 담긴 것은 아니므로 너무 얽매여서 읽을 필요는 없겠다.

이 중에서 내가 읽은 책들은 모두 82권인데, 사두고서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을 더하면 90여 권이 나올 듯하다. 그걸 빼도 270여 권의 보지 못한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척 즐겁다. 그걸 일수 찍듯 기어이 다 보려고 용을 쓰지는 않겠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책들을 만날 기회가 넓어진 것 같아서 반갑기만 하다. 이 책으로 인해, 소개된 책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것 같다. 서로에게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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