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시즈 7SEEDS 17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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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이야기보다 이번 이야기에선 긴장감과 절박감이 덜 느껴진 것은, 아마도 바보스러울만큼 낙천적이고 재미난 여름 B팀이 주로 나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안고와 료가 이번에도 꽤 위기를 조성했음에도 말이다. 

 

이미 날짜가 무의미해져버린, 모두가 사라져버린 인류 멸망 직전의 지구이건만, 저들은 나름의 날짜를 구성해서 하루를 의미있게 보내고자 한다. 말도 안 되는 장기자랑 시간도 마련해서 웃음을 나누는 친구들. 치어리더를 하면서 도쿠가와 쇼군 열다섯 명을 차례대로 외우고 있는 모습이다.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해줄 사람도 없기 때문에 더 흥이나서 열심히 외운다. 우리였다면 조선왕조 임금님 외우기 정도가 해당되겠다. 그밖에 잔을 엎지르지 않고 테이블보 빼기, 림보, 실뜨기, 만담까지 다채로운 쇼를 준비한 여름 B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 속에서 살아온 여름 A팀 안고와 료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적당히'란 말과 '대충'이란 말을 가늠할 수 없는 안고. 재질은 무엇인지, 두께는 얼만큼인지, 무게는 얼마인지... 정확한 수치로 계산되어야 상상할 수 있는 아이. 서바이벌 훈련이 아닌 생존 게임으로 여기까지 도착한 그네들의 입장을 이해한다. 모르는 게 당연하고, 이해가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장기 자랑 시간에 손금으로 점을 쳐준 소녀가 안고의 손에서 읽은 운명은 무엇이었을까. 살아온 흔적의 고통스런 비명이 들렸던 것이 아닐까. 저 눈물 속에서, 차마 말하지 못한 점괘가 마음에 걸렸다. 위태로운 행보를 걷고 있는 안고도 문제지만, 그 안고를 지켜내고자 자꾸 손에 피를 묻히려 드는 료도 봐주기 힘들다. 안고 쪽은 감정적으로 동정이라도 가는데, 료는 보다 반감이 드는 편이다. 그 자신에겐 억울한 일이겠지만... 

 

과연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살아도 되는 존재인지, 그들만의 테스트가 시작된다. 나무 그림자가 음산하게 보이고, 그 뒤에 그림자처럼 안고와 료의 모습이 보이는 샷 자체도 으시시하다. 너희들이 그런 테스트를 받은 게 당연한 일이 아닌 것처럼, 지금 이 아이들도 생명의 위험을 받을 이유는 없는 것이건만, '생존'만 알고 살아온 아이들에게 그런 가치판단은 무리다. 스스로 저승사자가 되어 살생부를 작성하고 있는 안고와 료는, 그렇기에 더 지옥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언제쯤 알아차릴까. 

바다로 연결된 온 세상. 너무도 드넓은 세계 위에 던져진 편지가 든 병은 우주 속 먼지 하나처럼 작기만 하건만, 그래도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그 메시지가 언젠가는 도착하기를 같이 기대해 본다.  

출간 간격이 대략 6개월 정도인 것 같다. 이제 다시 반년을 기다려야 다음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대작을 만났는데 기다림 쯤이야... 애가 타지만 원망은 하지 않겠다. (해도 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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