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숲 18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손희정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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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에서 중국의 팡 웨이의 지독한 연주가 오래오래 인상에 남았다. 당연히 청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심지어 아지노 선생님까지! 

 

자신이 연주했던 피아노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해낸 모습을 보며, 사고로 피아니스트의 생명이 끊긴지 오래였던 아지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슈우헤이 아버지의 마음처럼 씁쓸하고 괴로웠을까. 그렇게 짐작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긴 했지만, 화면으로 보는 아지노의 얼굴은 평안해 보였다. 그의 박수 역시 진심으로 느껴졌다. 아지노의 마음까지 닮은 피아노는 아니였지만, 팡 웨이의 피아노는 실로 대단했다. 이게 만화니까 직접 연주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작품에서 표현된 그의 연주는 그가 겪어온 지독한 삶의 흔적을 불태운 것이었다. 가혹한 삶의 여정이 무서우리만치 잔인해서 그의 피아노가 그에게 '자유'와 '평안'은 아직 주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지만, 그는 무난히 최종 결승에 올라갈 테니 좀 더 뒷 이야기를 기다려봐야겠다.  

 

둘째날 슈우헤이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지난 번 1차에서 탈락한 아담스키가 준 조언이 슈우헤이에게 족쇄를 푸는 힘이 되어주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소리를 찾아낸 슈우헤이. 집착과 경직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안정된,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었다. 실수도 있었고 템포 변화에도 감점 요인이 있었지만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청중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명연주를 들려주었다. 강박관념에 싸여 있는 슈우헤이인 까닭에 부실한 라이벌이 될까 봐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슈우헤이도 무난히 파이널에 진출할 것이고, 좀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연주를 듣는 카이의 모습이 역시 자유로워 보인다. 아마도 좌석 표를 구하지 못한 것 같은데, 의자쯤이야 기꺼이 무시할 수 있는 카이다. 바닥에 앉아서도 좋은 연주를 맘껏 들을 수 있는 카이의 열린 마음과 자유로운 영혼. 기꺼이 온 마음으로 슈우헤이의 연주와 성장을 기뻐해주는 카이. 이런 친구를 라이벌로만 생각하는 슈우헤이가 꽤 안타깝다. 승부의 세계란, 또 프로의 세계란 냉정하기만 하지만 윈윈이라는 것도 있을 수 있을 텐데, 꼭 넘어서야만 하는 것일까. 물론, 한 번도 넘어보지 못했던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열등감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이번 이야기에선 슈우헤이보다도 그 아버지가 더 열폭하는 것 같아서 답답했다. 오히려 아들이 더 성장해주는 것 같아 그건 다행이었지만. 

 

폴란드의 기대주 레프는 지난 예선에서 몹시 위태로워 보였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연주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것도 쇼팽의 나라 폴란드에서 쇼팽의 환생으로 여길 만큼의 명연주로 말이다. 자존심을 제대로 세워주었다. 아직 카이의 차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는 쇼팽의 환생보다 쇼팽을 뛰어넘는 연주를 기대하지만... 

경기나 콩쿠르 같은 장면은 만화로 연재될 때 너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다림도 즐거움으로 승화시켜보자. 다음 이야기에는 드디어 카이의 연주 차례다. 파이널까지 나가려면 20권은 훌쩍 넘겠다. 벌써부터 지치면 곤란하다. 이런 날은 쇼팽을 들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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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11-08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말이죠.
지난번에 '흑집사'를 9권까지 내리 연속으로 봤어요. 재밌었습니다만...
왜, 밀실살인사건의 이야기에서 끝나버리는 건가요! 10권은 대체 언제..? ㅡ.,ㅡ
'비밀' 7권도 아직 감감 무소식이고.

어쨌거나 잘 지내시죠, 나의 마노님 ^^
벌써 가을입니다. 이제 곧 겨울이겠죠.

마노아 2010-11-08 23:24   좋아요 0 | URL
헤엣, 엘신님! 반가워요. 엘신님의 이름을 보는 순간 시원한 바람이 휙 지나갔어요. 기분 좋은 내음도 나는 것 같아요.
흑집사는 애니 완결편을 먼저 보고 나니 만화책이 좀 더 더디 기다려지는 편이긴 해요.
애니는 씨즌 2를 나가고 있으니 말이죠.
비밀도 빨리 다음 권이 나와줬음 좋겠어요.
추운 건 싫은데 차가운 공기는 숨을 좀 트이게 해주는 것 같아요.^^

L.SHIN 2010-11-08 23:55   좋아요 0 | URL
아,맞다. 흑집사 애니를 못 봤군요. 나중에 봐야지.^^
네 맞아요. 겨울바람은 차가워서 싫지만, 숨 쉬기에는 여름보다는 좋죠~

마노아 2010-11-09 07:15   좋아요 0 | URL
아아, 그런데 오늘은 기온이 뚝!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워요. 아직 겨울의 문턱도 아니 들어섰건만...;;;;
대신 공기는 맑겠죠. 아자아자! 엘신님도 오늘 즐겁게 하루 시작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