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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5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0년 10월
평점 :
팝툰이 휴간되면서 설희가 어떻게 될지 궁금했는데 다행히 단행본이 나왔다. 맨뒤 작가의 말에서 보니 다음 '만화 속 세상'에서 연재 중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매주 화요일마다 연재가 실리고 있다. 처음부터 웹툰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 아닌지라 단행본 용 원고를 세로로 연결해서 올린 모양새를 하고 있다. 단행본 5권 뒷분량도 조금 더 연재가 됐는데 그 앞의 내용이 생각보다 짧게 올라가 있어서 앞부분만 다시 읽어보았다. 알고 보니 원래 연재의 20% 분량으로 요약본을 올린 것이었다. 흐음, 이런 것도 방법이구나. 더 궁금하면 단행본을 찾아볼 테니.^^
오히려 앞부분을 조금 더 읽으면서 5권의 내용이 좀 더 이해가 되었다. 한 번에 이어서 보는 게 아니라서 연재물은 이런 반응이 나오곤 한다. 그래도 작품은 여전히 좋지만...
설희는 여전히 뭔가 좀 으시시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몸, 게다가 전생의 인연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 그 전생에 얽혀 있는 세이와의 연은 호연이 아니라 악연일 가능성이 거의 90% 이상이니 더 오싹한 거다. 2조원에 달하는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기도 했거니와 오래 살아왔고, 평범한 인물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개의 사람들은 설희와 대화를 하다 보면 말려들기 마련이다. 특히 세라 같은 경우는 가정 환경 덕분에 주눅도 많이 들어 있고, 양보 아닌 양보와 희생의 삶을 살아서 더 그렇다. 첫눈에 반한 상대와 연애할 기회가 왔는데도 망설이고 있을 때에 설희가 던진 말은 세라를 충격으로 빠뜨린다. 부정할 수도 없고 부인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라의 집에서는 어머니가 툭하면 사고를 치니 세라가 가엾기도 하지만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단지 가난이 원수가 아니라 +된 무지와 뻔뻔함의 힘이랄까. 그 덕분에 세라는 고생 좀 더 하게 되었다. '조' 단위의 유산을 가진 설희에게는 장난감 같은 숫자겠지만 혼자 벌어서 학비 대고 생활하는 세라에게는 좀처럼 지킬 수 없는 자존심과 자존감의 문제가 되어버리니 이심전심으로 서럽다.
미국에서부터 쫓아온 노부인 마리에의 과거도 나온다. 더불어 50년 전 설희의 과거도. 그녀가 왜 시한부 인생이 되어서까지 그토록 설희에게 집착하는지까지도. 86이면 적게 산 것도 아니건만, 과연 수십 년 전 잃어버렸던 기회를 다시 찾는 것만이 목표였을까. 아무튼 그 덕분에 세라는 뭔가 기억 속에 감춰져 있던 옛 흔적을 찾아낸다. 꿈속에서 만난 기억 속의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오래 전의 설희... 가 아닐까?
세이의 회사에 투자하면서 세이의 데뷔에 간섭하게 된 설희, 이렇게 휘둘리는 건 제3자가 보기에도 불편하다. 아무리 전생의 악연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현생의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걸까? 본인도 억울한 무엇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내막을 다 알수 없는 독자로서는 다소 폭력적으로 보인다.
연재물을 미리 보면 나중에 단행본을 사고 난 뒤에도 잘 안 보게 되는 습관 때문에 다음 연재물을 안 보고 싶었지만, 어찌 안 볼 수가 있을까. 5권 단행본 뒤로도 대략 5회 정도 더 연재가 되었다. 그러니 나는 아직 나오지 않은 6권 단행본의 절반 이상을 미리 본 것은 아닐까? 그래도 화요일이 되면 절로 클릭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설희와 달리 시작하자마자 연재 중단된 울 혜린 샘은 어쩌누....ㅜㅜ